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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Nov 26. 2015

신의 창조물, 모리셔스

모리셔스 여행 에세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소설 <톰 소여의 모험>

이 소설을 쓴 작가 마크 트웨인은 '모리셔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신은 천국을 만들기 전, 모리셔스를 창조했다"


인도양의 푸른 진주라고도 말하는 이 곳, 모리셔스는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관광객을 유혹한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으로 마다가스카르 섬보다도 작은 곳이다. 

지도를 봐도 콩알만 한 크기로 모리셔스(2,040㎢)는 서울 면적(605.23㎢)의 약 3배 수준이다.

내가 그간 여행했던 곳 중 가장 바다가 푸르렀고 또 가장 편안하게 휴식한 곳 중 하나였다. 

모리셔스 위치. 출처 : 구글지도
모리셔스 지도. 출처 : 구글지도
이륙 준비 중인 에미레이트 항공 <인천공항에서>


모리셔스에 가기 위해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 두바이에 경유하는 스케줄로 여행했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 정도, 다시 두바이에서 모리셔스까지 5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그나마 두바이에서 2박 3일간 여행을 하면서 조금 쉴 수 있었기에 엄청 피곤한 일정은 아니었다. 

버즈 칼리파가 보이는 두바이 상공

두바이를 출발한 비행기는 모리셔스의 남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 도착해 받은 첫 느낌은 여유로움?

우리는 오랜 시간 비행기에 묶여있다 내린 여행객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모리셔스의 기운을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입국 승인을 해주는 직원들의 느릿느릿 굉장히 여유로운(?) 업무 절차로 여행객들의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갈 정도였다. 

입국 승인을 해주는 사람은 딱 4명 정도. 좁아터진 입국장에 입국 승인을 기다리며 늘어선 여행객들 중 일부는 벌써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딱히 자세한걸 물어보지도 않는 듯해서 금방 줄어들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대기 시간 30분이 넘어가자, 

몇몇 사람들이 

"We don't have time"

"Would you hurry up?"

이라고도 했으나 그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린 이미 두바이 공항에서도 유사한 경험을 했고 남는 게 시간이니 다리가 조금 아파도 기다렸다.  

두바이에서는 전 세계 재벌인  "만수르"와 비슷한 사람들이 입국 승인을 해줬는데 여행객도 어마어마했지만 대기시간은 더 어마어마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자마자 이 곳에서 쓸 돈으로 환전을 했다. 

달러나 유로화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리조트에 있으니 큰 활용도는 없어 보였다.  

모리셔스 화폐인 모리셔스 루피를 아주 약간 환전을 했고 또 그만큼 사용하기도 했다. 

단, 모리셔스 루피는 모리셔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잘 생각해서 환전해야 한다. 


우리가 숙소로 예약한 곳은 공항과 반대편인 북쪽!

이 섬의 끝과 끝이니 시간만 해도 한참 걸렸다. 대략 1시간 반을 북적한 시내와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야 갈 수 있다. 

공항 주변은 제주도 같은 느낌이 있었고 공항에서 조금 떨어지니 강원도 산골 같은 느낌도 갖게 됐다. 점차 숙소에 가까워지니 필리핀이나 태국 같이 노점상들이 보였다.

말보로라고 쓰여있는 광고판, 주렁주렁 달려있는 과일과 과자들, 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차량을 쳐다보는 사람들, 그리고 가방을 둘러메고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어린 학생들.


어느새 차량은 휴양지 리조트 답게 아름다운 입구에 들어섰고 직원이 나와 우리를 안내했다. 

웰컴 드링크로 트로피칼 주스를 건네주곤 체크인을 하기 시작했다. 

레스토랑과 수영장, 바닷가 등을 이리저리 안내를 받고 리조트 안을 이동하는 "버기"에 올라탔다. 

우리가 묶게 된 숙소는 모리셔스 '트루오비슈(Trou Aux Biches)' 

나름 이 곳에서 유명한 리조트이긴 하다. 

리조트 내 수영장


숙소 안은 대형 실링팬이 느릿느릿 돌아가고, 밖을 바라보니 마치 숲 속 산장에 올라와있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우거진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뜨거운 햇살을 막아준다. 그리곤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바로 앞에 수영장은 아무도 없이 아주 고요하게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이 천국을 만들기 전 모리셔스를 먼저 창조했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 "진짜"인 듯 느껴졌다.  


모리셔스, 이 곳은.

모리셔스는 화산섬으로 주변으로는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아주 오랜 기간 식민지로 존재했던 곳이기도 하다. 1507년 포르투갈인이 발견, 1598년에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이후엔 프랑스령이 되었다가 1810년에는 영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1968년 영국 연방에서 독립했다.

모리셔스 사람들은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듯했다. 모리셔스라는 이름 자체도 '프랑스식' 발음이란다. 

공용어로는 영어를 사용한다는데 간혹 불어가 들리기도 했다. 

어떤 직원이 우리를 보고는 "Monsieur"(무슈), "Madame"(마담)이라고도 했다. 

그들의 호의에 나도 "Merci"(메르시)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혹자들은 프랑스어가 이 곳에서 더 대접을 받는다고도 했다. 영어를 쓰든, 불어를 쓰든 일단 유창하게 그들과 소통할 수 있으면야 무엇이 문제랴.

모리셔스 앞바다
모리셔스의 "피닉스" 맥주

하늘과 바다의 색깔이 서로 앞다투어 푸른색을 띄며 모리셔스를 더욱 푸르게 만들었다. 

