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과 VR이 지배하는 세상
포켓몬고가 한창 열풍이다.
회사 주변, 점심시간만 되면 너도 나도 휴대폰을 켜고 포켓몬 사냥에 나선다. 밥을 먹을 때도 GPS가 잡힐 때까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면 다시 포켓몬 사냥에 열중하는 이들.
"뭘 잡은거야?"
포켓몬과 헌터 사이에서 난 제3자가 되었고 포켓몬이 잡히는 모습을 방관했다.
이러한 포켓몬 사냥은 비단 우리 회사 근처만은 아니다. 국립현충원부터 조계사, 광화문 일대,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휴대폰을 보며 포켓몬을 사냥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때론 차량을 운전하며 포켓몬을 잡는데 마치 술에 취해 음주운전을 하듯 위험한 곡예운전도 서슴지 않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난해 7월 6일 출시된 AR 게임, 즉 증강현실을 이용한 '포켓몬 GO'는 전 세계의 게이머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당시 필자도 이 게임을 다운로드하여 이용해봤지만 국내에서는 최적화되어 있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포켓몬이 넘쳐난다는 속초까지 갈 일도 없었고 갈 수도 없었으니 무의미했다.
포켓몬 고의 개발사인 나이언틱(niantic)이 올해 1월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이 날 오전부터 국내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본 게임을 포함해 관련 앱들이 구글 스토어나 아이폰 앱 스토어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그래, 그게 다 무어냐?
증강현실(AR)의 진화
증강현실은 앞서 언급했듯 'AR(Augmented Reality)'로 불린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실제 세계에 3차원 가상의 물체를 입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신기술이다.
1990년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로 유명한 보잉사(Boeing)의 연구원이었던 톰 코델(Tom Caudell)이 비행기를 조립하던 과정에서 수많은 전선을 잇고 연결하는 작업을 하다가 오로지 '배선도'를 위한 과정에 가상의 이미지를 첨가하면서부터 '증강현실'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Augment'라 하면 '늘리거나 증가시킨다'는 의미인데 일본에서는 이 단어를 '증강'이라고 표현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실세계와 가상의 물체가 합쳐져 하나의 화면으로 구성되는데 이를 '혼합 현실(Mixed Reality)'이라고도 부른다.
과거 SK텔레콤이 AR기술을 응용해 지역 검색 서비스 '오브제(Ovjet)'를 선보인 바 있다.
휴대폰을 들고 주변을 비추면 스크린 위로 몇 미터 거리에 어떠한 장소가 있는지 나타나고 부가 정보도 함께 표출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했지만 당시엔 꽤 흥미로웠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일본 만화 <드래곤볼>에서도 사이어인이 '스카우터'를 들고 나타나는데 이 역시 증강현실의 사례라며 많이 언급되곤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오브제와 같이 AR을 이용한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의 한계는 분명했다. 단순하게 말해 신기한 기술일 뿐 별로 재미가 없었다. 인기를 끌만한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것.
하지만 포켓몬 고의 글로벌 매출만 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하니 AR의 한계를 극복하고 '포켓몬 고'만큼이나 성공한 사례도 없을 것이다.
AR 분야에는 몇 가지 사례가 더 있다.
글로벌 가구 기업인 스웨덴의 이케아(IKEA)도 AR 기술을 접목시켜 활용도 높은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실제 거실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서면 이케아에서 제작된 의자나 소파, 테이블 등 가구들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방 크기에는 적당하게 맞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AR과 실생활의 결합은 이케아뿐이 아니었다. 하이마트 역시 가전제품을 가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앱이 존재하고 BMW에서도 증강현실을 이용한 앱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증강현실은 점차 대중화되었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구글의 AR 기술 역시 일찌감치 개발에 나섰고 진화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디바이스에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해 AR 기술을 선보이는데,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탱고(Tango)'라 한다. 속을 파보면 굉장히 복잡하겠지만 겉으로만 보면 원리는 간단하다. 아니 간단해보인다. 탱고의 카메라가 실제 환경을 분석하고 현실과 사물의 심도를 파악, 모션 트래킹까지 인식해 AR을 선보이는 것. 이미 관련한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고 측정도구 앱이 출시되기도 했다.
더구나 AR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레노버(Lenovo)사에서 '팹 2 프로'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바 있다. 공간학습이 가능한 센서와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어 주변에 존재하는 물건과 공간을 3D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한다. 아직까지 관련 앱이 많지 않은 점, 크기가 크다는 점, 3D가 구현되기에 다소 느리다는 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증강현실에서는 빠지지 않는 디바이스다.
아래는 탱고 프로젝트와 관련 앱을 소개하고 있는 페이지다. 참고해보면 좋을 듯하다.
가상현실(VR)은 어디까지 왔나?
1993년에 제작된 실베스터 스텔론 주연의 <데몰리션 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런지.
실베스터 스텔론이 연기한 스파르탄은 냉동 감옥에 갇혀 70년간 '냉동인간'이 되었고 2032년 깨어나 헉슬리(산드라 블록)와 만나게 된다. 신체접촉이 금지되었던 미래시대에서 이들의 '성관계'는 가상현실을 응용해 표현했다. 두 사람의 신체와 가상현실을 이용한 의식은 몸 하나 닿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플라토닉'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과거에 살았던 스파르탄에게는 해괴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2032년이었지만, 가상현실의 세계는 더욱 가까이 와있다.
