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사용기
난 얼리어답터(Early-Adopter)일까? 아니 딱히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얼리어답터의 기준은 무엇인가?
손목에 시계 조차 귀찮아하는 내 주변 지인들은 시계는 시계대로, 스마트밴드(웨어러블)는 밴드대로 착용하고 있는 내게 '얼리어답터'라고 말했다.
물론 진정한 얼리어답터들에겐 난 그저 'IT 기기를 사랑하는 평범한 한 사람'일뿐이지만.
"너 얼리어답터구나?" "아닌데?"
또 어떤 이들은 나더러 '애플빠'라고 한다. 그래 그건 인정한다.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 애플 워치, 맥북까지 애플 제품은 상당 부분은 사용하고 있으니 애플'빠'라고 불리는 게 당연할 듯 싶다.
1~2년 전만 해도, IT 전문 매거진인 <Stuff>에도 여러 가지 혹할만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기록되는데 사은품, 별책부록, 심지어 브로마이드 하나 없어도 사보긴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얼리어답터'라기 보단 전자기기와 자동차에 관심 많은 '평범한' 남자 쪽에 더 맞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상품 구매란, 상품의 개발부터 홍보 그리고 구매자들의 관심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형태?
'신상품 개발 - 홍보 - 관심 - 출시 - 유혹 - 구매 - 착용(또는 사용)'
글쎄 이 정도가 아닐까?
나 역시 신제품 출시에서 구매 및 착용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지갑 사정이 괜찮다면 말이다.
웨어러블 기기라면 모바일 트렌드와 발맞춰 가는 셈인데, 어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웨어러블이 적합하게 적용이 되고 사용자에 맞게 편히 구동만 될 수 있다면 하나쯤 있어도 좋을 듯하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요즘 시대에서 모바일 트렌드와 웨어러블 기기는 '헬스케어'라는 단어가 필수요소가 되었다.
근데 정말 웃긴 건, 웨어러블 기기가 내 건강을 알아서 챙겨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
"나, 스마트밴드 생겼다!"
"오 그래?"
"이제 건강 챙겨야지! 너도 건강 챙겨, 인마!"
'너도 하나 사라'는 이야기인지, '앞으로 건강해질 거니까 너도 건강 챙기라'는 진심 어린 이야기인지.
스마트밴드는 나의 활동량을 기록할 뿐 건강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어차피 운동을 하지 않으면 스마트밴드는 '헬스케어'기기라기보다 손목 위 블링 블링 한 팔찌처럼 그저 '액세서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자극이 필요하다면 '다이어트 자극 짤'을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런데 웨어러블이 꼭 운동에만 포함되는 건 아니다.
나의 수면량을 통해서 얼마나 숙면을 취하고 또 얼마나 침대 위에서 잠을 이루고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
나의 경우는 평균 7시간 수면에 숙면이라고 말하는 Deep-sleep 시간이 약 1시간 수준이다.
이런 수준 역시 스마트폰과 TV, 하루 종일 마셔대는 커피로 인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ㅠㅠ
내가 처음 관심을 가졌던 웨어러블 기기는,
조본 업(Jawbone UP)
2006년에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나이키(NIKE)가 아이팟(iPod)용으로 쓰이는 '나이키 플러스(NIKE +)'를 출시하기도 했다. 신발에 센서를 달아 나의 활동량을 체크한다니,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 가격에 그게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더욱 지배적이었다.
'조본 업'이 처음 개발되고 출시되었을 때, 보다 꼼꼼하게 활동량 체크 수준과 밴드의 디자인, 애플리케이션 UI, 배터리 등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아이폰에서 보이는 활동상태의 UI가 마음에 들었고 밴드의 디자인도 나름 괜찮았다.
나의 건강상태, 식사량, 수면 활동을 체크할 수 있는 손목밴드로 아이폰과 연동되며 USB를 통해 충전이 가능하다. 아이폰과 연결하려면 이어폰 단자에 꽂으면 된다.
내 조본 업은 파란색이었고 가격대는 약 18만 원 수준이었다. 좀 세긴 했다.
조본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소비자 기술과 웨어러블 기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업체다.
사용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적하는 이들의 독특한 접근 방법은 약 600여 건의 특허라는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다소 불편했던 건 최근 웨어러블이 블루투스를 이용, 실시간으로 활동량을 볼 수 있는 반면 이 녀석은 이어폰 단자에 꽂아 연동을 해야만 했다.
