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사진관 제3화: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모두의 사진관. 제3화 'Fashion을 위한 Passion'에서는 국민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을 만나 그들의 비전과 꿈과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우리는 사회에서 정해진 큰 틀 안에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학교를 졸업함으로써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희망한 한 해를 시작하게 될 이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저에게 의상 디자인 전공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어렸을 때 브라질에서 살았는데 그때 만났던 두 친구의 부모님들 모두가 패션업계에서 종사하셨습니다. 친구들 집에 자주 놀러 다니면서 그분들이 하시는 일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 환경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아름다운 것들을 만드는 것이 저에겐 당연한 일이 되었어요.
졸업 패션쇼 당일 새벽까지 옷을 만든 건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쇼 전날에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집에 가서 쉬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부족한 부분들이 보여서 갈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계획했던 시간인 오후 10시보다 훨씬 늦게인 새벽 5시가 돼서야 끝낼 수 있었어요. 마지막까지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 우울했지만 같이 작업하던 많은 친구들이 있었기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당시를 회상하면 아찔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Never limit your potential'로 자신의 역량에 한계를 짓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 신뢰란 모든 일의 기초라고 생각해요. 본인을 믿지 않으면 그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결과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과거의 저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었어요. 시작도 하기 전에 압도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생각을 바꿔 모든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마음먹으니, 정말 신기하게도 뭐든 할 수 있었습니다. 본인의 역량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Voyage to the unknown land'입니다. 미지의 공간으로 여행하는 것을 의미해요. 여기에 미지의 공간이란 제가 상상하는 개인적이고 몽환적인 장소입니다. 현실 세계에 없는 촉감들을 상상했으며 로맨틱한 분위기 등을 독특한 색상 조합과 과장된 실루엣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부족한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인 것들은 학교에서 충분히 배웠으나 실무 경험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들어가서 존경하는 선배님들 아래에서 실무를 쌓은 뒤 해외로 취업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며 사랑하고 살고 싶습니다.
기대되기도 걱정되기도 해요. 학교 커리큘럼을 벗어나서 제약 없이 저의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 반면에 작업을 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서 스스로 객관적이 판단이 불가할 때가 있는데, 그러한 과정들을 객관적으로 점검해주는 학교라는 공간의 부재가 다소 걱정되기도 합니다.
와이드한 핏의 옷들을 좋아해요. 남들과 조금 다른 것은 신상품보다는 2000년대 초반 과거의 컬렉션 옷들을 찾아서 구매해 입어요. 저에겐 그때의 옷들이 새롭게 느껴지거든요. 예전의 컬렉션들은 제가 사고 싶다고 바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찾는 과정을 즐깁니다. 사실 패션이라는 큰 사이클은 항상 과거의 것이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고 반복되며 조금씩 디벨롭되면서 전개되는 것 같아요. 또한 요즘은 트렌드가 파편화되면서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입으니까 저 또한 저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고 있어요.
'Future in my mind'입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미래를 보여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제나 이상적인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그 디자인에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과 가치관 또한 디자이너의 생각을 표현하죠. 이처럼 많은 것이 내재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작업을 통해 제 마음속의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모아 자신만의 새로운 낙원을 만들려는 여행자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미래적이지만 과거적이고, 아름답지만 어색하고, 가득 차있지만 미완성인 낙원을 상상했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이 각자 있어야 할 위치를 벗어나 인위적으로 모여 아름다움을 잃은 곳. ‘실패한 낙원’이라는 타이틀로 컬렉션을 전개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입사하게 되어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단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뚜벅뚜벅 제 앞 길을 걸어가야죠. 순간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이 업계에 녹아들고 싶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다'라고 아직 결정하진 못하였고,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찾고 있는 중입니다. 성격이 새로운 것에 대해 겁이 없고 낙천적인 편이라 학교를 다니면서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여행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만큼 언어에도 힘써 트렌디하고 글로벌한곳에서 일하며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좋아해서 전시, 공연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편이에요. 저에게 영감은 언제 어느 때 갑자기 오는 것들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쌓여서 생기는 것이거든요. 모든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의상인데, 의상이 전달해 주는 힘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생각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Mark every moment count'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에 어떤 하루도 헛되어 보이지 않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 순간들을 최대한 행복한 현재로 만들고 싶어요.
