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_less or unless

화해하는 글쓰기 리추얼 Day1

by SashaPark

작품 : Nameless and Friendless (1857), Emily Mary Osborn


그림 한 가운데 서 있는 여인은 고개를 사선으로 떨구고 자신없는 눈빛으로 자신의 그림을 보고 있는 누군가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주변에 여러점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아, 이곳은 그림을 파는 상점이고,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은 이곳 주인인 것 같다. 표정을 보니, 이런 곳에 처음 왔거나 여러번의 좌절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될 만큼 누군가의 평가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고 불안하고 초조한 것 같은 여인의 마음이 그녀의 손끝에 걸린 실들의 긴장감 만큼이나 애처롭다. 다행히 그녀 옆에는 그녀보다는 당당해보이는 작은 소년이 그녀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흰 머리 아저씨의 시선이 참으로 도도하다. 묘한 권력 관계가 느껴지는 이 상황에서, 그녀 뒤에 있는 두 남자의 시선도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그림을 본 흰 머리 아저씨는 그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이 작품의 제목은 Nameless and Friendless [이름도 없이, 친구도 없이]이다. 오늘은 리추얼 첫 날이라서 그림의 제목을 먼저 보았는데, 다음에는 먼저 그림을 느끼고 제목을 한 번 상상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외국어를 전공해서 그런지 글자의 라임부터 눈에 들어온다. 'less'라는 단어가 명사에 붙어서 그 존재를 사라지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단어였다니... 보통 더 적게라는 의미로 썼던 단어인데 그것이 아닌 아예 온 세상에서 그 존재를 없애는 단어의 위력앞에 속수무책이 되어 버린다. 새삼 less도 그것을 두배로 증가시키는 and도 공포스럽게 절망적으로 다가온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만이라도 내 편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세상에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 무명씨로 존재감 없이 그리고 날 지지해주는 아무도 없이 버티는 상황은 얼마나 외롭고 고독할까. 그림 속 여인의 떨구어진 고개만큼이나 무겁고 우울하다. 저 공간에서도 왠지 그녀의 존재만이 덩그러니 주변과 연결되지 않은 채 곱게 두른 망토안에 조심스레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자신의 그림을 평가받는 기다림이라니. 마치 지금 논문 심사를 기다리는 내 자신의 마음과 연결이 되어서, 여인의 웅크림이 더 소심하고 수축되어보인다. 그녀도 나처럼 처음이라면 더 어렵고 또 낯설고 자신의 그림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번의 인정의 경험을 통해 여인도 또 나도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이름도 생기고 더 많은 친구들과도 연결이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의자 옆 검은 우산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비가 왔었던 것 같다. 문 밖을 보니 사람들이 우산 없이 다닌다. 비가 멈춘듯 하다. 아직은 흐린 회색 구름 사이로 파아란 하늘이 살짝 보이는 듯 하다. 그녀가 홀로 오래 마주했던 고독의 시간에 종지부를 찍고, 이제는 저 문 밖을 들어올 때랑은 반대로 환하게 웃으면서 비온뒤 무지개를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는 아저씨의 표정이 긍정도 부정도 아닌 호기심이 있는 표정으로 내게는 다가온다. 그럼 긍정의 답을 한 번 기대해볼까? 이 그림의 제목에 담겨져 있는 존재감을 없애버리는 무시무시한 less의 앞에 un을 붙여 unless 를 만들어보자. 그녀가 스스로 용기를 잃지 않는 한... 그리고 누구의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 나가는 한 그녀는 그녀로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동생으로 보이는 작은 소년만이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친구들과 지지자들이 생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느끼면서 이 그림의 결말과 나의 현실 모두에 간절한 기도를 담아본다. 세상의 인정과 평가에 보다 더 당당해지기!


평가 앞의 불안한 마음을 이제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자신감으로 바꿀 시간이야!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unless) 포기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sticker sticker

____________

Day1_그림 해설.

작품 정중앙에 불안해 보이는 한 소녀가 보입니다. 머리에 쓴 검은 모자와 검정 드레스는 그녀가 최근에 상을 치렀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손에 결혼 반지가 없는 것을 보아 부모님을 여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동생과 함께 화방에 자신의 그림을 팔러 와 있습니다.



차가운 표정으로 그림을 보는 도매상은 작품을 맘에 들어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소녀는 작품이 팔리지 않을 것이란 예감 때문인지 불안한 시선으로 손뜨개 실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떨궈진 시선과 힘없는 손짓이 안쓰럽습니다.



타들어가는 소녀의 마음과 달리 가게 안은 다른 세상입니다. 뒷편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은 발레리나의 그림과 소녀를 비교해 보느라 바쁘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심하게 자신의 일에 빠져 있습니다. 소녀의 작품을 당당한 눈빛으로 들고 있는 동생만이 그녀의 유일한 지지자입니다.



더 안타까운 점은 작품에 암시된 바를 보았을때 소녀는 작품을 팔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문밖으로 나가는 다른 소녀와 남동생의 뒷모습은, 옷차림은 다르지만 소녀와 남동생의 미래 모습을 암시한 장치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이름도 없이, 친구도 없이’입니다. 부모님을 여의고 자신과 어린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은 그림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을 누군가 기꺼이 살만한 명성이 있는 화가는 아니며, 고통을 알아줄 친구 또한 없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소녀와 동생은 얼마나 더 많은 화방을 헤매야만 빵을 살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작품을 그린 에밀리 메리 오스본은 빅토리아 시대에 성공한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여성 화가의 성공이 쉽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그녀에게도 그림 한 장 팔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작품을 통해 그녀는 약한 날개를 조심스레 펼치려던 때를 회고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 작품을 볼때면 불안한 취업 준비생이었던 저의 과거가 생각납니다. 사실 지금도 첫 취업만큼이나 삶의 매 순간이 쉽지 않아요. 다만 이제는 예전만큼 불안해하지 않고 묵묵히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는데 집중합니다. 상황은 나아지진 않았지만, 대처하는 저 자신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게 아닐까요.



여러분께도 두려운 첫 출발이 있었나요? 불안한 스스로를 어떻게 다독이셨나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