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by 이신우

함박눈이 쏟아지는 토요 경주일. 오늘은 4개의 경주가 있었다. 첫 번 째 경주는 경주마로서 첫 데뷔를 하는 말이었는데 말 주인 역시 생애 처음 소유한 말이 경주에 출전하는 잊지 못할 경주였다. 말 이름은 '비트영웅'.

2세 수말인데 작년 10월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1세 경주마 경매에서 낙찰받은 말이다. 초콜릿 같이 짙은 갈색 털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가진 다부진 체격의 한 살짜리 수말. 요리보고 저리 봐도 맘에 들어 마주님께 부탁을 드려 구매를 하고선 뛸 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 어린 말이 약 1년동안 경주마로 데뷔하기 위해 훈련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오늘 데뷔전을 치르게 되었다. 다행히 해를 넘기지 않고 '비트영웅'이 경주에 출전하는 모습을 마주님께 보여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주님은 멀리 제주도에 사시는 분인데 '비트영웅'의 데뷔전만큼은 꼭 직접 보셔야겠다며 서울까지 오셨다. 그런 만큼 좋은 성적으로 그들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나의 간절한 바람, 내지 욕심도 있었다.


결과는 3등.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 차이는 있겠지만 데뷔전에서 3등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말이면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 경주에서 뛰는 말이 전부 데뷔전인 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한 말보다는 어찌 됐건 능력이 덜 하다는 해석도 가능할 수 있겠다.


'비트영웅'은 1년 동안 지켜본 결과 만숙형의 말이다. 천천히 대기만성할 경주마란 느낌이 강하게 있었다.

비록 데뷔전은 3등(나쁘지 않은 성적임)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난 앞으로 이 친구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경주를 뛰면서 점점 더 강한 말이 될 것이고 잠재력을 서서히 드러 내리란 걸.


경주마를 만나고 직접 훈련을 하고 한 곳을 바라보며 꿈을 함께 이룬다는 것. 때로는 직접 경주마를 타고 달 릴 때, 그와 내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서로의 숨소리에 호흡을 함께 맞추고 체온을 공유하며 경주로를 질주할 땐 형용할 표현이 없을 만큼 환상적이다. 이런 매력이 나를 수십 년간 이곳에 있게 하는 힘인 듯하다. 나는 역시 경주마와 평생 함께할 팔자인가 보다.


다음 달부터 매주 부지런히 제주도에 있는 목장을 다니며 나의 미래열차에 함께 탑승할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지난해, 그리고 올해 2년 동안 나의 본분을 잊고 방황하던 시간은 이제는 더 이상 허락하고 싶지 않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024년 멋지게 다시 일어 설 나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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