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 에세이 #1
브런치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받아 처음 글을 씁니다.
블로그에서나 끄적댔던 내용들을 오늘에 되살려 "작가"가 되고 싶은 열망을 담아 다시 한번 끄적여봅니다.
루체른 여행기
취리히의 봄은 따뜻하다 못해 더운 느낌이었다.
별로 무겁지도 않았지만 무겁게 느껴졌던 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입국심사에서 "방문의 이유가 뭐냐?"라고 물었지만 "Visit"와 "Purpose"라는 발음이 이렇게 귀에 잘 안 꽂힐 줄이야. 하지만 나름 흐뭇하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스위스에 발을 디뎠다.
취리히에서 루체른까지는 스위스 국철인 SBB를 타야 했고 우리가 예약한 시간에 칼같이 도착해서 출발시간에 정확히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캐리어와 한 몸이 되어 숨 가쁘게 달렸다. 역시나 정확하게 도착한 SBB 열차. 우리는 2등석에 몸을 실었다. 창가로 보이는 풍경들이 "여기는 스위스입니다"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대략 1시간 남짓 달리니, 어느새 루체른 역에 도착! 한적할 거라 예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어마어마하게 북적였다.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로이스강과 구시가지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울퉁불퉁한 구시가지의 거리 위로 캐리어를 끌고 가니 "드르륵 드르륵" 캐리어의 바퀴 소리가 조용했던 구시가지의 골목을 시끄럽게 울렸다.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와 맥주를 즐기는 관광객들. 주변의 상점들도 손님들로 가득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창문을 여니, 햇살이 방을 한가득 채웠다.
대충 짐을 풀어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루체른의 상징으로 꼽을 수 있는 포인트는 바로 "카펠교"다.
1333년에 놓인 나무다리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길이도 200미터나 된다. 다리 중간에는 팔각형으로 이루어진 석조 바서투름(Wasserturm) 즉 물의 탑이 존재하는데 등대를 겸하고 있고 비상 시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종각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로이스강 주변에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가격에 상관없이 이 평화로움을 만끽하고자 "당연히" View가 제일 좋은 자리를 골라 이것저것 음식을 시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고 카펠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강 위로 떠다니는 오리와 백조들의 모습은 편하다 못해 나른하기까지 했다. 평화롭다라는 느낌이 이런 걸까? 서울의 도심에서 쉽게 느낄 수 없었던 기분이다.
리기(Rigi)에 오르다
루체른의 두 번째 날. 리기(Rigi) 정상에 오르기 위해 루체른 역 앞 선착장으로 향했다. 고요한 루체른 호(湖)의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질주하는 유람선. 세차게 부는 바람은 마치 저 멀리 설산으로부터 내려온 듯 차가웠다.
저 멀리에는 설산이 보이고 강 주변으로는 우리가 그림이나 사진에서 봐왔던 집들이 곳곳에 있었다. 루체른의 구시가지도 조용했는데 이 곳은 더 고요한 듯 느껴졌다.
'이 곳의 부동산 가격은 얼마나 할까?'라는 한 폭의 그림 같던 곳에서 뜬금없지만 뭔가 현실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랄까 현실도피를 위한 또 다른 정착에 대한 동경?
유람선은 피츠나우(Vitznau) 선착장에 도착했고 여기에서 다시 산악열차인 리기반(Rigi-Bahn)을 타야 한다. 아주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르는데 10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감 있게 운행됐다.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리기산 정상은 1,797미터. 아름다운 경관과 트레킹 하기 좋은 곳으로 "산들의 여왕"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운이 좋았던 걸까, 정상에서 주변의 설산과 루체른 호까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구름 한 점 없이 탁 트인 리기 정상은 살짝 추웠지만 입을 통해 들이마신 리기 산의 공기가 폐 속까지 깔끔하게 전달됐다.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알프스의 아름다움과 루체른이 가진 평화로움은 꼭 한번 느껴볼 만한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나이가 들어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게 되면 난 다시 이 곳을 찾게 될 것 같다. 루체른에서 아주 짧게 2박 3일을 보내고 인터라켄으로 이동했다. 인터라켄은 스위스 여행 에세이 2편에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