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름이 싫다.
자취를 시작하고 더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과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도,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냉장고, 싱크대 정리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왜냐고? 초파리 때문에! 마시던 커피에 첨벙, 잘라놓은 과일에 풍덩……앞 뒤 가리지 않고 눈앞에 달려드는 초파리들 덕분에 시선이 한곳에 집중될 겨를이 없다. 손으로 잡는 건 무리, 뜨거운 물을 붓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결국 울면서 약을 뿌리지만 아무 소용없다. 이 녀석들의 생존력은 뿌리는 약의 양에 비례하는 것 같다. 번식력은 또 얼마나 대단한 지, 싱크대를 한 번 건드리면 감탄스러울 정도다. 초파리 한 마리에 어머니, 어머니…….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 집에 나오는 벌레는 초파리뿐이라는 거다. 초파리는 조그마니까 어디로든 들어올 수 있었겠지. 다른 벌레……특히 바선생만 아니라면 괜찮다. 아직까진 괜찮다…….(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