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우 Dec 20. 2023

인연

말 수가 적은 사람이었습니다.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늘 저를 먼저 배려하고 아껴주었습니다. 희생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요.

마음의 결이 고운 사람이었습니다.

자로 잰 듯 반듯한 콘크리트 빌딩보다는 고즈넉한, 선이 고운 한옥을 좋아했습니다. 한옥에서 살았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세련되고 화려한 강남의 거리를 걷는 것보다는 한국의 멋이 스며있는 삼청동이나 인사동 길을 좋아했습니다.

루꼴라나 바질이 들어간 샐러드를 좋아하고 으깬 아보카도와 신선한 토마토, 양파와 라임즙이 조화롭게 잘 버무려진 과콰몰리를 좋아했습니다. 술은 와인, 소주, 맥주, 전통주 가리지 않고 술마다 가진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길 줄 아는 애주가이기도 합니다.

전공이 국어교육이라 그런지(그렇다고 직업이 교사는 아님)  만년필로 정갈하게 써 보낸 손 편지는 어떤 베스트셀러 연애소설도 편지의 재미와 감동을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꺼내봐도 설렙니다.

수려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의 이 먹먹함과 슬픔은 어쩌지 못하겠지만 시간이라는 망각의 약물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지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너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