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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Aug 02. 2023

D+10. 갑자기 무기력해지면 어떡하죠

날 것 그대로의 감정

 오늘따라 글이 안 써진다. 잠도 설쳤다. 날씨는 미쳤다. 전체적으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하루다.

나 같은 우울증 환자는 기분이 넘실거리기 때문에 우울하게 만들 일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약을 꼬박꼬박 먹는 것도 중요하고. 오늘의 무기력은……글쎄, 운동을 가기 싫다는 생각을 너무 오래 했나? 사실 운동을 안 갔다 온 것도 아니다. 아침에 유산소 1시간을 타고, 오후에 근력+유산소를 해야 하는데 이게 너무 하러 가기 싫은 거다. 그래서 일단 잤다. 잠으로 회피하는 내 나쁜 버릇이 도졌다. 깨어나니 기분이 좋아지긴 커녕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유부초밥이었는데, 밥을 밥솥에 안치는 행위마저 귀찮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또 배달의 민족을 켰다……. 50분이 찍힌 예상 시간을 보고 아, 그럼 나 그때까지 누워있는 건가 싶었다. 싫다. 오늘 플래너에 못한 일이 빼곡했다. 게다가 아직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도 않았다. 세이브도 없다. 일단 일어나야 해!라고 외치며 몸을 일으켰다. 운동복 차림이니 몸을 조금 흔들어보고, 스쿼트도 세 개 정도 해본다. 무기력을 느꼈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아, 이럴 때 운동해야 하는 건데. 운동이 최고의 처방약인데…….'였지만, 체감온도 33도를 뚫고 헬스장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몸을 조금 움직이고 바닥에 널브러진 것도 정리해 보고, 책상에 앉으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글은 여전히 안 써지는 것 같지만 뭐 어떤가,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SNS도 무기력에 한몫한다. 이걸 확실히 인지하면서도 나는 트위터에 들어가는 손을 멈출 수 없다. 무한 새로고침을 하며 피드를 확인한다. 이거 확인할 시간에 책을 한 줄 더 읽고, 글을 한 글자 더 썼으면……나를 탓하면서도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린다. 이럴 땐 어플을 잠가버리는 게 효과가 있다. 방해금지 모드에 어플을 막아버리는 기능도 지원하더라. 이따금 사용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다.

 트위터를 끄고 차분히 글을 쓰고 있으니 조금씩 기력이 회복되는 기분이다. 글은 나를 절망에 빠뜨리지만 다시 구해주기도 한다. 신기한 존재다. 이미 시켜버린 배달은 어쩔 수 없으니 최대한 맛있게 먹어야지. 소화시키며 글을 쓰고, 그 뒤에 운동을 다녀와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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