심지어 밴드에서 'Jawbone'이라 쓰여있는 뚜껑을 잃어버리면 '대략 난감'
또 한 가지는 손목에 차고 활동하기에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디자인은 분명 이쁜데 손목에서 걸리적거린다는 느낌도 배제할 순 없었다.
또 하나.
식사량, 섭취량 역시 부지런하게 기록하지 않으면 묻히는 기능이 되어버린다. 사실 섭취량을 하나하나 기록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녀석은 6개월이 지나 아이폰과 연동도 되지 않았고 배터리 충전에서 오류를 보이더니 결국 먹통이 되었다. 그렇게 조용히 서랍 속에 묻었다.
이후에 내가 관심을 가졌던 웨어러블 기기는 Fitbit(핏빗)이었다.
사실 Fitbit도 조본 업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뭔가 진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나는 Fitbit FLEX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Fitbit Charge라는 제품이 나오기 전. 디스플레이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컸다. 그것부터 조본 업과 차이를 보였으니까.
24시간 동안 나의 활동량을 체크해주는 Fitbit은 약 7~8일 되는 배터리 수명을 가졌는데 이 부분도 마음에 들긴 했다. 그리고 뭔가 남성적인 스타일(?)도 괜찮은 듯했다.
Fitbit은 점차 진화하여 정말 디지털로 고도화된 시계처럼 변모해갔다. Fitbit ONE이라는 '만보기' 스타일의 제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진화'하고 있었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Fitbit Surge라는 슈퍼 워치 제품은 GPS 등 더 많은 기능을 담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적나라하게 쓴 기사를 봤다.
그중 한 문장이 와 닿았다.
"웨어러블 사용자 절반은 사용 후 6개월이 지나면 기기 방치"
Fitbit을 내 손에 넣지 않았던 건 가격의 이유도 있었고 조본 업처럼 금방 서랍 속에 묻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조본 업 이후 Fitbit이 가장 눈에 띄긴 했지만 결국 더 나은 제품이 나오길 기다렸다.
많은 기기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오히려 아날로그시계나 웨어러블보다 'G-shock'이나 고도와 온도를 알려주었던 TIMEX expedition 시계가 더 눈에 들어오긴 했다. 난 결국 TIMEX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
시계 브랜드인 TIMEX 역시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했다.
2014년 9월.
애플(Apple)에서 스마트 워치를 공개하면서 웨어러블 시장에서의 경쟁을 예고했다.
2015년 4월 미국과 일본 등에서 1차 출시, 이후 6월 말 한국에서도 출시되었다.
애플 워치 역시 watch OS를 사용, 아이폰과 연계되어 피트니스나 헬스 관련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
부서 내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기획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 사용자들과 판매 하락이라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2번째 웨어러블은 '애플 워치'가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밥을 주었던 시계를 풀어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애플 워치를 손목 위에 올려 아이폰과 연동을 시켰다.
초반에는 신기한 마음으로 이 녀석을 지켜봤다. 카카오톡, 텔레그램, 문자 수신 등 아이폰이 없어도 확인이 가능하다. 더 좋은 건 휴대폰을 충전시키고 있는 도중 전화가 오면 애플 워치로 통화가 가능했다.
Siri의 기능에도 문제가 없었고 메시지를 보는 데에도 문제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활동량도 아이폰의 '건강' 기능과 연동되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문제점은?
글쎄, 문제점이라기보다 불편한 점이 있긴 하겠다.
일단 애플 워치에 최적화되어 서비스하는 언론사들이 몇몇 있긴 하지만, 다양하진 않다.
더구나 뉴스를 보다 전체를 보고 싶다면 아이폰에서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다.
Siri 기능 역시 애플 워치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바로 해결하겠으나, 많은 부분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리고 배터리는 1~2일 정도 지속으로 수명이 긴 편은 아니다. 애플 워치 전용 충전기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이 충전 케이블 역시 잃어버리면 난감할 듯하다.
최근 애플 워치는 에르메스(Hermes)와 콜라보레이션 한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은 140만 원대부터 190만 원대라고 한다.
뭐랄까. 시계와 웨어러블로 사용하기에 적절한 가격대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알 수 없겠으나,
지금으로선 보다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이 탑재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현재 애플 워치는 3가지로 나오는데
스포츠 모델이 40만 원대,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한 애플 워치는 60~70만 원대, 에디션 모델이 1,300만 원~1,500만 원 수준이다.
확실히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여전히 애플 워치는 사용 중이다.
요새는 메시지와 카톡, 텔레그램 등을 바로바로 확인하고 스케줄을 보는 정도로 쓰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필요하다고 요청은 했지만 미뤄질 듯하다.
