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원룸이냐고?

by thinking cloud


처음부터 원룸촌으로 들어올 생각은 아니었다. 소형 아파트나 신축 오피스텔로 들어갈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정은 이러하다. 처음에는 치안상 유리하고 관리가 잘 되고 남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소형 아파트를 알아본다. 그러다가 10평 내외의 신축 오피스텔로 넘어간다. 여의치 않으면 구축 오피스텔, 그리고 다음이 빌라 원룸이다. 높은 이상에서 시작하나 현실은 예산을 벗어나지 못한다.


소형 아파트는 투자를 겸해서 매매 후 실거주 목적으로 알아봤으나 눈만 뜨면 오르는 데다 20대를 시행착오로 보낸 마당에 애초부터 그만한 목돈이 어디 있었겠는가.

단, 오피스텔은 꽤 진지하게 염두에 두었었다. 빌라보다는 규모가 크고 깨끗하면서 교통의 요지에 자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희망동 원룸촌에서 큰길 하나만 건너도 쇼핑, 맛집, 병원, 교통 인프라를 갖춘 번듯한 오피스텔 건물이 몇 군데 있다. 하지만 월세에 다리가 떨렸다. 보증금 천만 원에 월 50만 원이 기본. 보증금 1천만 원씩 올라갈 때마다 월세 3만 원을 줄여줬는데, 오피스텔 자체가 수익형 부동산이니 주인이 보증금을 올려 월세를 줄이기보다는 그 반대를 선호했다.

오피스텔은 월세 외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도 만만치 않았다. 관리비와 세금이었다. 아파트 관리비처럼 오피스텔도 관리비가 있다. 같은 실평수 기준이어도 전용면적 비율이 적은 오피스텔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많이 나온다. 전기와 냉, 난방비 도시가스 비용도 별도다. 이래저래 한 달에 방 관련으로만 65만 원~70만 원 정도를 지출하게 된다는 계산이었다. 월급을 실수령액 200만 원으로 쳐도 35%가 넘는다. 식비 약 50만 원에 휴대폰 요금 5만 원, 출퇴근 차 기름값 10만 원. 기타 등등의 생활유지비를 최소한으로 쳐도 한 달에 50만 원을 저축하기 힘들 전망이었다.

오피스텔의 구조도 문제였다. 집을 알아볼 때 두 군데의 오피스텔에 가보았다. 한 군데는 복층 오피스텔이고, 다른 곳은 일자형이었다. 일자형은 구조가 간단했는데 주방 일체형이라 거실에서 먹고 자고 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공간 분리가 안 되어 집중이 되지 않았다. 복층 오피스텔은 아무래도 다락이 있으니 수납이나 공간 활용 부분은 좋아 보였으나 다락을 침실로 쓸 경우 밤에 화장실에 자주 가는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1층을 침실로 쓰면 주방 분리가 안 되는 것은 일자형과 똑같고 다락은 그냥 창고화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방에 그런 부담스러운 월세를 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희망동 원룸촌의 원룸은 현재 40만 원 전후, 관리비는 없거나 5만 원 안쪽이다. 심지어 건물주가 보증금 조정 딜에 잘 응해준다. 8년 전 원룸촌에 처음 왔을 때는 30~35만 원 전후가 보통이었다. 오피스텔을 보고 나서 독립의 높은 벽에 약간 상심했던 나는 희망동 원룸촌의 월세 시세를 듣고 그만 마음이 푸근해지고 말았다. 현재 나는 보증금 1,500만 원에 월 28만 원짜리 원룸 월세에 거주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아파트에서 독립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축하한다. 자신의 은혜로운 환경에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그 정도 괜찮은 조건으로 독립을 시작하는 인구가 몇이나 될까. 원룸 촌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사정은 비슷할 터다. 묘하게 꿈틀대는 동지애가 든든하면서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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