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대부분 업무적인 통화가 많다. 더 정확히는 업무 외의 전화 같으면 받지 않고 사적인 전화는 걸려고 시도조차 않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해야 할 것만 하고 덜어낼 건 덜어내는 것이 마음과 몸이 편하다.
오늘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업무적인 전화이기에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통화 내용 중에는 일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또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근래 나의 근황을 좀 악의적으로 전달한 직장동료가 있는 듯했다. 복용하는 약 기운의 영향도 있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일에 집중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개인사업자이다 보니 따로 병가를 낼 수는 없고, 원할 때 시간을 가지면 되는 시스템이다. 최근 며칠 간의 휴식을 가졌다. 물론, 출근을 하지 않거나 할 일을 빠뜨린 건 아니다. 사실 나에게 휴식이라 해봤자 할 일을 모두 하면서 그 외의 시간에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의미다.
예전 같으면 모든 걸 다 쏟아서 일했을 테지만,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충분히 그러기는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여행을 갈 수도, 편히 병가를 낼 처지도 안 되었기 때문에 주어진 최선의 방법으로 쉴 수밖엔 없었다. 그러는 사이 타인들은 걱정과 염려를 하는 척하며, 나를 게으르고 문제가 있는 불성실한 사람으로 만들어 험담을 나눴던 모양이다. 정신적으로도 약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수군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내게 알려준 파트너 역시 악의는 없었지만, 그의 말 속에는 “아파도 할 건 해야지.”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럴 때면 ‘힘들다고 이러고 있으면서 이런 소리나 듣는 내가 너무 바보 같네.’라는 생각에 슬금슬금 자책이 올라온다. 믿었던 사람들이 나를 그러한 시선으로 바라볼 생각을 하니 속이 상하기도 한다. 당장 털고 일어나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열정적으로 일하고 그런 욕을 다시는 먹지 않게끔 해야겠다는 생각도 불쑥불쑥 올라온다. 사회는 이렇게 각박하고, 누군가의 아픔을 알아주기에는 자기 삶을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게 현실이다. 어쩌면 아프고 약한 게 죄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이, “그렇다.”일지도 모를 정도로 내가 본 세상은 차갑고 무섭다.
하지만 나의 결론은, 누구를 탓하고 싶지도, 이런 나를 억지로 채찍질하고 일으켜 세우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잘못과 실수로 후회하는 시간,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겨워하는 이 모습도 나이기에 이것을 그냥 덮거나 모른 척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예전처럼 밝은 모습 보고 싶어.”라며 나를 인정해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떠올리면 힘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아프고 힘겹고 무거운 내 감정에 잠시 충실하고 싶을 때, 아니, 솔직히 바로 털어내지지 않을 때. 그 시간을 나에게 허락하고 감당하게 하는 것도 내가 살아가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런 시간을 충분히 거친 후에 다시 그 감정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때 비로소 나는 더 단단해지고 진정성 있는 삶을 쌓아가게 된다. 그때 나오는 나의 웃음과 밝은 면이 나를 기다려주고 진정으로 인정해주는 분들에게 보여야 할 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때때로 많은 일로 인해 힘들고, 쉬어가고 싶고, 나를 돌아보고 싶다. 그 시간을 나에게 충분히 허락해주길 바란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그런 나를 손가락질하고, 험담하고, 나약한 죄인이라 욕할지라도.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니까. 대신 그 감정에 함몰되지 말고, 충분히 다독여주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 충분히 쉬어야 충분히 일어설 수 있다. 그 힘을 충전하는 시간을 나에게 선물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