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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y 12. 2017

<프로메테우스>로부터 기원하는 에일리언의 진화

#43.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 : 커버넌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티탄족(Titan, 거인족), 이아페토스(Iapetus)의 아들을 일컫는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땅 위에 존재하는 흙과 물을 재료로 신들의 형상과 비슷한 '인간'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더불어 인간에게 가장 처음으로 문명이라는 것을 가르친 캐릭터라고 한다.

<에일리언>의 출발선, 영화 <프로메테우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1979년 리들리 스콧에 의해 제작된 영화 <에일리언>의 프리퀄(Prequel)이다. 영화 <에일리언>은 리들리 스콧이 만 42세였을 때 제작한 작품으로 당시만 해도 그는 신예 감독에 불과했다. 제작사는 수천만 달러를 들여 에일리언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리들리 스콧에게 메가폰을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에일리언>은 SF 영화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대작이 되었다. 리들리 스콧의 바통을 이어받아 제임스 카메론 등 여러 감독들이 연출했고 스핀오프도 등장한 바 있다.


2012년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보여주는, 본래 작품의 시간대를 앞선 말 그대로 '프리퀄'이지만 플롯상의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과 그 답을 찾기 위한 탐사를 언급하고 있다. 덕분에 관객들의 궁금증은 증폭되었다.

'인간이란 본래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생명체'라는 의문으로 시작한 작품이니 "프로메테우스"가 가진 의미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리들리 스콧은 이번 작품 <에일리언 : 커버넌트>(이하 커버넌트)을 통해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이어지는 '시퀄(Sequel)'로서 인류 창조의 물음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할 것인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 : 커버넌트>

※ 아래 작성 글에는 스포일러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의해주세요.

에일리언의 탄생과 진화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진화가 외계로부터 온 것이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그 해답과 근원을 찾기 위해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85년,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파스)를 포함한 일행들이 프로메테우스호를 타고 찾아가게 된 행성에서 또 다른 생명체를 마주하게 되고 곧 위기에 빠진다.

프로메테우스호 이후 몇십 년이 흘렀다. 22세기, 신세계를 찾아 떠나는 항해 중 커버넌트호는 미지로부터 알 수 없는 신호를 받게 된다. 지구와 닮은꼴의 행성으로부터 전해지는 신호를 찾아 탐사를 시작한다. 물도 있고 공기도 존재하는 이 곳은 그들에게 사전조사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신세계'였다. 기쁨과 우려가 공존하는 시간도 잠시, 탐사 도중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이 대원들의 몸속으로 들어와 죽음을 맞이하고 남아있는 대원들 또한 전례없는 사투를 벌이게 된다.

네오모프의 첫 등장, 위기에 빠진 대원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버섯들처럼 작은 포자에서 흩뿌려지는 미세한 입자들이 바로 에일리언의 씨앗 같은 존재였다. 이 입자들이 인간들 몸에서 숙주로 기생하다 몸을 뚫고 나오게 되는데 커버넌트에서 공포감의 포문을 연 것이 바로 네오모프(néo·mòrph)라는 존재다. 네오모프는 일명 백 버스터(Back Burster)로 등 뒤에서 튀어나온다. 기존 에일리언이 대부분 가슴을 뚫고 나온 '체스트 버스터(Chest Burster)'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신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네오모프의 사전적 의미와 같다. 네오모프의 존재는 마이클 패스벤더가 인터뷰를 통해 우연히 언급한 바 있고 이는 신종 에일리언의 예고로서 에일리언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기존 시리즈에서 수도 없이 본 '에일리언'은 체스트 버스터를 포함해 페이스 허거(Face hugger), 오보모프(Ovomorph), 제노모프(Xenomorph) 등 꽤 다양한 편이었다.

체스트버스터를 형상화한 티셔츠. 실제 이미지가 혐오스러워 대체합니다.
페이스허거의 모습   출처 : www.etsy.com

제노모프가 에일리언의 대표적인 외계 생명체였다면 이번에 처음 등장한 네오모프는 크기가 작은 반면 재빠르고 영악하며 잔인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몸집이 큰 에일리언 제노모프보다도 가장 에일리언스럽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오보모프라 함은 페이스허거를 품고 있는 일종의 거대한 알이라 할 수 있다. 과하게 말하면 미더덕의 초대형 버전이라고나 할까? 페이스허거는 인간의 얼굴을 그대로 감싸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꽉 움켜쥔다. 페이스허거는 인간의 입을 통해 유충을 몸 안으로 집어넣는다. 오보모프-페이스허거를 통해 인간은 다시 숙주가 되고 이어서 가슴을 뚫고 등장하는 존재가 바로 체스트 버스터다. 체스트 버스터는 에일리언의 형상을 그대로 갖추고 있고 성장 또한 빨라 순식간에 제노모프로 진화한다. 이것이 바로 리들리 스콧이 창조해낸 우주의 괴물, 에일리언이다.

