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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여공작소 Mar 01. 2017

넥타이 매고 싶은 세대

밥벌이의 고단함, 절실함

2017.03.01.




작가 김훈은 <라면을 끓이며>에서 밥벌이의 고단함을 토로했다. 그것은 '먹고사는' 행위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이면서 내 한 몸의 무게 - 때로는 가족 몫까지 - 를 견뎌내기 위한 노동에의 절박한 외침이었다.


그의 토로는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라는 힘차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글픈 외마디로 시작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밥벌이에는 '행복'도 있지만 동시에 '비애'도 있다. 그 비애란 인간이어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는 밥벌이의 고단함, 노동 행위의 피로, 어려움이다.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 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 P.71~72


유튜브 딩고 채널에서 재미난 영상 하나를 봤다. 면접을 앞둔 한 취업 준비생이 넥타이를 못매 주변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내용이었다. 취업 준비생은 그의 아버지 뻘 되는 아저씨에게 어머니 뻘 되는 아줌마에게 삼촌 뻘 되는 형에게 넥타이 좀 매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물론 설정이겠지만) 시민들은 넥타이를 손수 매주면서 면접 잘 보라고 긴장하지 말라고 잘 될 거라고, 그에게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SIpD6LI2rGg


"아, 밥벌이의 절실함!! 밥벌이 조차도 하고 싶은 우리 세대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비록 고단할지언정 밥벌이를 그렇게도 감당해 내고 싶어 온갖 스펙이란 스펙은 다 쌓는 우리 세대는, 울고 싶다. 어떻게든 근사한 넥타이를 매고 싶은 이 세대는 누구의 탓도 하지 않은 채 여태껏 버티어 왔다.


그러나 이 버텨옴을 생색내진 않을 터이다. 버텨왔고,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는 버틸 것이므로 징징거리지도 않을 터이다. "조금만 더. 아직 부족해"라는 윗세대의 말을 채근이 아닌 진정 어린 조언으로 받을 터이다. 최소한 내가 만났던 주변의 '어른다운' 어른들은 요즘 세대의 부족함을 꾸짖기보다, 그 부족함에 함께 고민하고 공감했다. 물론 그것이 100% 완벽한 공감은 아니었을지라도 세대와 세대가 적이 되어 서로를 증오한다면, 문제 해결은 오히려 더 요원하다.


같이 어려워지는 사회 환경 앞에서 함부로 누구를 탓하기만 하거나 혹은 자괴감에만 빠져 있고 싶지는 않다. 넥타이를 매달라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그리고 그 도움에 흔쾌히 응해주었던 여러 마음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보듬고 아끼고자 하는 마음. 밥벌이의 고단함과 절실함을 풀 '첫시작'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사회 적폐 청산, 구조 개혁,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거창한 담론도 중요하지만 위와 같은 따뜻함이 우리 사이에 먼저 확산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그리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밥벌이의 고단함과 절실함을 '함께' 풀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김훈은 다음의 구절로 글을 끝맺는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P.73


넥타이를 매고픈 우리 세대야. 함께 힘내자. 우리 세대 뿐 아니라 다른 세대와도 함께 마음 모아 밥벌이의 고단함, 절실함이라는 놈과 한번 대차게 맞붙어보자. 무슨 특별한 도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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