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1. 매일 3개의 글을 쓰는 삶
하루 세 편의 에세이
매일 에세이를 쓰고 올린 지 10일이 되었다. 10일이나 꾸준히 글을 올린 적 있던가? 없다. 꽤 긴 시간 글을 써왔는데 10일을 꾸준히 올린 적이 없다니……그동안 등단하지 못한 게 당연할지도. 지난 10일 동안 적어도 매일 3편의 글을 썼다. 모닝 페이지 두 쪽, 에세이 하나, 일기 반 쪽. 나는 한 명인데 무슨 할 말이 이렇게 많은지. 다채로운 일상을 보내는 편도 아니고,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도 아닌데 쓰다 보면 또 쓸 말이 생긴다. 신기하다. 이렇게 쓰다 보면 책 한 권이 나오는 걸까.
모닝페이지는 작년 9월부터 썼다. 잠이 많아서 매일 쓰지는 못했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생각이 담긴 노트가 한 권 생겼다. 지금은 선물 받은, 귀여운 공룡이 그려져 있는 두 번째 노트를 사용하는 중이다. 모닝 페이지엔 정말 아무 말이나 담겨있다. 나의 콤플렉스, 불안감, 하루의 계획. 한 곳으로 향하지 않고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는 문장들. 작년의 노트엔 회사를 다니며 받은 스트레스가 잔뜩 적혀있고, 최근의 모닝페이지엔 나 자신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많다. 하루의 첫 시작이기 때문인지 내 욕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나를 위로해 주고, 두드려주는 문장을 읽고 싶을 때 모닝페이지를 꺼내면 되겠다.
모닝페이지가 인생을 바꿔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인생이 바뀐다는 게 뭘까. 복권에 당첨되어야 바뀌는 게 인생 아닌가? 모닝페이지가 그런 일을 가져다줄 일은 없다. 단지 뇌가 깨끗해지는 기분은 느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종이에 쓸 정도라면, 나는 요즘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겠구나.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 시간은 역시 외부와 단절되는 게 좋다. 나 자신을 위한 쓰기 명상 시간. 나는 모닝페이지를 쓰는 시간을 그렇게 정의했다.
그런가 하면 에세이를 쓰는 시간은 조금 다르다. 일단 공개할 내용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아무 말이나 하는 모닝페이지와는 다르다. 내 글에 상처받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논란의 여지가 될 문장도 지워야 한다. 조금 더 자기 검열이 담긴 시간이 에세이를 쓰는 시간이다. 에세이를 쓰다 보면 내가 재밌게 사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느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음악, 뮤지컬, 술, 차, 운동……각각의 분야에서 느끼는 재미는 끝이 없다.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고 쓰고 싶은 내용은 넘치는데, 글솜씨가 따라와 주지 않는다. 결국 또다시 글을 쓰면서 글쓰기를 연습한다. 매일 꾸준히 그린 크로키를 올리는 기분으로 에세이를 올린다. 성장하는 게 한눈에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한 문장으로 적어 내릴 순간이 온다.
일기는 대부분 반성으로 가득 차있다. 오늘 또 이걸 안 했네, 내일은 꼭 해야지. 가 일기의 대부분이다. 사람을 만나는 날엔 하루 동안 있었던 재미난 대화나 추억을 적어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건 역시 사람이다. 기분 좋은 대화를 한 날엔 기분 좋음을 곱씹으며 잠들고, 안 좋았던 날엔 안 좋은 기분을 일기장에 토해내고 잠든다.
글쓰기가 질리진 않는다. 아마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겠지. 아직 돈이 안 되는 글쓰기는 나를 충만하게 만들어주고 하루를 뿌듯하게 보냈다는 만족감을 준다. 여기에 운동까지 했다면? 최고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