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상어에 대한 공포는 불변의 진리죠. 하지만...
영화 <죠스>는 상어를 향한 인간의 공포를 자극한 호러물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으로 만들어진 1975년 작품이다. 피서철 작은 해안가에 몰려든 관광객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과 달리 앞으로 닥칠 위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바다에 뛰어든다. 이러한 공포물의 전형적인 희생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드는 사람들이거나 공포의 대상에 무턱대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죠스>의 플롯을 보면 그간 헐리우드 호러물이 보여준 지극히 일반적인 보통의 시나리오였다.
"아, 저 사람이 제일 먼저 죽겠구나"
당시에는 기상천외하고 예측 불가한 구성일 수도 있었겠으나 이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짜임새가 되어버렸다.
<죠스>에서 공포감을 유발하는 피사체는 말 그대로 상어다. 죠스(Jaws)라 함은 본래 '턱'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데 이 영화 이후로 우린 죠스와 상어를 동일시하곤 한다. 그것은 곧 영화의 힘!
상어라는 존재는 잘 알다시피 바다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손꼽는다. 미디어를 통해 접해왔던 상어의 날카로운 이빨과 거대함 역시 인간의 공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상어의 존재감은 더할 나위 없이 무섭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바다 또한 일반 사람들에겐 자연이라는 아름다움 그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이면이며 공포 요소로 작용하기에 어색함이 없다. 드넓은 바다는 미지의 세계다. 깊은 바닷 속에서 느끼게 되는 공포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다. 이는 단순히 스쿠버다이빙으로 '즐기는' 차원이 아닐테니까.
맨디 무어가 주연을 맡게 된 이번 <47미터>는 깊은 바닷 속을 배경으로 바다의 포식자 상어가 등장해 해양호러물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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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다와 상어가 주는 공포
멕시코 앞에 펼쳐진 광활한 바다 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리사(맨디 무어)와 케이트(클레어 홀트)는 상어체험 케이지에 들어가게 된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부터 겁에 질린 리사는 케이트의 적극적인 공세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산소 마스크를 쓴다.
서서히 물 밑으로 내려가는 그들. 배에서 멀어지며 가라앉던 중 연결된 고리가 느슨해지며 바닥으로 내려앉게 된다. 산소탱크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단 20분. 그들은 심해 47미터 바닥에 표류하고 만다.
47미터라는 수치.
지상에선 그저 손을 뻗으면 닿을만큼 가까운 곳이겠지만 바닷 속에서는 손을 뻗어도 닿기 어려운 깊이일 것이다. 더구나 아무 것도 없이 작은 산소통에 의지해야만 하는 현실은 앞을 전혀 알 수 없는 희박한 희망일 뿐이다.
케이트는 배에 있는 테일러(매튜 모딘) 선장과 하비에르(크리스 J 존슨)와 통신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케이지 밖으로 나간다. 그들에게 위험요소는 점점 줄어드는 산소 뿐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어의 존재다.
케이트가 구조를 받기 위해 열심히 헤엄을 치지만 내가 어디서부터 온건지,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알지 못하게된다. 눈 앞에 보이는 바닷속 낭떠러지는 주인공이 겪는 공포를 그대로 전달해준다.
이 영화는 '결말'을 두고 예상치 못한 반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엔딩 시퀀스에서 '엇 설마?' 했던 추측을 제작진이 한번 더 뒤집어 마무리하긴 했으나 반전이 주는 임팩트는 그리 강하지 못했다.
리사의 겁에 질린 비명과 표정에는 러닝타임 내내 큰 변화가 없지만 엔딩신에 가서야 조금 뒤집힌다. 러닝타임 89분 중 그 몇 분이 인상깊게 남는다.
리사 역의 맨디 무어는 가수로 데뷔했고 <Only Hope>라는 노래로 유명세를 탔다. 앤 해서웨이 주연의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조연으로 처음 얼굴을 비춘 이후 여러 영화에 등장했다.
89분의 <47미터> vs 86분의 <언더워터>
심해가 안겨주는 공포와 상어의 공격이 플롯의 주재료로 쓰여진 케이스가 많아지다보니 관객들은 이 소재에 대해 지겹거나 지루해할 수 있다. 상어를 주제로 한 대다수의 영화들이 다소 유사하기 때문이다. <오픈워터>나 <딥 블루 씨>, <샤크나이트> 등 쉽게 말해 거기서 거기다. 어디서부터 '아류'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소 따분한 샤크 호러가 잊을만할 때 등장하곤 했다. 이러한 장르에 3D를 입혀 상어의 형체를 보다 실감나게 표현한 작품들도 여럿 존재하긴 하나 그 이상의 흡입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건 플롯이 가진 근본적인 맹점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식인상어는 소재로서 활용가치에 한계를 보인다. 바다라는 배경이 따라붙을 수 밖에 없으니 공간에 있어서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다.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묵직한 한방'이 절실할 뿐.
하지만 블레이크 라이블리 주연의 <언더워터>는 조금 달리 보인다. 서핑을 즐기는 낸시는 멕시코 해안가에서 서핑을 하다가 상어와 마주한다. 죽은 고래의 등이나 작은 암초만이 잠시나마 상어를 피할 수 있는 낸시의 도피처였다. 바다 위에서 상어와 대립하는 <언더워터>는 바다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47미터>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긴 시간을 지루하게 질질 끌 필요 없이 단 90분 이내 소화해냈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참고로 <죠스>는 124분, <딥 블루 씨>는 123분이었다.
더불어 <언더워터>가 선사하는 긴장감은 상당히 예리하다. 암초 위로 바닷물이 넘실대는 만조 시간대를 낸시의 시계로 오버랩하면서 관객 또한 차가운 바닷물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고프로 영상을 통한 실감나는 스릴 또한 <언더워터>가 선보이는 카메라 기법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낸시가 상어에 대처하는 방법. '이 영화의 결말은 미쳤다'는 <언더워터>에게 왠지 더욱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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