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천재들의 실화를 다룬 <히든피겨스>
미국과 러시아(구 소련, 이하 러시아로 표기합니다)의 우주 개척을 향한 본격 경쟁 시기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히든피겨스, 2016>는 기본적으로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러닝타임 127분을 쭉 따라가다보면 고착화된 차별과 편견 그리고 이를 깨부수는 변화와 혁신이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가가는 용기와 의지는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던 시대의 편견을 넘어서고 이내 승리의 깃발을 쟁취한다는 것.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 아래 작성 글에는 스포일러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NASA에 숨겨져있던 천재들이 미국을 승리로 이끌다
흑인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백인들의 편견이 미국 사회 저변에 깊게 깔려있었던 1960년대 초.
과거 우주를 향한 미국과 러시아의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최초'라는 의미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캐서린(타라지 P. 헨슨),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NASA의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자넬 모네) 등 세 여인 모두 이 곳 NASA에서 각자의 목표를 위해 살아간다.
물론 백인우월주의와 흑인 여성의 차별로 인해 넘어야 할 산들이 즐비하다. 인류가 열망하는 우주 개척의 꿈처럼 이들 역시 편견을 넘어 자신들의 목표를 이룩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캐서린은 우주임무센터(Space Task Center)에 투입된다. 흑인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입성하게 되는 이 곳은 모두 백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 사람이 새로 왔을 뿐이지만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캐서린은 낯설고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다.
"화장실이 어디죠?"
"너희(흑인) 화장실은 여기 없어!"
똑같은 화장실이지만 남녀를 구분하듯, 백인과 흑인을 구별하는 화장실이 존재하고 있었다. 캐서린은 결국 자신이 일했던 사무실까지 무려 800미터를 뛰어가 볼일을 보게 된다.
화장실을 비롯 식당도, 출입구도, 심지어 커피포트까지 모두 흑인전용(Colored)이라는 표시가 존재한다.
이들 역시 똑같은 세금을 내는 미국의 시민이지만 흑인이라는 점은 마치 치명적인 약점처럼 작용한다. 더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들만 모여 '금녀(禁女)의 공간'인듯 회의에서 배제되는 점 또한 안타까울 정도다. 이쯤되면 관객들은 이들의 겉모습만 보며 무시하고 괄시하는 백인들을 '극혐'에 이르게 하고 그들을 향한 처우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캐서린을 비롯한 세 여인은 너무나 당당하고 익숙한듯 담담하게 대처한다. 누구도 꺽지 못할만큼 의지 또한 확고하다. 그들 앞에 나타난 백인들을 무릎 꿇릴 수 있을만큼 뛰어난 천재성을 보이게 되고 본부장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이나 미첼(커스틴 던스트) 모두 이들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관객이나 주인공들이 느낀 분노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나는 이 영화에 '최초'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러시아의 우주선인 스푸트니크호가 지구 밖으로 도약하는데 인류 최초로 성공했다. 미국은 당연히 마음이 급해졌다. 러시아는 뒤이어 스푸트니크2호에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우주선에 실어 생명체 실험에도 최초로 성공했다. 결국 미국은 2번이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NASA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밤샘 근무를 지시한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와중에 먼 곳까지 화장실을 가야만 했던 캐서린으로부터 자극을 받게 된 알 본부장. 그가 흑인 전용 화장실의 푯말을 깨부수는 장면은 흑인들의 '속박'을 벗어나게끔 해준다는 의미에서 짜릿함과 동시에 묘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알 본부장의 이러한 행동은 NASA에선 '최초'였을 것이고 변화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메리 잭슨과 도로시 본에게도 '최초'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NASA의 엔지니어를 꿈꾸던 메리 잭슨은 엔지니어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딱 한가지가 모자랐다. 하지만 좌절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도전했다. 결국 재판까지 이어졌고 '최초'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엔지니어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결국 그녀는 흑인 여성 최초로 NASA의 엔지니어가 되었다.
과거 NASA는 인간이 하던 계산과 전산의 영역에 고성능 컴퓨터를 도입시킨다. 기계가 있어도 사용이 어려웠던 당시 이를 연구하고 공부했던 도로시 본이 최초로 IBM 컴퓨터 정착에 큰 공헌을 하게 된다.
불가능할거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목표였지만 편견을 넘어서게 되고 꿈을 이루게 되었으며 미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차별과 편견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와 의지는 새 역사를 쓸 준비를 한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과 선입견을 깨부수면 새로운 세상이 드러난다. 우주 또한 미지의 세계. 최초를 위한 그들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역사에 기록될만한 승부수였다. 흑인의 장벽을 넘어서고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벽을 깨부수며 새로운 역사를 기록한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시대에 맞이하는 <히든피겨스>는 그 의미가 더 크다!
P.S. 세계 최초의 우주 비행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우주 전쟁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미국의 정부기관으로 우주세상을 꿈꾸는 인간들의 갈망을 실현 가능하도록 연구하고 개발하는 세계 최고의 우주 연구 기관입니다.
지금의 NASA가 도래하기까지 미국은 과거 소련과 수도없이 경쟁해왔죠.
잘 알다시피, 소련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려 지구 궤도에 올린 바 있습니다. 그것도 무려 60년전에. 1957년 10월, 당시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죠. 위에서도 언급했듯 소련은 다시 스푸트니크 2호에 라이카를 태워 생명체 실험을 했습니다. 라이카는 우주 개척을 위한 인간들의 희생양이 되었고 새로운 발판이 되었습니다. 라이카가 우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산소 발생기나 CO2 제거 장치 등이 있었습니다. 물론 물이나 음식 공급기도 포함해서. 라이카는 지구를 벗어나 시한부로 일주일을 살았다고 발표한 바 있었으나 실제로는 로켓이 발사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라이카의 생명은 비극적일 수 있습니다. 소중한 생명이니까요. 하지만 그 희생은 지금의 우주 역사를 만들게 되었고 소련 역시 라이카의 희생을 기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나사는 스푸트니크호로 인한 소련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에 충격을 먹고 생겨난 기관입니다. 미국의 34대 대통령인 아이젠하워가 재임 당시 설립한 기관으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기도 했죠.
나사는 1969년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달에 첫 발을 내딛게 된 닐 암스트롱 그리고 미국.
사실 달 착륙에 대해서는 조작설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공기가 없는 우주인데 성조기가 펄럭거린다는 이야기. 그림자의 방향이 다르다는 이야기 등 수도 없이 나온 조작설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