리들리 스콧은 이번 작품에서 에일리언의 변이형태를 모두 보여준다. 처음 마주하게 된 이들과 사투를 벌이는 대원들의 표정 속에서 우린 함께 공포를 느낀다.

제노모프의 기괴한 모습     출처 : movieweb.com

커버넌트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전 작품인 <프로메테우스>가 개봉을 앞두고 브레인스토밍 되었던 타이틀은 본래 '파라다이스(Paradise)'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프로메테우스>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고 그대로 개봉했다. 이번 커버넌트의 제목 또한 '파라다이스 로스트(실낙원)'라는 이름이 붙은 바 있다. 어찌 됐든 '프로메테우스 2'라는 이름은 버리고 '에일리언'을 붙이고자 했단다. 감독은 파라다이스 로스트 이른바 '실낙원'이라는 표현을 덧붙여 영화의 큰 그림을 그렸다.

http://avp.wikia.com/wiki/Peter_Weyland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했던 웨이랜드 회장(가이 피어스)은 오랜 삶을 지속해오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 인물이다. 아마도 그는 지구가 아닌 또 다른 행성에서 생명연장을 꿈꿨을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을테니까. 영화를 전체적으로 뜯어보면 '낙원'은 온데간데없고 희생만 난무한다. 파라다이스 로스트라는 타이틀 자체는 다소 직접적일 수 있으니 '에일리언'이라는 본 타이틀에 '커버넌트'를 붙이게 된 것이라 추측해본다.

'미지'의 신호를 따라 '미지'의 세계로

'커버넌트(Covenant)'는 '약속', '서약'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기 위한 2천 명 이상의 개척민들과 승무원들 사이에서 정해진 지상낙원 개척에 대한 약속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계획에도 없던 행성으로의 탐사는 사실상 모험이고 돌발이다. 커버넌트호에 타고 있던 수많은 생명들을 본래 계획했던 신세계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약속이고 서약이겠지만, 그 약속은 미지의 신호로 인해 깨져버린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 감독은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인류의 기원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조물주인 신(God, 神)의 존재와 다윈의 진화론을 뒤로 한채 우주로 향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우리 행성, 우리 은하계와 유사한 곳이 어딘가에는 있다는 과학적 근거와 가설을 바탕으로 틀을 짰다.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한 인류의 조상, 엔지니어 스페이스 죠키    출처 : www.purefilmcreative.com

<프로메테우스>의 오프닝 시퀀스만 봐도 피부도 하얗고 거구의 몸집을 가진 '외계인 스페이스 죠키'의 모습 속에서 인류의 조상임을 암시하게 해준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들이 존재했던 흔적들을 오롯이 보여준다. 마치 마야나 잉카 문명이 사라졌듯이, 마치 폼페이가 화산 폭발로 인해 폐허가 된듯한 현장 속에서 우린 그들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인류 기원의 충격적 비밀은 무엇이었을까?'라는 헤드카피를 통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소하기엔 워낙 직관적인 해답이 없다. 그 답을 원했던 일부 관객들은 전작과 지금의 작품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부재로 인해 실망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데이빗과 월터, 1인 2역을 소화해낸 마이클 패스벤더

이번 작품에서 플롯 전체를 뒤흔드는 캐릭터는 다름 아닌 AI 로봇 데이빗과 월터(마이클 패스벤더)다.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데이빗은 <프로메테우스>에 처음 등장해 엘리자베스 쇼와 함께 탐사를 진행했던 웨이랜드의 크리쳐(Creature)다. 전작에서 스페이스 죠키에 의해 목이 잘려나가긴 했지만 엘리자베스 쇼를 통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월터는 데이빗과 같은 AI다. 데이빗이 엘리자베스 쇼와 호흡을 맞췄다면 이번 월터는 대니엘스(캐서린 워터스턴)와 케미를 이룬다. 데이빗과 월터 사이에서 감도는 전운(戰雲)과 그들에게 숨겨진 비밀은 스포일러 요소가 다분해 과감히 여기서 줄인다.


영화는 <프로메테우스>로부터 기원하는 에일리언의 탄생과 진화를 쭉 이어간다. 인류의 기원 역시 잘 파헤쳐보면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해석들이 난무하는 것처럼 인간의 창조와 에일리언의 탄생에도 깊은 연관성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리플리 또한 그 연결선 상에 있다.

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신들의 발할라 입성>은 영화의 전체를 휘감아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이 음악은 영화 오프닝과 엔딩에 담기면서 창조주와 피조물의 역학 관계 그리고 그 권력의 역전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굉장히 철학적으로 감싼다.

벌써 80세에 접어든 '에일리언 창조주' 리들리 스콧 감독.

리들리 스콧 감독은 1937년 영국에서 태어나 25세에 드라마 'Z cars'를 연출했고 1979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신비를 영화로 다뤘다. 특히나 그가 창조한 '에일리언' 프로젝트에는 창조와 파멸이 모두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에일리언 : 커버넌트>는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프리퀄이자 시퀄이다.


※ 작성 글에는 스포일러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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