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하는 글쓰기 리추얼 Day7
작품 : The Bellelli Family (1858-1867), Edgar Degas
어머니는 강합니다. 벨렐리 가족 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도 어머니가 참 강인하십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머니의 존재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다음에는 어머니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첫째의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인형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경직되어 보이는 느낌이 마치 K 장녀로 자란 저를 보는 듯 해서일까요? 가운데 둘째처럼 보이는 소녀의 모습은 늘 막내이고 싶었던 제 바램이 담긴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한 발도 감춰져서 보이지 않고 무언가 첫째보다는 자유로운 느낌. 그리고 아빠와 엄마를 연결하는 존재같이 느껴지네요. 이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발레리나들의 그림으로만 기억되었던 드가의 작품이라고는 처음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제목을 보지 않고서도 한 가족의 그림이구나 싶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가 자라난 환경의 가족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저 역시도 그림 속 어머니처럼 강인한 어머니 아래서 자랐고 맏이로 컸기 때문에 많은 책임감과 함께 바르고 타의 모범이 되는 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림 속 첫째 아이의 가지런한 두 손 모음처럼 늘 흩으러지지 않고 가지런한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아야 했죠. 모범생이라는 수식어는 늘 붙어다니던 꼬리표 같아요.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도 비슷한데, 그러한 어머니의 영향력에 대해서 크게 관여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는 많이 바쁘시기도 하셨구요.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고,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그리고 집에서도 큰 문제없이 잘 자라서 주변에서는 EBS가족이라고 불렀지요. 제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구요. 모든 가족은 이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커서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보여지는 것만큼 간단한 역동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인내들이 모여서 그러한 아름다운 가족의 풍경이 만들어졌던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보아요. 그리고 모든 가족들은 저 마다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EBS 가족이라는 프레임이 올바른 것도 아니고 요즘은 더 다양해진 가족의 형태만큼이나 가족을 수식하는 말들도 더 다양해진 것 같구요.
그래서 누군가의 모범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도, 가족 간의 사랑과 형제간의 우애 그리고 구성원으로서의 위치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제는 예전의 '모범'이라는 수식어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책임과 사랑이라는 가훈 만큼이나 중요한 가족의 가치이기는 한 것 같아요.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강인한 어머니로부터 많이 독립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참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종종 제가 결혼해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다면 난 어떤 어머니가 되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강인한 어머니를 둔 첫째딸로서 사는 것을 한 번 돌아보게 되고, 그 여정들에 대해서 막내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책임감과 무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밤이네요. '모범'이라는 글자로부터 벗어나서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모든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면서요.
Day7_해설
�화해하는 글쓰기 Day 7 - 21. 7. 20.
사진이 없던 과거에는 가족 초상화가 많이 그려졌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현대의 가족 사진처럼 얼굴에 웃음이 만발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는데요. 오늘 소개할 작품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벨렐리 가족>이라는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드가’가 자신의 고모 가족의 초상화를 그린 것입니다. <발레리나의 화가>로 유명한 드가는 이 작품에서 가족들 간의 심리적 긴장감을 생생히 드러냈습니다.
아버지는 옆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얼굴에는 대부분 그림자가 져 있고 허리를 굽힌 구부정한 모습입니다. 함께 모여서 당당히 정면으로 몸을 향하고 있는 어머니나 딸들에 비해 존재감이 아주 약합니다. 드가는 아버지를 다른 가족과 떨어뜨려 귀퉁이로 밀어내고, 어머니가 화면을 압도하도록 그려냄으로써 가족 안에 존재하는 대립과 힘의 관계를 표현했습니다.
드가의 고모인 라우라와 언론인이었던 고모부 젠나로 벨레리의 결혼은 정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집을 자주 비웠고 자신의 일 외에 가정을 돌보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던 젠나로에게 아내와 아이들은 정을 붙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두 딸은 어머니와 가깝게 위치함으로써 이들이 어머니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딸들, 그리고 아버지 사이의 거리는 이 가족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거리를 보여줍니다. 부부의 완전히 엇갈린 시선은 이 부부가 서로 너무나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 결혼이 실패했다는 것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그나마 화면 중심에서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걸터앉은 침착한 표정의 둘째 딸이 부모님 사이에서 중립의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드가는 고모 라우라 벨릴리의 초대를 받아 1858년 여름 피렌체를 방문했습니다. 드가가 머무는 동안 벨렐리 가족의 불행은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드가는 미화되거나 포장되지 않은 이 가족의 현실 그대로를 냉철하게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이 저에게는 왜 위로가 되었던 걸까요. 나이를 좀 더 먹으면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가족들에게는 사진 한 장에 담기 어려운 저마다의 긴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때로 어떤 이야기는 너무나 아프고, 아무리 행복한 가족이라도 작품처럼 서늘한 갈등의 순간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