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드라마틱한 변화
이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드라마틱한 변화란 문장을 사랑한다.
학창 시절의 방학을 기대하는 마음이랄까. 이번 방학만 지나면 나는 성적도 좋아지고, 살도 빠지고, 아무튼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결과는? 그저 웃지요.
사회인이 되고 방학은 없어졌지만 극적인 변화를 사랑하는 건 여전하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 운동 안 하고 먹기만 해도 살 빠지면 좋겠다……이건 변화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헛된 꿈을 꾸는 건가. 헛된 꿈이 아닌 '가능할 법한'변화, 예를 들어 1개월 만에 10kg 감량! 이라던가 웹소설로 평생 놀고먹고 살기! 같은 타이틀을 보면 마음이 동한다. 광고에 나오는 사람은 나처럼 덩치가 있는 평범한 20대의 여성이라, 나도 충분히 '급찐급빠'가 가능할 것 같고, 금방이라도 베스트셀러를 출간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현실과 광고에서 발생하는 '갭'이다. 광고의 세계에선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포토샵이라는 21세기 문명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현실엔 포토샵 기능이 없다. 나는 체중계의 몸무게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 나의 체지방률을 여과 없이 확인할 수밖에 없다. 1개월 10kg 감량 따위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모든 의지가 사라지고 결국 또다시 배달 어플을 킨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나의 다이어트는 매일 실패해 왔다. 조급한 마음이 일을 그르친다는 옛말은 틀린 게 하나 없다.
네가 25년간 찌운 살이 하루아침에 빠질 것 같아?
다음 플랫폼에서 연재된 [다이어터] 중 트레이너 서찬희가 주인공 신수지에게 한 대사다. 말 그대로다. 내가 2n 년 간 쌓아온 지방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 없고, 내가 2n 년 간 쌓아온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도 없다. 세상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나오는 주인공도 전신성형을 감행하지 않았던가. 어떤 변화든 대가를 치러야 하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진리를 굳이 다시 말하는 이유는, 내가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하루만 운동하면 3kg씩 빠질 것 같고, 하루만 글 많이 쓰면 곧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야, 아니라고!
내 옆구리에 달린 지방도 나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고, 내가 글을 쓰는 것에도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는 걸 기억해야지.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시간과 노력을 부어야 한다는 걸 계속 곱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