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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우 May 12. 2024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

누구나 살면서 슬펐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슬픈 기억들은 대부분 상실이나 이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수많은 상실과 이별의 기억이 있다. 이별은 연인과의 이별일 수도 있고 동료의 죽음, 가족의 죽음일 수도 있다. 수많은 슬픈 기억 중에 잊지 못할 가슴 아픈 이별이 떠오른다. 2022년 10월 7일. 잊지 못할 날이다.


2008년 3월 15일에 태어난 강아지 ‘루니’. 나는 그해 5월 1일 여의도 공원에서 루니를 만났다. 루니의 여러 형제와 함께 만났는데 그중에 루니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나는 단번에 그 눈빛에 끌려 루니를 입양했다. 짧은 네 다리에 산처럼 쫑긋 선 두 귀.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는 까만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 같았다. 온몸의 털은 청록빛이 돌 정도로 새카만 아이였다. 그녀는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의 가족이 되어 어디를 가든 함께했다.

루니는 아기 때부터 차를 자주 타고 다녔다. 그래서 그런지 어쩌다가 차를 타게 되는 강아지들이 하는 멀미를 루니는 해본 적이 없다. 차를 타고서도 운전에 방해가 되게 짖거나 요란스럽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보조석이든 뒷좌석이든 목적지까지 조용히 창밖을 구경하며 마치 말 잘 듣는 어린이처럼 그렇게 어디든 얌전히 우리를 따라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내 휴가를 갈 때도 루니는 한 번도 동행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제주도 여행까지 동반했으니 말이다. 루니가 제주도 여행을 갔을 즈음에는 해변에 강아지 금지라는 규제가 없었다. 지금은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해수욕장이 굉장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루니와 함께 뛰어놀던 제주도 한림 해수욕장. 그때의 영상과 사진을 보면 지금도 그리움에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른다. 루니가 태어났을 시기만 해도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없어서 지금처럼 좋은 화질의 사진을 남기기가 쉽지 않았다. 아쉽게도 아기 때 사진은 많이 남겨놓지 못했지만, 수년이 흘러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한참 루니가 활발하게 뛰어놀던 시기의 장면들이라도 카메라에 남겨놓을 수 있어서.


루니의 병은 갑작스럽게 알게 되었다. 아픈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야 병세를 발견한 것이다. 2022년 6월에 갑작스럽게 루니가 쓰러져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이미 암세포가 장기 내에 이곳저곳 번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3개월 정도 살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수의사로부터 듣게 되었다. 나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무엇보다 말 못 하고 고통을 견뎌냈을 루니에게 미안해서 그녀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4개월 후 10월 7일, 루니는 우리 가족 품에서 떠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다는 것. 그 상실의 슬픔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는다. 그 빈자리가 익숙해져 갈 뿐이지. 여전히 하루라도 루니 생각을 하지 않는 날이 없다.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은 던킨, 깐부라는 두 마리 반려묘와 함께 지내고 있다. 언젠가는 이 친구들과도 헤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든 사람과 동물 사이든, 함께 정을 나누고 추억을 같이한 상대방과의 이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다. 그리고 그 상실의 아픔은 잊히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누군가와의 만남도 계속되겠지만 다양한 경험 속에도 영원히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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