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 나이트, 선과 악에 대해 논하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 등장하는 조커는 원하는 것이 없는 악랄한 악당이다. 보통의 악당이 원하는 물질이나 재화에는 관심이 없다. 세상의 권력에도 유명세도 관심이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세상의 정의를 외치는 깨끗한 인간도 극단의 상황 앞에서 악을 드러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정의로운 인간이 세상의 끝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영화 속 배경인 고담시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범죄율과 부패가 판을 치는 타락한 도시다. 배트맨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채 사회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 존재한다. 그가 바라는 것은 배트맨의 존재가 필요 없는 그 날까지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청첩장이 날아온다.
"당신이 마스크를 벗고 세상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 하루에 한 명씩 사람을 죽이겠소."
조커는 배트맨의 마스크를 빌미로, 아무 죄 없는 인간을 죽이기 시작한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배트맨을 결국 자신의 존재를 밝힐 결심을 한다.
그러나 배트맨이 자신의 존재를 밝히려는 순간 나선 이는 고담시의 검사 "하비 덴트"였다. 그는 사회에 배트맨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고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나 조커는 하비 덴트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한다. 바로 배트맨의 사랑하는 여인인 레이첼과 하비 덴트를 각각 다른 방에 감금시킨 뒤, 배트맨에게 둘 중 한 명을 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한쪽을 선택한 동시에 다른 한쪽은 불과 함께 폭파하여 사라질 운명에 처하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레이철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 곳에 존재한 인물은 바로 하비 덴트였다. 그리고 건물을 빠져나오는 순간 폭파한 화염 속에 하비 덴트는 반쪽 얼굴을 잃게 된다. 그때부터 한 쪽 얼굴과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하비 덴트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고담시의 떠오르는 영웅이었던 그가 극단의 순간에 복수심에 불타게 된 것이다. 자신의 삶을 망쳐버린 배트맨과 자신을 납치한 경찰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한 그는 복수를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선의 백기사로서 존재했던 그의 타락으로 인해 조커의 목적은 달성된다.
그리나 영화에서 주는 반전은 다른 곳에 있다. 계속해서 경찰과 배트맨을 고난의 상황으로 빠트리는 조커는 급기야 고담시를 소유하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두려움을 느낀 시민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 도시를 떠나려고 하기 시작하고 도시는 난잡해진다. 터널과 다리를 조심하라는 조커의 선언으로 인해 시민들이 도시를 빠져나갈 방법은 배를 통해 이동하는 방법만이 남게 되자 경찰들은 죄수들을 먼저 이동시키기를 명령한다.
혹시라도 조커와의 연합으로 도시를 더더욱 위험에 빠트릴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항구를 벗어난 배는 두 척이었다. 제한된 인원만 타게 된 배에는 한쪽에는 죄수들과 소수의 간수, 다른 한쪽은 일반 시민들이 탄 쪽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조커의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된다.
"12시가 되기 이전에 전폭 장치를 누르면 다른 편의 배가 폭파된다. 그러나 12시 이전에 두 편의 배 중 한 배가 폭파장치를 누르지 않으면 두 배가 모두 죽는다"
처음 시민들은 온갖 나쁜 짓을 행한 죄수들이 죽어 마땅하다며 어서 빨리 전폭 장치를 누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의견은 투표에 반영된다. 그리고 과반수 이상의 투표 결과로 인해 전폭 장치를 누를 선택권이 더욱더 넓어졌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10분인 순간에도, 5분인 순간에도 양 쪽의 배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결국, 12시가 되는 순간에도 양 쪽의 배는 전폭 장치를 누르지 않은 채 죽음을 기다린다.
극단의 상황에 있을 때 인간의 이기심이 발동하여 상대를 죽일 거라는 조커의 예상이 비켜간 순간이었다.
결국 영화는 도시의 영웅이었던 하비 덴트의 타락과 부패를 통해 인간의 선과 악이 얼마나 얇은 종잇장과 같은 지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선에 대한 믿음을 지킨다. 공동의 선이 극단의 상황에서도 변치않음을, 공동의 선이 사회를 정의로 이끌 수 있다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극적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