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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우 Dec 22. 2023

엄마의 문자

얼나 전 병원에 방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기존에 처방받은 약을 변경해야겠다고 하셨다. 그동안 불면증으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새로 처방받은 약 덕분인지 잠은 잘 잤다. 취침 전에 먹는 약도 처방이 바뀌었는데 너무 잠에 취해 오히려 새벽 일이 집중이 잘 안되는 부작용은 있지만 일단 처방받은 대로 먹어 보고 다음 병원 방문 때 상의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릴 적부터, 정확히 말하자면 20살이 된 이후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집으로부터 나에게 걸려오는 전화 내용은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많았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큰오빠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께 기생을 하고 있었고 둘째 오빠는 군대 제대 후 조현병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부모님의 보살핌 없이는 안되는 힘겨운 삶은 살고 있다.그런 와중에 엄마는 림프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고 식구들은 엄마의 치료를 부탁한다며 멀리 마산에서 서울에 있는 내게로 엄마를 모셔왔다. 그 후 식구들은 연락이 끊어졌다. 다행히 엄마의 암은 성공적으로 치료가 잘 되었다. 나아야겠다는 엄마의 의지와 꾸준한 치료 덕분에 다행히도 완치 판정을 받아서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잘 지내신다. 당시에는 슬픔과 억울함에 질식당할 것도 같았는데 시간은 참 많은 것을 해결해 주는 것 같다. 이렇게 그때 일을 덤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걸 보니. 그 와중에 큰오빠는 내가 마련해 준 직업이 적성에 잘 맞는지 지금까지 만족해하고 단란한 가정도 꾸려 성실하게 잘 살고 있다.


낮잠을 잘 자는 편은 아닌데 근래 들어 낮잠을 자는 횟수가 늘었다. 오늘도 낮인데도 불구하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카톡 문자가 오는 진동 소리에 비몽사몽 상태에서 잠시 눈을 떴다. 우리 가족은 서로 통화나 문자로 안부를 묻거나 하는 일이 드물다. 일반적으로 가족들이 주고받는 평범한 일상 속의 안부 인사가 내게는 조금 낯설다. 나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은 서로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


엄마가 카톡 문자를 남기셨다. 전화나 문자를 잘 하지 않는 사이인데(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님) 확인을 바로 하지 않고 한참 뒤에서나 확인을 했다.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받아지지가 않는다. 한 번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가족들에게 날선 말로 상처를 준 기억도 있다. 언제 적 했던 말인데 그 말이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는 듯 보였다. 누군가를 통해 내 근황을 들었는지 엄마의 문자 내용은 추운데 잘 지내고 있냐는 단순 안부 문자였지만 그 속에 많은 걱정과 궁금함이 느껴지는 문자였다. 답장은 아직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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