가상현실은 오락, 의료, 영화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되어 실생활에 침투하고 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상상의 세계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1989년 컴퓨터 공학자인 재론 래니어(Jaron Lanier)에 의해 지칭된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사실 1938년 프랑스의 극작가 앙토넹 아르토(Antonin Artaud, 1896~1948)가 가장 처음 언급한 표현이라고 한다. 당시 그가 그의 수필에서 'La Realite Virtelle'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니, 비록 구체적이진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이때부터 가상 세계에 대한 상상이 펼쳐졌던 모양이다.
사실 두 단어가 합쳐진 '가상현실'이라는 키워드는 아이러니함 그 자체다. 가상(假想)과 현실(現實), 가짜와 진짜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이니 말이다.
이용자가 현실과 유사하고 비슷한 3차원 상황 속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실제로 다른 세계에 있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가상현실'이다.
201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가상현실 세계에 대한 삼성전자의 키노트(keynote)와 소개가 있었다. 가상현실을 경험하려면 헤드셋이 필요한데 삼성전자는 자사의 '기어 VR'에 특화된 콘텐츠를 '밀크 VR(MILK VR)'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였다. 삼성전자 뉴스룸을 그대로 인용하면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가 밀크 VR을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하겠다고 언급했고, 향후에는 단순히 보는 것(to see)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 경험할 수 있도록(to experience) 진화할 것"이라 했다.
2014년 말에는 글로벌 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VR 전문기업 오큘러스를 20억 달러, 한화로 약 2조 3천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과 더불어 정보통신기술의 핵심이고 4차 산업혁명의 화두이기도 하다.
"VR기기로 게임하면 재미있겠는데?"
"그럼 VR 게임방을 만들어볼까?"
VR게임방에 대해서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 층 사이에서도 수도 없이 회자되었을 것이다.
VR룸과 게임의 접목은 분명히 또 다른 화제가 될 것이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VR을 이용한 탑승 기구의 사전 검사라던지, VR룸의 음식점 동시 입점이라던지, VR 게임물의 등급분류라던지, 사용자의 위험 요소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의 올바른 확보 등과 같이 이른바 '규제'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가상현실과 관련된 규제를 간소화하고 산업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분명히 VR 업계의 '전망'은 밝을 것이라고 본다. 게임에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교육이나 국방 등에서 응용할 수 있기 때문.
VR이 진화되면 될수록 '가상'의 공간이 진짜 '현실'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다. 과거 16비트 컴퓨터에서 즐기던 아날로그적 게임들이 사양이 좋아지고 시대가 변하면서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디지털 게임으로 변모한 것을 생각해보면 VR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당장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많은 돈을 투자해 VR 게임을 개발해 출시하더라도 현재 시장에서 손익분기점(BEP)을 넘는다는 것은 '욕심'이다. 하드웨어 기술이나 헤드셋으로 연결되는 데이터의 전송 속도, 지금은 다소 무거운 기기들의 큰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
AR과 VR이 지배하는 세상!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모두 온 국민이 편하고 가깝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 필자 역시 그저 사용자일 뿐이다. 아마 대부분이 사용자의 입장일 것이다. 과제를 풀어야 할 몫은 정부나 학계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산업계의 연구자나 개발자들일 것이다.
간혹 등산을 하면 이런 말들이 오간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요 앞이에요. 조금만 가면 돼요"
(진실일 때도 있겠지만) 다 거짓말이다. 바로 앞이라고 하지만 심장은 쿵쿵 거리고 다리는 후들거려 쓰러지기 일보직전. 정상이 눈 앞에 보이지만 그곳에 닿기까지 왜 이리 힘든 것인지. 그러나 언젠가 정상에 다다른다.
AR과 VR이 지배하는 세상.
대중화라고 하기엔 저 멀리 있지만 알고 보면 얼마 남지 않은 길이라고 본다.
이러한 신기술을 받아들이려면, 제도적으로도 개선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이러한 기술의 규제가 완화되어 산업 활성화로 이어져 결국엔 대중화가 될 것이지만 또 다른 개선도 필요하다.
얼마 전, VR 기기를 통해 이어폰을 끼고 콘텐츠 하나를 본 적이 있다. 불과 10분도 되지 않는 영상물이었지만 어지러운데다가 피로감을 느꼈다. 신기한 기술이라는 것은 명백하지만 오래 보기엔 무리가 있었는데 이는 콘텐츠가 가진 재미라는 요소의 부재, 그리고 딜레이되는 현상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느리다는 점. 재미라는 측면은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고 보여지지만 기기 내 탑재된 센서의 영상 처리 속도가 내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속도와 쉽게 말해 '1:1'로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피로감을 느꼈다.
더구나 안경을 쓰고 활동하는 필자가 다소 거추장스러운 VR 기기를 착용하는 것도 번거로운 편이다. 당장은 투박하고 불편하겠지만 이 역시 세련된 혁신이 찾아오리라.
우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실생활 속에서 더욱 고도화된 AR과 VR의 차세대 혁명을 곧 맞이하게 될 것이다!
※ AR과 VR에 대한 Adobe社의 좋은 글이 있어 공유합니다.
<AR과 VR의 어제와 오늘>
※ AR도 VR도 모두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간다는 점에서 이전글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