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효설 Jul 24. 2023

D+1. 게으른 백수의 이야기

백수가 할 수 있는 100일 프로젝트

 이제 나에겐 아무런 일정이 없다

백수가 된 지 두 달째. 여행을 다녀오고 동인행사도 마치자 이제 나에게 남은 일정이나 계획 같은 건 없었다. 원한다면 집에 가만~히 있을 수도 있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 수도 있다. 고민하던 내가 도달한 곳은 예상대로 백지 앞이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걸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것'을 해내겠다는 마음. 그래, 100일 동안 100자 이상의 글을 써서 올리는 거야. 10월 31일까지 딱 100일, 석 달만 해보는 거야.

 백일동안 매일 글 쓰기는 이미 여러 번 도전한 전적이 있다. 다채로운 이유와 함께 작심삼일로 끝났다. 오늘은 주말이니까 쉬어야지, 생리가 터졌으니 쉬어야지, 그리고 아무도 읽지 않으니까 그만둬야지.


 '아무도 읽지 않으니까 그만둬야지'


 이 생각은 매일 나를 괴롭힌다. 자신의 글에 취해 종이 낭비, 트래픽 낭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어째서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같은 글쓰기 모임을 하는 사람은 카카오 메인에도 올라간다는데, 내가 받는 하트 수가 적어서? 댓글이 달리지 않아서?

 나 자신이 오만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폭발적인 반응만을 바라다가 폭사할 수도 있다. 반드시 교훈을 주기 위해 억지 부리는 글이 얼마나 멋없는 지도 알고 있고, 나는 그런 글을 잘 못쓴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것뿐이고, 그런 내 글에 반응이 얼마나 돌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명의 꾸준한 독자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데, 폭발적인 반응만을 바라고 있다니.

 이번 100일 꾸준히 쓰기는 나 자신을 리셋하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글쓰기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대신 계속 쓰는 꾸준함은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단 100자 만이라도 좋으니 100일간 꾸준히 해보자.


그러니 제가 100자만 올리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시길!

작가의 이전글 6월 23일, 도쿄여행 2일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