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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Jun 23. 2023

6월 23일, 도쿄여행 2일 차

언더더씨 언더더씨


요즘 입면이 어려웠는데, 오늘은 제대로 잘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하루 이만 이천보를 걸었다. 푹 잠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 일정이라곤 두 개밖에 없었지만, 이만 이천보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일정에 디즈니 씨가 포함되어 있었다.

 디즈니에 큰 관심 없는 언니와 내가 디즈니 씨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한 번쯤 가볼 만하니까. 어른은 디즈니‘랜드’보단 디즈니‘씨’라기에. 그래도 디즈니가 주는 상징성이 있어서 입장하는 발걸음은 설렜다. 놀이공원은 정말 신기한 곳이다. 모두가 웃고 있고, 모두가 즐겁다. 잠들지 않고도 꿈을 꾸었다 깨어날 수 있는 곳이 놀이공원 아닐까 싶다. 우리는 그곳에서 미키/미니 귀 머리띠를 맞춰 사고, 사진을 찍었다. 둘 다 셀카 찍기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 결과물도 제대로 확인 안 했지만, 웃고 있을게 틀림없으니 상관없었다.

 놀이공원의 가장 큰 문제는 긴 대기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가 아닐까. 물론 동선이나 밥, 타고 싶은 놀이기구 등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많지만, 이 부분이 전혀 안 맞으면 놀이공원에 같이 가는 일은 불가능할 테다. 누군가는 내내 대화를 하고 싶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보고 싶고, 누군가는 멍 때리고 싶고…….

 따로 또 같이. 나와 언니는 이 부분이 철석같이 맞아서 이틀 째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큰 갈등 없이 보냈다. 힘드니까 퍼레이드는 보지 말자. 그렇지만 아쉬우니 하나만 더 타볼까. 마지막으로 선택한 놀이기구는 재미있었고 우리는 상쾌한 마음으로 디즈니 씨를 떠날 수 있었다.

 저녁메뉴는 몬자야키로 미리 정해놨기에, 숙소에 짐을 둔 우리는 몬자야키 가게로 향했다. 처음 먹어보는 메뉴였다. 한국식 전을 생각하고 이거 뒤집는 거야?라고 물은 나에게 언니는 이대로 먹는 거야.라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익은 계란찜의 모습을 한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할 리 없지 않은가. 갸웃하며 한 입 넣자, 생각보다 비리지도 않고 계란맛이 강하지도 않았다. 담백하니 맛있었다. 안주는 맥주를 부르고, 맥주는 안주를 부르고……이렇게 쓰면 술꾼 같지만, 언니는 맥주 한 모금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사람이고, 나는 술은 잘 마시지만 자중을 하는 편이다. 간단하게 1차를 마치고 향한 곳은 오뎅집. 웹툰을 보다가 오뎅이 먹고 싶어 진 내가 즉석 해서 낸 제안을 언니가 받아주었다. 일본주, 사케를 한 번도 안 먹어봐서 먹어보고 싶기도 했고. 뜨겁게? 차갑게?라는 선택지 앞에서 뜨겁게를 선택해 보았다. 사케는 달았고, 오뎅은 맛있었다.

 글을 쓰고 있자니 몬자야키 가게에서 몬자야키를 구워준 점원이 생각난다. 맨 처음 국적을 묻더니, 언니가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걸 알고는 이것저것 일본어로 질문을 던졌다. 언니의 대답을 들으며 느꼈다. 이거, 다 들려. 점원이 던지는 질문도 언니가 하는 대답도 다 잘 들렸다.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아무튼 들렸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오사카에 갔다 와서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지금쯤 간단한 대답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남들은 말하기는 해도 듣기가 안된다는데, 나는 반대니 더 속상할 노릇이었다. 돌아가면 진짜 외국어 공부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해외여행의 참맛을 느끼는 건가?

 이 말을 하자 친구가 다음엔 나 홀로 일본여행에 도전해 보라고 말했다. 내 반응은 스스로 생각해도 뜨뜻미지근했다. 홀로 해외여행. 낭만적인 단어이긴 한데 아직까지 와닿진 않는다. 안 해봐서 그럴 수도 있고, 같이 여행 온 언니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다. 타인과 여행 와서 싸운 적이 없으니, 홀로 여행의 필요성도 못 느낀다. 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언니한테 찰싹 붙어 여행 다니고 싶다. 내가 글을 올리면 언니한테 알람이 간다고 했는데, 부끄럽다…….

 아직 이틀이 남았다. 마트도 갈 거고 료칸도 갈 거다. 계속 들리긴 하는데 말은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되겠지.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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