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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Dec 03. 2015

그래, 시드니로 가자!

호주 여행 에세이 #1

시드니. 너무나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다. 

왜 가고 싶으냐고?

주변에 호주를 다녀오거나 아예 호주에 살고 있는 여러 지인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호주 가봐. 진짜 좋아" "날씨도 좋고 지금 아니면 못가" "꼭 와. 볼만한 거 많아. 기다릴께!" 

'맹목적인 동경'이라기보다 미디어로 접해 본 나라 중, 안락해 보이고 평화로워 보이고 다른 대륙과 동떨어져있어 호주만의 유니크함이 있을 것도 같고 또 자연과 맞닿아 내추럴함도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 더구나 주변 지인들의 추천까지. 주변 사람들의 추천에 관계없이 시드니 여행은 "답정너"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해보고 나니 그런 생각 자체가 사실상 "완전 맹목"에 가까운 건지도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영어를 쓰니 커뮤니케이션에도 큰 걸림돌이 없었고 환율은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꿈꿨던 당시 그리고 지금의 환율보다 약 100원~200원이 비쌌던 때였지만 그래도 적당하다 느꼈다. 


"그래, 시드니로 가자"


나와 몇 차례 여름 여행을 함께 해왔던 후배 녀석과 스케줄을 맞춰 시드니로 확정 짓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상하이, 동경, 통영, 김해, 부산 등에 이어 그 녀석과 함께 여행했던 곳 중 보다 멀리 나가게 된 셈이다. 

알고 보면 이 녀석의 첫 여행도 나로 인해 시작되었다. "처녀여행"

대학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꿈꿨지만 당시 상황이 좋지 않아 물거품이 되었다. 나의 유럽여행은 몇 년이 지나 짧고 굵게 그리고 조금 아쉬움이 남게 이루어지긴 했으나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갔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서로가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회사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인 "휴가"를 받아 대학 후배가 있는 상해로 다녀왔다. 

처음 인천공항에 온 그 녀석에게 난 말했다.

"너 말 안 들으면 여기 놓고 간다!"

그렇게 이 녀석과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Feat. 소주.




회사 생활 5년차가 넘은 우리. 

둘 다 회사 생활도 열심히 했으니 어느 정도 여유 있을  법했으나 여행과 맞춰 급격하게 피폐해진 지갑의 상황을 파악한 후 비행 일정을 정했다. 

"무리 좀 할까?" "아니야. 다녀와서 카드 값 걱정... 두렵다. 벌써" 

'카드값 걱정은 나중에 하고 이럴 때  질러야지'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상과 현실에서 현실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른바 '흙수저'였다. 

그 녀석과 난 일단 시드니에 간다는 부분에 합의하고 그나마 조금 가격이 착한 '경유 편'을 선택했다.

홍콩을 잠시 경유한 후 시드니로 날아가는 일정. 휴가기간을 Full로 써도 모자랄 판에 경유하는 시간까지 결국 "필수적 낭비"를 하고 말았다. 

 

홍콩은 4번이나 가봤지만 갈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쳅락콕 공항은 아직도 입에 익숙하지가 않다. 

이번엔  그저 경유일 뿐인지라 면세점을 둘러볼 새도 없이 시드니로 가는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에 다시 몸을 맡겼다. 

시드니 상공에 다다르자 멋진 장면들이 우리를 가장 먼저 반겼다. 

시드니 상공에서

우리에겐 살짝 낯선 시드니의 여름은 초봄처럼 살짝 차가운 날씨였다. 

12월에도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날씨라 우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게 되지만 이 곳은 "썸머 크리스마스"인 셈. 

 

시드니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이코노미석에 찌들어 굳었던 몸을 풀기 위해 하늘에 손이 닿을 만큼 뻗어 여행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우리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과 후배가 몇 년 전 결혼을 하고 이 곳에서 살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연락을 취했고 공항 앞에서 그들과 재회했다. 아주 오래간만에! 