이 곳의 연평균 기온은 30도 남짓. 기온은 살짝 높지만 습도는 높지 않았다. 적절한 기온과 습도가 지상낙원의 조건을 충족시킨 듯하다. 

12월에서 4월까지 우기라 비도 많이 내린다는데 내가 여행한 12월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우기에 비를 맞고 안 맞고는 하늘에 달린듯하다. 역시 복불복!

어찌 됐든,

난 결국 바라는대로 그늘 밑에 누워 바닷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모리셔스의 '피닉스' 맥주를 들이켰다. 

"이런 게  힐링이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10분이나 지났을까, 우리 앞으로 다가와 소라껍데기와 열쇠고리 등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1달러, 1달러" 

"코리안? 강남스타일?"

아무래도 금발머리에, 눈이 파랗고 코가 우뚝 솟은 서양인들을 보다가 흔치 않은 동양인을 보니 신기했던 걸까?

사실 우리를 제외하곤 아시아인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하루 이틀 지나니 중국인 커플이 보이기도 했지만... 조용히 쉬고 싶었으나 같은 물건을 같은 가격에 파는 사람들이 10분에  한 번씩은 온 듯. 

바닷가에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와 같이 썬베드에 누워 휴식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 바다에 들어가 발을 담그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 

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이 멀리까지 올까 했으나 인생을 살며 한 번쯤 즐길 수 있는 지상낙원이라는 사실. 

여행비 감당은 추후에. 


리조트  앞바다를 조금만 걸어가다 보면, 리조트 영역을 벗어나 수영을 즐기는 모리셔스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뒤쪽으로는 샤워시설과 간단한 음료를 파는 매점도 있었다. 도로 위는 매우 한적했다.

식음료를 파는 동네 슈퍼에 들러 물과 맥주,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환전해온 루피로 구매했다. 역시나 가격은 싼 편이었다.

아무래도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와 같이 대륙과 큰 섬이 옆에 존재하고 있어 물자공급이 어렵지 않아 이런 매점들은 가격이 싼 편이라 했다. 

결국 모리셔스 루피 중 지폐는 직원들의 팁으로 주거나 Bar에서 시원한 모히토를  마시는 데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모히토를 좋아하지만 이 곳의 모히토는 그저 평범했다. 

다만,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 음료를 즐기는 것 그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바다를 바라보며 마신 '모리셔스'의 '모히토(Mojito)'

그러고 보니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가 뱉은 대사가 생각난다. 

"모히토 가서 몰디브나 한잔 할까?"

모히토는 럼 베이스로 만들어진 칵테일인데 쿠바의 하바나(Havana)가 발상지라고 한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이 모히토를 그렇게 즐겼다고 하더라. 


사실 모리셔스는 몰디브와도 가까운 위치에 있다. 

주변 사람들이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와 이야기한 것에 따르면 "저녁 6시 이후 아무것도 할게 없었다"라는 말. 해가 지고 나면 이 곳에서도 딱히 할 일은 없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영화 한편을 틀어놓고 두바이 면세점에서 사 온 1리터짜리 잭 다니엘에 콜라를 섞어 "잭콕"을 즐기기도 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1990년 영화 <유치원에 간 사나이>는 여러 번 방영되기도 했다. 알 파치노의 1983년 영화 <스카페이스>가 이 곳에서 마신 잭콕과 가장 어울렸던 것 같다. 

인상 깊었다!

모리셔스의 일몰

트루오비슈 리조트 안에서는 태국, 이탈리안 등 8개 레스토랑이 있어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 곳 스타일이 만들어낸 초밥도 회도 존재했다. 

어느 레스토랑이나 View는 비슷하지만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 그늘진 테이블 위에서 먹은 음식이 가장 괜찮았다고 느낀 건 역시 분위기 탓이었던 것 같다. 

태국 레스토랑인 블루 진저(Blue Ginger)는 예약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인기가 많아서였던 것 같은데 음식도 정갈하고 분위기도 꽤 괜찮았다. 

향신료가 살짝 강한 편이라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태국 음식점과는 조금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허니문"으로 찾는 휴양지이니만큼 낭만적이고 환상적이었다. 

사실 크게 나무랄 곳도  흠잡을 곳도 없었던 곳이다. 

단지 이 곳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여유롭다 보니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뭘 시켜도 오래 걸리는 부분들은 납득이 되지 않아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넘어갔다. 

글쎄, 아마도 "주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여유를  즐겨라!"라는 뜻인건가?

이 곳 사람들은 

"Where are you  from?"이라 묻고 "Korean"이라고 하면

"강남스타일"부터 외쳐댔다. 춤을 췄던 사람들도 있었고. 

"강남스타일, 현대모터스, 삼송, 엘쥐" 라며 한국의 다양한 제품군을 읊었던 직원도 있었다. 

 

사실 큰  마음먹고 여행한 건 사실이다. 인생에 한번, 지상낙원에서의 휴양 자체는 질러볼 만하다는 걸 느꼈다. 

여행이라는 것도 역시나 경험이니  "빚내서라도  가자"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현실에 부딪혀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언제 또 이 먼 곳까지 여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나름 재미있고 낭만적인 경험을 한건 분명한 듯!

시간을 멈출 순 없으니 더디게라도 갔으면 하는 바람이 매 순간 들었던 것 같다. 


다시 보자, 낭만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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