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뉴스를 통해 유명인이 부모와의 갈등 문제로 이슈가 된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대부분 재산상의 문제로 갈등을 빚은 사건들이다. 비단 유명인들뿐일까. 드러나지 않지만 재산이나 그 외 많은 문제로 인해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 가족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한때는 부모님과 형제 사이에 갈등이 있었기에 그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부모님의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가족은 대체로 혈연, 혼인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이다. 또한 가족은 ‘부모·자식·부부 등의 관계로 맺어져 한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이며 어떤 사회·시대에나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 가장 먼저 가족이라는 구성원에 자연스럽게 속하게 된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 가족이 아닐까 싶다. 역설적으로는 가장 믿고 편안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족들 사이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을 텐데, 많은 경우 그 부분을 간과하기도 한다. 특히 가족 구성원 자체가 각자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때는 큰 갈등이 없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나의 경우 독립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가족 구성원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많이 했다. 한편으로는 나라도 가족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했다. ‘나만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있구나.’ 싶어 꽤 긴 시간 가족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또한 어릴 적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린 시절 내내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부끄러워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남들처럼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아버지의 기대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나의 기억 때문에 오랜 시간 아버지에 대한 증오감정이 있었다. 그런데도 가족이 힘들 때면 어김없이 경제적인 요청을 해오니, 그때마다 많은 분노와 억울함이 생겨났고, 그 감정은 오래도록 내 안에 잠재해 있었다.
이제는 좀 형편이 나아졌지만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해도 가족에 대한 나의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연일 가족 간의 갈등으로 많은 유명인들이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서 새삼 이런 생각이 다시 떠올랐고, 최근 본 하나의 프로그램이 나의 심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본 프로그램인데 바로 이효리와 이효리 엄마가 함께 나오는 <엄마, 나랑 둘이 여행갈래?>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가족의 의미와 부모님의 존재 의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효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인기 스타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그녀가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각자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부모님 곁을 떠나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 경제 능력을 갖추면서 가족에게 희생을 당한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리고 부모님, 특히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나이가 40이 넘어서도 좀처럼 아버지를 좋게 여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내 어린 과거의 기억이 나에게 너무 큰 트라우마를 만들었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어. 나중에 반드시 아버지로부터 사과를 받아내야겠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믿고 의지하는 친구에게 이 진심을 털어놓았다. 꼭 사과를 받고 싶다고. 용서를 받고 싶다고. 그런데 오히려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한 대 쾅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가 용서를 빌기를 바라고 너에게 사과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 사람 머리에 총을 겨누고 협박은 하는 것과 같다.”라는 것이다. 그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너를 사랑했을 거라고. 단지 그 방법이 어떤지에 대해 알지 못해서 아니면 그 시대, 그 시절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마도 아버지 역시 그 부모로부터 사랑받는, 사랑을 주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의 얘기를 듣고 난 이후 정말 거짓말처럼 부모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그들도 가엾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늘 내 편이 되어주는 부모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 어릴 적 학대받은 경험, 사랑받지 못했다는 기억으로 인해 늘 상처와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갈등의 골이 가족으로부터 만들어졌다는 것. 아마 이것은 누구에게나 가장 힘들고 슬픈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 가족이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닐까.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고 학대받았다는 사실은 설령 진실일 수도 있지만 내가 만들어낸 기억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똑같은 일을 겪었어도 그것에 대해 그 당시의 가지는 감정과 생각은 각각 다를 수 있다. 그때의 시각이 아닌 지금의 ‘나’로서 다시 그들을 바라보았을 때 가지는 감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근래 들어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대화를 했을 때 ‘내가 이토록 사랑받는 존재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그동안 나에게 처한 상황 때문에 그리고 그 시절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서로 오해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다시 되돌아봐야겠다.
부모라는 존재는 자신의 일부이다. 그 일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단지 그 방법에서 서로 오해가 있을 수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