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밥이 말한 4차 혁명, 위협인가? 기회인가?
어느 날,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4차 혁명.
"요새 '4차 혁명'이라고 말들이 많은데 한 줄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어?"
"글쎄요, 제조업하고 ICT 그러니까 정보통신기술이 합쳐져서..."
4번째 혁명? 꽤 단순해 보이는 단어이지만 아직은 생소하면서도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글은 이미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언론사나 방송사, 전문 블로그에서도 수없이 다뤄진 주제이고 아직까지도 4차 혁명에 대한 새로운 콘텐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뜨거운 감자'인 모양이다.
누군가에게는 위협(threat)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opportunity)가 될 수도 있다니 나 역시 감히 주제로 다뤄보고 싶어 졌다.
나중에 4차 혁명을 한 줄로 요약하라고 했을 때 최소한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만한 수준에라도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세계경제포럼과 클라우스 슈밥 회장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제인, 기업인, 저널리스트,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국제 민간회의를 말한다.
스위스 동부에 위치한 휴양지 다보스(Davos)에서 열린다고 해서 다보스포럼(Davos Forum)이라고도 불린다. 꽤 들어봤을 만한 이름이다.
구성원들로만 보면 세상을 움직이는 '럭셔리한 사교모임' 같기도 하다. 실제로 초청받은 인사들만 참석할 수 있다고 해서 폐쇄적 사교 모임이라는 비난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구체적인 결론이나 실행 방안이 나오지도 못해 비판 역시 끊이지 않았다.
세계경제포럼은 한 대학교수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그 교수의 이름은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1938년 독일 태생으로 1971년 세계경제포럼 설립 시점부터 세계경제포럼의 회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 포럼은 2016년 46주년을 맞이했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과학기술' 분야를 의제로 채택해 디지털 디바이스와 인간 그리고 유비쿼터스가 두루 결합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 따른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그게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이다.
클라우스 슈밥은 이에 대한 내용을 자신의 책을 통해 다루기도 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무인으로 운행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미디어를 통해 등장하기도 했고 AI를 갖춘 인공지능 로봇이 점차 진화되어 우리 생활에 자리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가 들고 있는 휴대폰을 통해 보일러를 제어하는 것 역시 그중 하나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기 전에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그럼 1차 혁명은 뭐야? 2차 산업혁명은 또 뭘까?"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기 전에 늘 튀어나오는 질문이자 궁금증일 것이다.
제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화였다. 엄밀히 따지면 증기기관이 발명되었을 때 1차 산업혁명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지나온 역사 속에서 기계로 인한 산업이 아주 크게 변화했다는 걸 직감했을 것이고 이 발명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는 곧 '혁명'이 되어 세계 역사 속에 '제1차 산업혁명'이라는 페이지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넓고 푸른 밭에서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따먹었던 농경 사회, 탄광에서 석탄이나 철을 캐내던 지하자원의 시대. 사람들은 곧 기계를 이용한 대량생산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사람과 사람을 음성으로 이어주는 전화나 빛을 내는 전구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이 '전기'라는 힘으로 발전해 2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기계와 전기를 통한 생산성은 더욱 발전했고 향상되었다.
1~2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의 변화는 어마어마했다. 3차 산업혁명은 그보다 더 정밀해졌고 더욱 작아졌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 기술로 진화한 것. 1980년대로부터 출발한 3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컴퓨터, 인터넷 나아가 정보 통신 기술이 모두 이 안에 존재한다.
비로소 4차 산업 혁명에 도래하다
4차 산업혁명은 매우 포괄적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이미 경험했거나 어디선가 봤을법한 기술 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느새 우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네 번째 혁명. 그것은 반도체나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 발달이 정점에 다다른 3차 산업혁명이 보다 더욱 고도화되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 어쩌면 그것이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이자 3차 산업혁명의 끝자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6년 3월, 서울 포시즌즈 호텔에서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펼쳐진 바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이세돌을 상대로 4승을 거뒀고 1패를 했다. 한국기원은 알파고에 프로 명예 단증 9단을 수여하기도 했다.
알파고는 완성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아직은 프로토 타입 인 셈. 구글은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삶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람이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운전이 가능한 '무인 자율 주행차'나 질병을 진단하거나 건강을 관리하는 미래 지향적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알파고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일례라 할 수 있겠다.
4차 산업혁명이 물리적이거나 생물학적 측면에 디지털 세계와 인간의 삶을 접목시켜 다양한 신기술이나 서비스로 진화한다는 것일 테니 이는 우리가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신비한 세계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위에서 언급한 인공지능, 무인 자동차나 항공기를 비롯해 로봇 공학, IoT(사물인터넷), 나노기술(Nano-technology), 3D 프린팅 등 6개 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융합이지만 애플 워치나 갤럭시 기어와 같은 스마트 워치를 이용한 헬스 케어나 포켓몬 고와 같은 증강 현실 역시도 이러한 핵심 기술과 함께 하고 있다.