2015년.
난 SK의 이야기를 전해 받아 SK텔레콤에서 제작한 스마트밴드를 손에 넣게 되었다.
사실 무료가 아니었으면 돈 주고 사진 않았을 것 같다.
이 녀석의 이름은 Smart [BAND]
SK텔레콤에서 야심 차게 기획, 제작했다는 스마트밴드다.
개인의 활동량, 수면 정보, 생리주기, 운세 그리고 스마트폰의 알림 등의 기능을 탑재했다.
충전기도 특이한 편이라 충전 중 탁상시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격은 6만 원대.
그런데 이 녀석을 손목에 차고 있으면 꽤 불편한 느낌이 든다. '걸리적거림'을 떠나 아프기까지 하다.
애플 워치는 손에 감겨 착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밴드는 착용에 다소 불편함을 준다.
더욱 불편한 점 중 하나는.
스마트폰의 알림 기능인데 메시지가 오거나, 애플리케이션 중 알림이 있으면 확인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울려댄다.
한 번은 스마트밴드를 풀어 테이블에 놓아두고 TV를 보고 있었다.
몇 분 후, 어디선가 웅웅 거리는 소리.
"뭐지? 내 휴대폰은 아닌데?"
"내 휴대폰도 아닌데??"
"윗집에서 울리는 게 여기까지 들리는 건가?"
"에이 설마"
한참 뒤에 알아차렸다. '아 내가 여기 올려둔 게 지금까지 울려댔던 거구나'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림 기능은 좀 과하다 싶었다.
수면 정보의 경우에는 평균적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설정해두면 되는데 정확한 정보는 아닌 듯 싶었다. 여기서 한번 더 실망.
처음 스마트밴드를 받고 나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연결을 시도했더니 수십 번을 해도 연동이 되지 않았다.
애플 워치를 포함, 주변의 블루투스 기기와의 연결도 문제없이 가능했던 아이폰인데 유독 스마트밴드와의 연결은 쉽지 않았다.
아마 내가 내 지갑을 열어 내 돈을 주고 샀다면 엄청나게 후회했을 것 같다.
SK텔레콤은 나름 '패션 웨어러블'이라 말하면서 새로운 가치의 웨어러블 기기로 업그레이드하겠다라고 이야기했었는데 그 수준으로의 도달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수많은 울림에도 5일에서 7일 정도 지속되는 배터리. 스마트밴드와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기능들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스마트밴드는 비추!
마지막으로.
'대륙의 실수'라고 말하는 샤오미의 미 밴드(Mi band)다!
'미 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
샤오미는 TV, 스마트폰 등 가전과 더불어 공기청정기, 보조배터리, 체중계 등 생활용품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
이 녀석 역시 무상으로 제공받아 지금도 사용 중에 있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내 걸음수, 수면량을 체크해주고 목표치로 설정해둔 걸음을 걷게 되고 목표에 도달하면 진동이 울린다.
정말 매력적이고 강력한 미 밴드의 무기는 배터리다.
충전한지 50일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배터리량이 50% 이상이라는 점!
물론 재충전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더불어 착용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고 크기도 매우 작다.
또한 아이폰에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의 UI도 나쁘지 않았다.
가격이 그래서인지, 디자인은 매우 투박하다.
고무밴드에 미 밴드 센서를 달고 있는 느낌이랄까?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 샤오미, 삼성, LG 등 국내외 전자 업체에서 수도 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어느 게 최선이고 최고인지 그리고 그게 과연 필요한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내가 사용하는 제품은 애플 워치와 샤오미 미 밴드다.
일단 걸음수와 수면량 체크를 위해 미 밴드를 사용한다.
수면량 체크만으로도 미 밴드는 훌륭하다.
어떻게 감지하고 알려주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앞서 언급한 '조본 업'과 유사한 결과를 제공한다.
아마도 보다 다양한 제품군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 또는 '건강'에 집중되어 있는 현대인들 그리고 최근 트렌드에 맞춘다면 불필요한 기능은 과감하게 없애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런 면에서 SK텔레콤의 스마트밴드는 불필요한 기능이 너무 많다. 가격을 낮추고 필수적 기능만 넣어도 승부할 수 있을 듯한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미 밴드'를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사용기를 적어봤습니다. 그들이 요구한 사용기도 아니고 100% 정보 공유 차원에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참고해주세요!
※ 2016년 1월에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쓴지 벌써 1년이 지났네요. 현재 매거진에 담고자 자리를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