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효설 Aug 09. 2023

D+17. 직장에서 쫓겨난 작가지망생

완성하지 못한 나의 직장생활

 글쓰기 책이나 작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은 항상 말한다. "절대 직장을 그만두지 마세요!" 저는 작가를 꿈꾸다 직장에서 쫓겨났는데요……. 미리 말하지만, 절대로 근무시간에 글을 썼다던가 딴짓을 하지 않았다! 그냥 경영악화로 잘려나간 사람이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두 번쯤 회사가 날아가고 나니 생각하게 된다. 이쯤 되면 하늘에서 전업작가 하라고 계시를 주는 게 아닐까? 실업급여가 나오는 지금, 열심히 글을 써서 미친 듯이 투고를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책 한 권 낸다고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백수 생활 3개월쯤 되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진다. 원래 있던 업계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실업급여가 나올 동안은 내 마음대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럼에도 공백기간이 길어지니 불안감이 쌓인다. 어차피 새로운 업계로 간다면 지금 시작하나 3개월 뒤에 시작하나 경력 0인 건 똑같은데. 원래 일하던 곳은 병원, 사람 갈아넣기로 유명한 업계다. 나는 늘 병원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려는 사람에게 말한다. 취업은 잘 된다. 그런데 돈은 많이 못 벌고 힘들다. 병원 안에서 돈 벌 수 있는 사람은 의사뿐이다.라고. 이런저런 부조리며 나와 맞지 않는 환경이라는 걸 알고 퇴사를 준비하려는 찰나에 잘렸다. 운명의 장난이려나. 언제나 작가가 되고 싶었다. 생활이 유지되지 않아서 알바를 병행한다고 해도 괜찮았다. 조금 불안한 삶이라도 괜찮다. 어차피 내 삶은 늘 불안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을까? 일부 작가를 제외하곤 돈 벌기 힘들다는 걸 안다. 내가 바라는 자유로운 삶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왜 작가가 되고 싶을까?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소설을 쓰는 시대에, 나는 왜 소설을 계속 쓰고 있을까? 모 팟캐스트에서 무당 칼리님이 하신 말씀인데, 작가들도 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한다. 신병만큼 무섭다는 '글병'. 글을 쓰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들. 나도 글병에 제대로 걸려있다. 한동안 회사일에 치여 글을 쓰지 못했을 때는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으니, 내가 작가가 되는 건 당연하다 여겼다. 뭐, 나는 관심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고, 사람들 앞에서 얘기도 많이 하고 싶다. 나이 먹을수록 지갑은 가볍게, 입은 무겁게 하라는데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 치고……한마디로 말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나의 책에 관한 이야기를 잔뜩 듣고, 또 잔뜩 얘기하고, 잔뜩 쓰고 싶다. 사람이 좋다. 그래서 '사람'이란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게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라면 이유다.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쓰고 싶은 장르도 많다. 에세이도 쓰고 싶고, 소설도 쓰고 싶고, 뮤지컬 대본도 쓰고 싶고 넘버 가사도 작사해보고 싶다. 열 가지 재주 있는 놈이 저녁 굶는다더니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아무 장르도 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즐겁다! 원래 돈 안 되는 일이 가장 즐겁다고 하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인 이연 님이 하신 말씀인데. ‘무명을 즐겨라’. 내가 언젠가 이름 있는 작가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보겠지. 여기 호응이 안 돼요, 여기 맞춤법 틀렸어요. 이런 내용은 시대 정서에 안 맞지 않나요?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다. 그런 멘트를 하~나도 받지 못하는 지금을 즐기자. 어차피 나는 작가가 될 테니까. 뭘 믿고? 날 믿고!

 가장 중요한 건 완결을 내는 힘이다. 완결을 내야만 투고를 할 수 있고, 투고를 해야지 출판사에서 거절 멘트라도 받을 수 있으니까. 운이 좋으면 내 원고의 어느 부분이 부족한 지 알려주는 편집자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럼 부족한 부분을 다시 보완하고, 글을 고치고 다시 투고하고, 그렇게 백번쯤 반복하면 한 곳 정도는 날 받아주지 않겠어? 모든 건 일단 글을 완결해야 가능한 일이다. 끝맺지 못하고 끝나버린 나의 수많은 습작들에게 안녕을 고하며……. 자, 그럼 오늘도 소설을 써야지. 완결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지. 나는 백수니까, 뭐든 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