4차 혁명에 뛰어든 업체들
필자는 현대건설과 SK텔레콤의 기술을 접목해 만들어낸 미래 지향적 IoT 빌트인을 선보인 시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집안의 모든 것들이 식사 준비, 보일러나 출입문 제어, 조명이나 TV 등의 가전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등 마치 마술과 같이 눈 앞에 펼쳐졌었다. 사실상 정보 통신 기술 즉 ICT가 우리 실생활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어 '짠~!'하고 나타난 것이다.
SK텔레콤은 뉴 ICT나 미래형 네트워크 즉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3G부터 LTE까지 통신사업은 더 이상 주력이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GE(제너럴 일렉트릭)도 자신들의 가전 사업을 중국 하이얼(Haier) 그룹에 56억 달러, 한화로 6조 5천억에 달하는 금액으로 매각했다. 하이얼그룹은 미국의 거대 시장에서 가전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E나 지멘스와 같은 기업들은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이용한 스마트 공장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으로부터 이어진 140년 전통의 제조업체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국내 KT는 인공지능 TV 기가지니(Giga ginie)를 선보였고 네이버는 약 1천200억원을 쏟아부어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카쉐어링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
이러한 기술들은 우리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최적화된 방법을 제시하기도 할 것이며 우리 생활의 질을 한층 더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기회일까? 아니면 위협인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의 발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을 가졌다. 개개인의 생활 전반에 침투해 우리의 삶과 분명히 함께 하게 될 것이고 우리를 편리하게 해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 모델이 생겨나거나 신규 플랫폼을 개발하는 신규 인력 창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과거 취업을 준비했을 당시 취업문은 굉장히 좁았다. 지금도 크게 차이는 없다. 그렇다고 취업문이 넓어진 것은 아니니까. 4차 혁명이 신규 인력을 창출하고 4차 혁명에 발맞춘 새로운 기업이 탄생한다고 해도 본래 좁았던 그 문이 광활하게 넓어지진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자.
기계로 인해 생산성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되고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마당에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4차 혁명은 좋게 보면 '혁신적(innovative)'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파괴적(destructive)'이다.
과거 증기기관이 탄생했을 때 마차에 올라탄 사람들은 증기기관차를 이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차를 몰고 다녔던 마부들은 어떻게 됐을까? 증기기관이 생겨나고 이를 이용한 운송 기계가 늘어나게 되면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당연한 이치다.
기계가 들어와 사람들의 일을 대신했을 때에도 생산성은 크게 증가했다. 돈이 많은 자본가들은 기계를 도입해 생산성을 늘렸지만 기계가 할 수 없는 일들은 노동자들에게 맡겨 공장의 매출을 늘려갔다.
노동자들은 '노동착취' 수준의 일을 해야 했고 이 노동자들은 '노동착취' 자체가 기계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영국의 사상가인 로버트 오언(Robert Owen)은 1771년 웨일스 출생으로 사업에 크게 성공해 스코틀랜드에 방직공장을 갖게 되었다. 이미 기계화된 세상 속에서 인권을 무시하고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앞장서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 설립 운동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결국 정부는 산업혁명에 따른 폐해를 아주 긍정적으로 바꿔 실질적인 혁명을 이뤄냈다.
산업혁명을 제대로 받아들여 진짜 실생활에 접목시키려면 정부의 역할이나 기업의 운영방식 또는 정책 역시도 그에 발을 맞추어 발전해야 한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 역시 비슷한 말을 언급했는데 이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4차 산업혁명은 파괴적일 만큼 강렬한 기회이자 무거운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리는 모두 대비해야 하고 위협이 아닌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개개인부터 사회 전반, 한 나라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정부와 기업의 역할과 정체성 재확립이 불가피하다"
변화를 꾀하려면 변화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새 시대를 맞이하려면 인류 번영을 위해 혼란은 완화시키고 제도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계를 비롯한 인공지능만 발전하면 무엇하겠는가?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간들 그리고 사회적으로 기반이 잘 다져지지 않는다면 무너지고 말 것을...
수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서로 협력하고 열심히 소통해야 합니다'라는 맹목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들이 수없이 나왔을 것이다. 그 중에 과연 우리 찾는, 우리의 갈증과 궁금증을 시원하게 뚫어 줄 명쾌한 답이 있을까?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 역시 하나의 주장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후대의 사람들은 지금 이 과도기를 진정한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고 산업혁명이 담긴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이나 '성공적인'이라는 단어가 붙으려면 우리는 위협이 아닌 기회로 만들어야겠다.
솔직히 아직도 뭐라고 단언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뭔가 숙제는 넘쳐나는데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퍼즐'이라고나 할까요?
누군가가 4차 산업혁명을 '한 줄'로 요약해보라고 할 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방대하고 광활한 4차 산업혁명의 주요한 내용들을 '한 줄'로 요약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