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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Aug 04. 2023

D+12. 최선을 다하면 질린다

최다죽. 재밌어요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내가 좋아하는 김혼비 작가님과 황선우 작가님의 서간문이다. 나는 책제목을 살짝 바꿔서 읽었다. 최선을 다하면 질린다. 김영하 작가님이 말씀하시길, 좌절을 대비하여 역량의 80%만 쓰는 게 좋다고 한다. 되돌아보면 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금방 질려서 나가떨어졌다. 헬스를 맨 처음 시작했을 때, PT 수업을 받고도 유산소를 30분씩 더하고, 매일매일 두 시간씩 트레이닝을 했다. 그리고 금방 질려서 한 달이나 헬스장에 안 나갔다. 어쩔 때는 한 달에 책을 20권 읽겠다며 미친 듯이 활자를 읽어나가다 책에 질려버리기도 했다. 글 쓰는 일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다 한 번씩 질려봤다. 정말 좋아하는 일일수록 쉬어가며 해야 한다는 걸, 나는 몇 번의 질림을 반복하고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평생을 함께할 테니, 마음을 급하게 먹을 필요 없다.

오랜만에 헬스장에 갔다는 글을 올린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5일을 빼먹지 않고 운동했다. 12일째 꾸준히 에세이를 써서 올리고 있다. 예전과 달리 두 일에 모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운동은 일단 헬스장에 가기만 하면, 웨이트를 하지 않고 러닝머신 30분만 타도 괜찮다고 다독였다. 식단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았다. 경험 상 하는 말인데, 다이어트를 하겠답시고 식단에 제한을 두는 순간 모든 음식이 먹고 싶어 진다. 나는 지금 콜라를 포함한 단 음료를 모두 끊은 상태이다. 하지만 머릿속은 언제든지 콜라를 마셔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콜라에서 느껴지는 쇠맛을 자꾸 떠올리려 한다. 또한 제로음료도 피하는 중이다. 가짜 단 음료는 결국 진짜 단 음료를 부르더라. 집에 있는 차를 끓여마시고, 커피를 내려먹고, 맹물을 마시며 견디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콜라를 대신하겠다고 마셨던 제로 음료가 오히려 욕구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나에게 주는 상을 만들었다. 오늘 웨이트하고 유산소까지 마치면, 헬스장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사 먹자! 그제와 어제 이틀을 사 먹은 뒤 오늘은 웨이트까지 마치고도 안 먹을 수 있었다. 언제든지 운동하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에세이를 쓰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예전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에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브런치는 많은 작가의 등용문이 되어주었고, 출판사가 주의 깊게 살펴본다니 나도 멋들어진 글만 써서 올려야 할 것 같았다. 교훈을 주거나, 특별한 경험만 써서 올려야 해. 결국 아무 글도 올리지 못했다. 지금은 매일 에세이를 써서 올리고 있다. 퇴고에 시간을 크게 소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쓱 읽고 오타를 고치는 정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 글에 교훈이나 멋을 바라지 말 것. 반드시 이 글들로 등단을 하겠다고 생각하지 말 것. 기회가 된다면 다시 쓰고 고치면 될 일이다. 나는 시간이 남는 백수니까.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자 오히려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었다. 내 글을 꾸준히 라이킷을 찍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생겼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모든 역량을 발휘하고 싶어서 안달 난 일도 있다. 소설 쓰기가 그렇다. 최선을 다해야만 무언가 스파크가 터질 것 같다. 반짝이며 등단한 슈퍼루키가 되고 싶다. 모든 소설가 지망생이 그렇겠지. 이럴 때일수록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되새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하루키는 말한다. 누구든 소설책 한 권은 낼 수 있다고. 그 책을 낸 사람은 과학자일수도, 의사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소설을 '꾸준히' 쓴다는 건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한 권에 힘을 다해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는 사람? 아니면 역량의 80% 책이라도 꾸준히 써내는 사람?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후자가 되고 싶다고 답하겠지. 나 역시 후자가 되고 싶다. 운동에 대한, 에세이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냈으니 이제 소설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야겠다.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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