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다 내려놓은 게 아니라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잠시 손에서 내려놓고 있는 것뿐이다.
안 들리는 척,
안 보이는 척,
모르는 척.
사실 이게
가장 에너지가 많이 드는 선택이라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젊을 때는
삶이 너무 빠르고 치열해서
느낄 틈도 없이 지나가버렸고,
그래서 놓치는 게
오히려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속도가 느려진 대신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이는
나이가 되었다.
표정도 보이고,
말의 결도 들리고,
그 뒤에 숨은 의도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몰라서 상처받는 게 아니라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해서
더 힘들어진다.
이게 어른의 삶인 것 같다.
선택지가 늘어난 삶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침묵이
늘어난 삶.
그래도 이건
아직 내 안에
감각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모른 척할 필요조차
없을 테니까.
지금 내가 힘든 이유는
약해져서가 아니라
너무 정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걸 해결하려 하지 않기로 한다.
정리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냥 이 말만
조용히
인정해 본다.
아, 나는 지금 힘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