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요. 일 년에 단 한 번 찾아오는 기쁨이라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쾌락일 것입니다. 여행이 그렇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을 부정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하루를 구원으로 삼고 일상을 살아낸다면, 남은 날들은 도리어 초라해질 수 있겠지요. 시간이 흐르면 몸은 낡고, 상황은 달라집니다. 그런 시련 앞에서 손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은 쾌락입니다. 쾌락은 주어지는 순간에 감사해야 할 선물일 뿐, 바라보며 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발리의 해변이 빛났다고 해서 동네 수영장에서 첨벙거리는 기쁨을 마저 잊어버릴 필요는 없겠지요. 행복은 머리맡에, 손 뻗으면 있는 곳에서부터 가꿔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근길을 꾸며보기로 했습니다. 유연근무가 허락하는 선에서, 출근길에 가끔 카페를 경유하는 기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냥 카페는 아니었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느좋’ 카페를 찾아다녔습니다.
제게 느낌 좋은 카페란 무엇보다도 눈이 편안한 공간입니다. 굳이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시선이 피로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게 '눈이 편안하다'는 것은 부드럽고 자연이 넘실거리는 풍경을 뜻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에서 말하는 조형미가 있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조형미가 없는 장소에서는 말 그대로 눈 둘 곳이 마땅히 없습니다. 미감 없는 공간은 보아 달라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자랑하고 싶은 공간은 어딘가 질척이는 느낌입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은 공간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기능에 집중한 곳은 그 자체로 질서가 있습니다. 반면 보는 이의 눈길을 배려하는 공간은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안내합니다. 감탄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저 시선이 어딘가 자연스럽게 맺히는 공간들이 있죠. 오늘은 제가 출근길에 들렀던 카페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시그니처 말차라떼가 맛있었습니다. 창가는 어둑하고 가운데는 밝아서 신선했습니다. 너무 정돈되지도, 어질러지지도 않은 곳이라서 편안하게 있었습니다.
탁 트인 푸른 공간을 오랜만에 봐서 좋았습니다. 풍경과 인테리어 모두 자기주장이 강해 조금 부딪히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큰 공간이 주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커피는 기본적인 맛이었습니다.
시그니처 라떼가 깔끔하고 맛있었습니다. 사장님 취향이 묻은 오두막에 초대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뜨개질 관련 상품을 팔던데, 뜨개질에 관심이 있다면 들러보셔도 좋겠습니다.
강아지들이 돌아다녀서 좋았습니다. 흑임자 라떼가 유치하게 달지만 그게 나쁘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사장님이 내향적인 인싸일 것 같았습니다. 튀고 싶지 않지만 막상 주목받으면 오목조목 디테일을 잘 설명하는.
테라스 같으면서도 골목 같은 어중간한 바깥 테이블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샌드위치는 가격(비쌈)만큼의 맛이었습니다. 커피는 기본 이상의 맛이었습니다. 여름이 어울리는 곳입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분들은 하루에 하나씩, 출근길에 있는 들풀의 이름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구글이나 네이버의 사진검색 기능을 활용하면 꽤나 정확하게 꽃과 풀의 이름을 알려줍니다.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풀이 나오니 질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출근하기도 바쁜데 배부른 소리 말라구요?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