'Nightmare Blooms'이라는 주제로 아방가르드한 옷을 제작했어요. 악몽이란 꿈의 돌연변이로, 악몽이 나타내는 이미지들은 내면의 일부분들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두려운 존재지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꿈의 돌연변이로서 곰팡이처럼 나를 숙주로 삼아 갉아먹고 피어나는 기괴한 존재지만 꿈속에서 본 몽환적인 광경에 오묘한 전율을 느껴 그런 저의 감정을 옷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많은 패션 잡지들이 예고한 대로 작년에 이은 뉴트로의 변형 및 발전과 쇼트 슈트의 유행도 있겠지만, 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호주의 산불과 같은 환경적 재난, 지구 온난화의 이상기후 현상,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생긴 환경오염 등에 대한 대처로 지속 가능한 패션에 좀 더 힘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1학년 처음 전공 수업으로 '조형 연습'을 수강했어요. 옷의 기본기를 배우기보다는 조형적인 미적 감각을 키우는 수업이었죠. 그때의 저는 옷을 만들 줄 모르는 상태에서 입어 지기만 하는 옷이 아닌 옷을 만들었어요. 가죽 팬츠를 만드는데 재봉을 하는 중 자꾸 원단이 밀려 주름이 많은 옷이 되어버린 거예요. 그제야 가죽은 노루발로 재봉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들 그 옷이 이쁘다고 하는 거예요. '아, 의도치 않는 것도 디자인의 한 부분일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남성복 디자이너가 될 겁니다. 제가 남자인 것도 있지만, 제가 직접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는 게 즐겁거든요. 졸업 후 바로 취업 준비를 하기보다는 제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어떤 곳에 일하고 싶은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거예요. 취업이 힘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급하게 마음 졸여지는 순간도 있지만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게 진정으로 현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Don't lose yourself', '제 자신을 잃지 말자'입니다. 제가 귀가 좀 얇은 편이라 남들의 말이 휘둘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말을 전부 따르게 되면 그건 제 것이 아니게 돼요. 예를 들어, 제가 옷을 디자인하면 교수님들이 조언을 주시는데, 교수님의 말씀은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전적으로 의지한다면 그건 제 디자인이 아니라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 한 것일 뿐이죠. 그래서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언을 반영하는 식으로 진행을 합니다. 제 스스로가 바뀌면 안 되는 거니까요. 제가 뭘 좋아하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Rebellious Youth Cultures'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표현하는 것에서 주로 영감을 얻어 진행하는 편이에요. 저의 뮤즈는 약간 반항적이면서도 우울한 친구들이죠. 그래서 주로 그런 친구들이 나오는 영화, 책, 잡지, 사진전을 자주 찾아보는 편이에요. 이번 졸업 작품은 제가 즐겨 보는 영화 중 하나인 'TRAINSPOTTIONG'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했는데, 이 영화는 대니 보일 감독과 이완 맥그리거 배우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예요. 헤로인에 절어 사는 스코틀랜드 젊은이들의 암울한 초상을 다루었죠. 영화에서 그들의 행동, 무드, 생각, 영상미, 옷의 소재 등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학생이 아니잖아요? 학생이라는 신분이 없어지는 건데 솔직히 좀 무섭기도 하고 홀로서기를 해야 되는데 걱정이 돼요. 하지만 이제부터 어떤 것을 하든 '국민대학교 학생'이 아니라 제 이름으로 하는 거니깐 기대도 되고요. 확실한 건 1년 후던, 몇십 년 후던 저는 디자인을 계속하고 있을 거라는 거예요. 옷이 좋거든요. 세월이 흘러도 재미있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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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조유미, 이현수
포토그래퍼 민철기
웹디자이너 이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