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 오랜만에 운동하러 갔더니
끝나지 않는 다이어트의 굴레
마지막 운동 날짜는 7월 5일이었다. 그 이후로 덥다, 사랑니를 뺐다, 생리가 시작됐다 하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헬스장도, 수영장도 안 갔더니 어느새 8월이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다 나의 운동……터덜터덜 헬스장에 도착해 보니, 나는 재등록을 해야 하는 회원님이었다. 어느새 헬스장 이용권도 다 된 것이다……. 6개월 권에 헬스장을 몇 번이나 왔던가 꼽아볼까 했지만, 괜히 슬퍼질 것 같아 세기를 그만뒀다.
운동의 효과를 가장 실감하는 순간은 운동을 안 할 때이다. 겨우 삼 주 쉬었는데, 내 몸은 속된 말로 쓰레기가 되어있었다. 6월까진 건강한 돼지였는데 지금은 그냥 돼지다. 꿀꿀! 간신히 감량 그래프를 그리던 몸무게도 다시 증가해서 세 자릿수가 된 것 같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버겁고, 오래 앉아있지도 못하겠고. 살이 빠진 건 체감이 잘 안 되는데 살찐 건 왜 이렇게 체감이 잘되는지. 이 이야기를 하니 트쌤은 이제라도 실감해서 다행이네요.라고 말했다.
고도비만이 된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살이 찌는 걸 잘 실감하지 못하는 성향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몇 kg이든 똑같게 느껴졌다. 체감하는 건 옷을 살 때 정도? 회사 다닐 시절엔 유니폼이 조금씩 끼기 시작했다는 정도? 허리둘레가 늘어나고 허벅지에 셀룰라이트가 보여도 그러려니 했다. 몇 kg이든 그다지 건강의 문제가 느껴지지도 않고, 이렇게 살다 언젠가는 빼겠거니 싶었다.
지금은 어떻냐면, 아무튼 정상체중까진 빼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 일단 건강 상의 문제가 생겼다. 가장 쉽게 체감되는 건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프다. 안 그래도 엉덩이 힘으로 먹고사는 직업을 택했으면서, 고도비만으로 삶을 살아가겠다는 건 그냥 빨리 은퇴하겠다는 뜻이다. 그건 싫다. 나는 가늘고 길게 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가끔 대박 터트리는! 두 번째는 옷 사이즈를 찾기 힘들어도 너무 찾기 힘들다. 웃옷은 사정이 그나마 나았다. 맞는 바지를 찾는 게 너무 힘들다. 맞는 바지는 또 왜 이렇게 빨리 해지는지. 패스트 패션을 비판하고 옷을 사는 것도, 버리는 것도 싫어하는 나인데,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큰 바지'는 질이 너무너무 구리다……그렇다고 해외 옷을 사 입자니 너무 비싸다……또 내가 언제 살이 더 찔지 모른다……. 이젠 적당한 몸무게에 정착해 적당한 옷 사이즈를 찾아야 한다. 또한 더 이상 패스트푸드에 삶을 기대고 싶지 않았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너무나도 편리한 서비스다. 클릭 몇 번이면 온갖 음식이 집 앞으로 배달된다. 나는 그저 소비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나는 4평 방에서 처먹으면서 쓰레기랑 똥만 만드는 사람인가? 배달음식을 시킬 때마다 찾아오는 불편한 포만감과 자괴감이 이젠 질린다. 오늘 저녁 메뉴는 참치 쌈밥이었다. 내가 한 건 채소를 씻고 밥을 지은 것뿐이다. 생식에 가까운 저녁식사는 양이 많았음에도 소화시키는데 아무런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분 좋은 포만감이다. 이런 포만감을 위해서라도 나는 배달의 민족에서 이민 갈 필요가 있다.
오랜만에 왔으니 당연히 하체라며 스쿼트를 열심히 하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더라. 원래 땀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플랭크를 하는데 무릎이 툭툭 떨어졌다. 마고 로비 언니는 도대체 어떻게 4분이나 플랭크를 한 거야……? 4분을 버틸 수도 없지만 플랭크를 하면서 4분? 4분이 아니라 4일쯤으로 느껴질 게 틀림없다. 다리는 후들후들, 배는 당겨오고. 러닝머신까지 향하는 고작 몇 걸음에 무릎이 푹푹 꺾였다. 도망가고 싶었다. 다리가 꺾이는데 유산소를 해야 해? 해야 한다.
다들 유산소가 제일 지루하다고 하지만 나는 유산소 타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러닝머신 한정으로. 휴대폰과 모니터를 연결해서 책을 읽으며 걷고 뛰다 보면 30분 금방이다. 누군가는 운동할 때 운동만 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시간만 쳐다보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갈 때가 있다. 그러니 오늘도 모니터를 켤 수밖에. 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를 듣는 게 보통 내 유산소 루틴이다.
샤워를 마친 뒤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실감하는 최고의 순간은 로션을 온몸에 찹찹 바를 때다. 오늘도 성실하게 살았어! 대단해! 소설은 한 글자도 쓰지 않았지만 아무튼 멋진 하루를 보낸 것 같은 만족감이 든다. 이 만족감을 자주 느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내일도 운동하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