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글을 씁니다.
제대로 쉰다는 건 어떤 걸까?
새벽 경주마 훈련을 끝내고 나면 수, 목, 금요일 오후는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경기가 열리는 주말에는 하루 종일 경주를 챙겨야 하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새벽 훈련이 끝나고 나면 화요일까지는 공식적인 일정은 없다. 더 정확히는 일주일 중 유일하게 화요일 하루는 쉬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쉬는 날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월, 화요일은 제주도에 간다. 미래의 가능성 있는 경주마 발굴 목적으로 목장을 방문하고 목장 관계자들과의 친분 유지를 위해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월, 화 일정은 제주도에서 보낸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은 평판이라는 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제주도 말 목장을 자주 다녀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놀아도 제주도에서 놀자는 마음가짐으로 가지만 남들은 여행의 부푼 꿈을 안고 가는 곳이 나에게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 씁쓸하다.
날씨가 궂은날이면 목장 방문을 포기하는 날도 가끔 있다. 그런 날이면 호텔에서라도 맘껏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호사를 누리고 싶기도 한데 이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경주마를 위탁 맡긴 마주들은 나는 휴일이 없는 사람으로 아는 것 같다. 심지어 명절 당일에도 전화를 한다. 본인 소유의 말들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전화를 한다. 예전에 휴대폰이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 기계라면 전원 스위치를 꺼버리면 그만이지만 살아 숨 쉬는 경주마는 24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비상연락 시스템은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는 비매너적인 행위는 좀 자제를 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권리 행사겠지만 말이다. 문명의 발달이 편리하고 유익한 점이 많지만 편리한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더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스마트폰 전원을 완전히 꺼두는 것은 과한 직무유기 같아서 가끔은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와이파이만 연결해 주는 소소한 일탈을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똑한 휴대폰은 전화가 걸려오는 벨 소리는 들려주지 않지만 끊임없는 '카톡! 카톡!'소리를 밥 달라 짖어대는 강아지처럼 연발 짖어댄다. 간단히 답을 할 수 있는 문자는 그나마 견딜만 한데 어쩔 때는 말들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하는 마주의 요청이 오면 나의 인내심도 제어가 안될 경우가 종종 있다.
화요일 저녁이다. 나의 휴대폰은 비행기 모드. 확인하지 않은 카톡 메시지는 현재 21개. 오늘은 과한 일탈을 감행할 작정이다. 내일 새벽에 확인을 할 예정이다. 일탈에 대한 대가는 톡톡히 치르겠지만 그 정도 각오는 해야지.
올해는 경마가 휴장도 없이 12월 마지막 날까지 경기를 한다. 경기가 없는 휴장 주간이 한 주라도 있으면 멀리 여행을 가지는 못해도 경주를 준비하는 긴장감과 경주 결과에 대한 심판을 기다리는 불안함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을 텐데, 그마저도 쉼이 허락되지 않는다.
역시나 글로 다 쏟아내고 글쓰기로 여행을 가야 하는 것일까?ㅎㅎ
소소한 나의 일탈 일지로 오늘 글은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