이 곳에서 둥지를 틀어 알콩달콩 살고 있는 그들은 우리를 록스 광장(Rocks Square)으로 안내했다. 시드니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서큘러키(Circular Quay)와도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큘러키는 시드니 중심에 있는 부두로 산책로나 쇼핑몰, 공원, 레스토랑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페리 승강장도, 버스 터미널도 많아서 핫플레이스로 손꼽는다.
우리가 묶은 숙소 그리고 시드니의 지도. 출처 : 구글지도


록스 광장은 시드니의 주요 관광 명소 중 하나인데 시드니에 처음 정착한 영국계 이주민들이 돌덩어리로 살 곳을 마련해서 지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록스 광장에서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록스 마켓'을 열어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벼룩시장의 '인산인해'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어찌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마침 도착한 날도 토요일이었으니 말이다. 가만 보면 홍대 앞이나 인사동 같은 느낌이었다. 

호주에 왔으니 낮부터 시원한 호주산(産) 맥주 빅토리아 비터(VB)를 들이켠다. 아. 시원하다!

록스광장의 한 레스토랑에서 마신 빅토리아 비터


짐은 아직 숙소에 풀지도 못했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금방 따뜻해진 햇살이 만들어준 좋은 날씨 속에서 이 곳 사람들처럼 시드니의 주말을 더 즐겼다. 

소화도 시킬 겸, 시드니의 상징과도 같은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도 함께 구경했다. 

아마도 시드니 여행 동안 몇 번은 보게 될 곳이겠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그리고 말로만 듣던 오페라하우스를 이렇게 눈 앞에서 보니...

새똥인지 뭔지로 가득한 이 지붕. 사진으로 볼 때랑 다르구나.  

1973년 설립된 오페라하우스는 덴마크의 건축가가 설계한 곳이고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개관 테이프를 잘랐다고 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시드니 하버브릿지

오페라하우스 주변의 레스토랑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페리와 버스가 오가는 서큘러키는 더했던 것 같다.

주말의 느낌은 어디 가나 같은 것 같다. 바다를 옆에 끼고 하버브릿지를 바라보며 카페에서 여유 있게 커피와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저 멀리 하버브릿지를 줌으로 땡겨 찍으니 그 위를 오르는 사람들도 보였다. 

스릴 있어 보였지만 일단 Skip! 하버브릿지 클라이밍 비용은 약 200불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더 비싸졌는지도 모르겠다. 

하버브릿지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야경도 꽤나 멋지다고 한다. 날이 쨍쨍한 대낮의 클라이밍은 시드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버브릿지(Sydney Harbour Bridge)는 1923년에 착공을 시작, 무려 8년을 공사해서 개통한 다리라고 한다. 길이만 1,149미터의 아치교로 사람들은 이 곳을 "The Coat Hanger"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옷걸이" 모습이라 그런 모양이다. 


서큘러키 한쪽에서 공연 중인 애버리진

서큘러키 한쪽에서 '인디언'마냥 얼굴에 분칠을 하고 공연을 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호주 토착민인 '애버리진(Aborigine)'

유럽인들이 이 곳으로 이주하기 전, 호주 대륙에 처음 살았던 최초의 종족으로 호주 전체 인구의 약 2%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호주 사회에서는 경제적으로 최하층에서 존재한다. 

이들은 인종탄압과 학살에 의해서 인구가 급감한 바 있고 원주민개화정책으로 인해 백인 가정으로 입양"당하기도"했단다. 호주는 이들에게 보상결정을 내린 바 있고 범정부차원의 공식 사과문도 발표했다고 한다. 

겉보기엔 지저분하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범상치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되면 뭉클해지기도 한다. 

여행 마지막 날 블루마운틴에서 만났던 애버리진. 

함께 사진 찍자고  이야기하니 아무런 말도 없이 손짓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낸 그에게 감사를!

"야 가까이 와서 찍어"

"아 좀 무서운데?"


블루마운틴에서 만난 애버리진

여행 첫날부터 꽤 걸어 다녔던 것 같다. 

하이드파크 주변에 예약해두었던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노을이 지기 전 달링하버 근처까지 걸어가며 주변의 모습들을 눈에 담았다.

해질 무렵 날씨는 조금씩 추워졌다. 그렇게 많던 사람들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리곤 우리도 조용히 숙소로 들어가  다음날의 시드니를 기약했다. 

한국에서 사 온 포켓 소주와 신라면으로 첫날의 마무리를...

"자, 내일도 즐기자!"

LG 아이맥스 극장
숙소에서 먹은 "뽀글이"



시드니 여행기는 2편에서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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