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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조 Mar 17. 2020

젊게 늙고 싶다는 바람 하나

동안의 비결은 마스크? 

 지난주 어느 저녁, 텔레비전에서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남편은 컴퓨터로 임성훈 나이를 검색해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남편은 정말 대단하지 않냐면서 임성훈 씨가 50년생이라는 말을 했는데 나는 선입견이 있었는지 그 말을 임성훈 씨가 50대라고 들어버렸다. 


 "그럼 50대는 됐겠죠. 저 프로 한 지가 몇 년째인데."

 "아니, 1950년생이라니까요? 지금이 몇 년이에요?"

 

 남편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내가 꽤나 답답한지 지금이 2020년 아니냐고, 부모님이 몇 년생이냐고까지 물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나는 화면 속 임성훈 씨의 얼굴을 다시 바라봤다. 헉, 이 분이 70대라고? 


 "그렇다니까요. 임성훈이 70대고, 박소현이 50대래요."


 다른 내용을 방송할 필요가 있을까. MC들의 모습 그 자체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였다. 박소현 씨야 이전부터 동안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 옆에 있는 임성훈 씨의 나이가 정말 믿기지 않았다. 70대라니, 세상에 이런 일이! 


이 분들이 70대와 50대라니, 세상에 이런 일이! 





 앞머리를 일자로 자르고 학교에 갔던 방학의 어느 날, 교감 선생님이 갑자기 내 나이를 물어보셨다. 언제부턴가 나는 나이를 물어보는 질문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별것도 아닌데 대답을 안 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대답을 하기도 전에 덧붙이시는 말씀이 '몇 살인데 그렇게 어려 보이냐'는 내용이었다. 고등학생 같다고.(ㅎㅎㅎ) 뭐 어떤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그냥 기분이 좋았다. 감사하다고 대답을 하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 남편과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남편은 뒤집어지며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엄마는 너무 안 꾸미고 다니는 게 아니냐고 오히려 걱정의 말을 덧붙이셨다. 내 모습을 보니 쌩얼에 후드티, 두꺼운 패딩, 그리고 중요한 것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얼굴의 절반 이상이 마스크로 가려져 있고 일자 앞머리에 눈 밖에 안 보이니 그래, 고등학생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동안의 비결은 마스크? 


 얼굴이 가려져 있었든 아니든 고등학생 같다는 말은 하루 종일 나를 들뜨게 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10대 시절,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이제는 나이를 나누기해야만 갈 수 있는데 이런 말을 듣다니! 그리고 좋아서 들뜬 내 모습을 보면서 명백한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의 나는 그 어떤 말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것, 그 이유는 실제의 내가 어느새 적지 않은 나이를 먹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 


 중학교 아이들은 '초등학생 같다'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실제로 버스 기사 아저씨가 자기를 초등학생으로 봤다면서 화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몇 번이나 봤다. 돈을 적게 냈으면 좋아할 만도 한데 중학생이 된 자신이 초등학생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그저 자존심이 상하나 보다. 생각해 보면 나도 대학생 때까지는 어려 보인다는 말이 그저 싫었던 것 같다. 대학생에게 고등학생 같다는 말은 왜 그렇게 아직도 촌스럽냐는 말이라고 비약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대학교 3, 4학년이 되었는데 1학년 같다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발령받았을 때만 해도 원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그저 어려 보이고 싶고, 어려지고 싶을 뿐이었다. 


 동안을 위해서는 피부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선가 그런 얘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가 얼굴에 주름을 만든다는 걸 알고 주의하려 하지만 자다가 정신을 차려 보면 또 옆으로 얼굴을 짓누르고 있다. 선풍기 바람, 에어컨 바람을 얼굴에 직통으로 쏘이면 피부에 치명적이라는 걸 알고 주의하려 하지만 더워서 견디기 힘든데 피부 관리 따위야 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만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해야 좋다는데 추워서 소름이 돋아 어쩔 수 없이 또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한다. 대신 지금 이 순간 물을 한 잔 마신다. 




  노화는 자연의 순리, 어쩔 수 없는 것이건만 많은 이들은 이를 거스르고 싶어 한다. 실제로 여러 곳곳에서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라면 그냥 따라야 하지 않을까. 주름이 생기면 주름진 대로, 피부색이 칙칙해지면 칙칙해진 대로, 대신 내면에서 아름다움이 우러나오는 사람이 되어야지. 오래전부터 이렇게 생각해왔지만 나 또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싶은 바람이 마음 한 구석에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나 보다. 


 젊게 늙고 싶다. 내 행동과 태도 하나하나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있다. 단순히 피부 관리뿐만이 아니라 젊은 마음과 태도를 언제까지나 가슴에 품고 늙어가고 싶다. 그렇다면 젊음이 내면에서 우러나오지 않을까. 임성훈 씨에 대해서 더 궁금해진다. 


페이스 요가, 따라 해 보세요.   @뷰티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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