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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 Jan 20. 2023

EP.08 - 근처에 갈만한 곳

스타벅스 - 대구 대천


근처에 갈만한 곳 있어?

‘누님 요즘 어때? 오랜만에 시간 되면 얼굴 좀 볼까?’

‘응, 늘 바쁘지. 집안일에 회사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 글쎄 어디가 좋을까? 너가 이쪽으로 올 수 있는 거지?‘

‘그럼 가야지, 근처에 갈만한 곳 있어?‘


종종 누이와 통화하면서, 한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애기 엄마의 삶을 듣게 된다. 누이는 본인의 삶이 한국에서는 지극히 일반적이라고 했다. 일반 아파트에 살며 애들 학원 보내고 데려오기를 반복하는 40대 여성의 삶은, 좀처럼 본인을 위한 시간은 없는 바쁜 생활의 연속이었다. 누군가를 만날 때면 집 근처에서 만나길 바라는 누이를 생각하며, 바쁜 삶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떠올리게 된다.




Social Lounge, 클럽하우스


홍콩의 아파트에는 클럽하우스 시설이 잘 되어있다. 물론 규모나 시설의 종류에는 아파트마다 편차는 있겠으나, 집 자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부대시설을 잘 구성해 거주민의들의 편의를 고려해준다. 클럽하우스는 거주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 예를 들어 gym, library, outdoor bbq pit, swimming pool, tennis court, bowling center 등을 이용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lounge가 있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나의 경우, 주말이면 gym에서 운동을 하거나 클럽하우스의 lounge에서 휴식을 취한다. 때론 지인을 만날 때, 왁자지껄한 외부 식당이 싫다면 클럽하우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Mood of clubhouse lounge>

최근 한국 역시 1인 가구의 수가 증가하면서, 개인의 휴식시간을 중요시 생각하며 클럽하우스 문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 혹은 빌라단지들은 클럽하우스를 잘 꾸며 거주자들의 편의를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편의시설이 없는 주거 공간은 주변 시설들에서 그 대안을 찾게 된다. 아파트가 밀집된 공간에 그 수요를 반영한 클럽하우스의 라운지 공간을 제공한다면 많은 이들이 찾는 공간이 될 것이다. 언제나 바쁜 누이를 생각하며 그곳에서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주차장으로 둘러싸인 곳

2021년 말 대구의 대천동 부지에 설계요청을 받았을 때,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다. 새로 구축될 건물 주변으로 주차장이 들어서 있었던 것이다. 주차장, 편의시설이긴 하나 심미적 혹은 시각적으로 반갑지만은 않은 시설이다. 건물을 둘러싼 주차장으로 인해,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광경은 좋을 수 없고 창문은 시각적 즐거움 보다는 내부 공간을 밝게 만들어주는 기능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점은 다른 시각에서 장점이 될 수가 있었다. 다른 상가건물들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확보돼, 흔히 볼 수 있는 밀집된 상가건물들과는 다른, 시각적인 인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다른 건물에 비해 비교적 쉽게 이곳을 찾을 수 있는 입지 좋은 땅이 된다.

<대지분석을 통한 장단점 분석>




단아하고 우아한 아름다움


클럽하우스 무드의 건물은 어떻게 디자인 해야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 생각은 한국의 아파트 문화다. 한국의 아파트는 이름이 참 특이하다. 롯데 캐슬, 힐스테이트, 아이파크, 푸르지오. 이제는 오래된 우스게 이야기이지만, 한 때는 한국주소를 들은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너 궁전에 사니? '너네 집이 공원이랑 가깝니? 등 곤혹스런 질문을 생산해 내기도 했다. 난 이 이런 이름들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로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또다른 우아한 공간을 원할 것이라 생각하며, 모던하며 우아한 건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화려한 보다는 건축물 본연의 요소들에서 나오는 비례와 비율이 강조된 건물. 그런 건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각적으로 눈에 잘 띄는 곳이었기에,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여지는 건물이 되길 희망했다. 주변의 주차장으로 인해, 창문의 크기는 완연히 클 필요가 없었으니 이 부분 또한 활용하기 좋은 요소가 되었다.     

<창문의 비례와 비율을 통한 디자인의 우아함을 보여주는 City Hall Remchingen in Germany>
<깊이감과 다양성을 더해주는 창문의 이중벽면>

이런 부분을 착안해, 이중의 켜로 구성된 건물 입면을 구성하였다. 바깥켜는 트라버틴 석재를 이용해 재료 자체가 가진 텍스처의 물성을 통해 자연스러움을 추가하고, 안켜는 부식 코르텐 철재를 이용해 현대적이지만 부식되는 시간이 반영된 또다르 모습의 자연스러움을 반영하였다. 트라버틴 석재, 코르텐, 유리의 사용은 현대와 과거를 부드럽게 연계하 좋은 조합으로 탄생하였다.    

<Exterior view - Main entrance>

코너부는 깊게 아치형으로 파내어, 건물에 들어오는 이용객들에게 환영의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특히 2개층 높이를 통해 인지성을 높이고, 보다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Exterior view - Main street>
<Exterior view - Opposite side from main entrance>

내부 공간은 아치형에서 착안한 곡선형태를 좌석공간과 계단부에 적용함으로써, 내외부가 조화를 이루는데 보다 중점을 두었다. 곡선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계단과 만나게 되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2층의 좌석 공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너부의 곡면 유리공간에 이르게 된다.

<Interior view - Main bar after going through the entrance>
<Interior view - Curvy ceiling and banquette chair in front of the bar>
<Interior view - Curvy wall guiding to the 2nd floor>
<Interior view - Curvy ceiling and two banquette seating on the 2nd floor>
<Interior view - Curvy corner>

전체적인 톤 컬러는 브라운 계열을 사용하여 시각적인 따뜻함과 안정감을 주려했다. 그리고 내부 벽면에는 톤을 낮춘 아트워크를 배치하여, 하나의 무드 속에 이질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었다.


지난 12일에 매장이 오픈했으니, 이제 열흘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블러그에 포스팅 되어 올라온 후기를 보며, 글을 작성해주신 분들께 작은 공간을 빌어 감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앞서 의도한 부분들이 이 곳을 방문한 분들께 공감되었길 희망하며, 이 매장이 근처에 갈만한 곳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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