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 1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 작품 <어벤저스:인피니티 워>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나도 인간인지라 시간 흐름에 따른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쌓아갔다. 그런데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진화'했다는 것이 알맞은 표현일 수도 있겠다.
2008년 우리에게 찾아온 <아이언맨, Iron Man>은 신성(晨星) 같은 존재였다.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등장과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아이언맨은 획기적이고 기발했으며 기상천외했다. 10년간 18편(인피니티 워는 제외)의 마블 시리즈가 등장했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인크레더블 헐크> 쿠키영상에 등장한 것을 포함해 무려 9편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아이언맨은 원작자 스탠 리(Stan Lee)가 섬세하게 깎아 만든 '걸작(Masterpiece)'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마블(Marvel)은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히어로 무비란 이런 것', '블록버스터라면 이 정도!'라며 임팩트 있는 캐릭터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놀랄만한(Marvelous) 스케일을 선보여왔다.
헐크와 캡틴 아메리카로 이어지는 마블 시리즈의 작품들은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아갔고 점차 자신들의 세계관을 확장해갔다. <앤트맨>과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펜서>가 새롭게 등장했고 소니 픽처스에 몸 담았던 <스파이더맨>이 마블의 식구로 귀환하면서 보다 완벽에 가까운 <어벤저스>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 마블 스튜디오의 10주년을 맞이하는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는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최강 빌런 '타노스'를 출연시키며 그와 격돌하는 어벤저스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블 스튜디오의 10년은 새 역사를 쓰기 위해 또다시 출발선에 섰다.
어벤저스, 최강 빌런 타노스와 대적하다!
사실 마블의 팬이라면, '타노스(Thanos)'라는 이름을 수차례 들어봤을 것이고 그가 가진 진정한 괴력은 베일에 싸여 드러나지 않았지만 뿜어져 나오는 암흑의 아우라는 충분히 느꼈을 법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얼굴을 드러냈던 타노스(조쉬 브롤린)는 마블 시리즈가 줄곧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해주었던 쿠키 영상에서도 몇 차례 등장한 바 있다.
러닝타임 149분의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저스)는 (의외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타노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고편을 통해 인지할 수 있듯, 영화는 '인피니티 스톤(Infinity Stone)'을 '인피니티 워' 전반에 깔아 두고 그 중심에 타노스를 세웠다. 타노스는 우주 전역에 흩어진 인피니티 스톤을 찾기 위해 몰두한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 완벽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인피니티 건틀렛(Gauntlet)을 완성하기 위함이다. '완벽한 힘'이란 우주 전체를 휘어잡을 수 있는 또는 모조리 파괴할 수 있는 무한대의 능력을 의미한다. 타노스에게서 이러한 힘은 균형을 위한 파괴로 활용된다.
영화의 초반 시퀀스부터 타노스는 자신의 힘을 마음껏 뿜어낸다. 혹자들은 '가장 충격적인 도입부'라고 말하는데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로키(톰 히들스턴)가 수많은 치타우리 종족들을 이끌고 뉴욕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타노스도 자신들의 부하들을 지구로 보내 남아있는 스톤을 회수하려 한다.
아이언맨은 물론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헐크(마크 러팔로)가 한 곳에 모여 타노스의 부하와 격돌한다. 영화는 생각보다 초반부에 위기를 몰아넣고 긴장감 있게 액션 시퀀스들을 펼쳐나간다.
한편, 홀연히 사라졌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팔콘(안소니 마키), 나타샤(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등장한다. 어벤저스와 지구에 닥칠 위기가 어쩌면 공포스러울 정도인데도 이들의 귀환은 마치 영웅의 부활 같았고 그들의 등장 씬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반갑기 그지없었다.
어벤저스 1편과 2편과 달리 20명이 넘는 히어로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격돌하는 시퀀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타노스가 가진 파워가 거대하고 막강하지만 '인피니티 워'의 후속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여러 편의 영화로 각기 흩어졌던 캐릭터들이 서로가 새롭게 마주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납득할만하다. 물론 할리우드뿐 아니라 글로벌하게 이름 좀 날리는 유명한 배우들이 한 곳에 모일만한 물리적인 시간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 20여 명의 히어로들과 마주한 캐릭터는 타노스가 유일하다.
아이언맨이나 토르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의 캐릭터들을 만나 진지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나눈다던지, 스파이더맨이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와 함께 타노스와 맞붙는 장면, 로켓(브래들리 쿠퍼)과 그루트(빈 디젤)가 토르와 함께 대형 전투씬에서 빛을 발하는 149분의 주요 시퀀스는 마블의 팬으로서 매우 흡족하지 않을 수 없다.
액션 시퀀스가 난무하고 수많은 히어로들이 지구와 우주 공간에 관계없이 격투를 벌이는데도 불구하고 '난립'보다는 '정돈'된 느낌이 든다. 히어로를 한데 모으지 않고 공간별로 적절하게 구분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품은 개봉 전이나 개봉이 된 이후로도 스포일러에 시달리고 있다. '히어로 중 누군가 죽는다'는 말이 떠돌아다니면서 누가 죽는다고 하는 둥 소문이 무성하지만 스포일러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재빨리 관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하겠다. 소문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영화를 보고 난 후,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마블 시리즈 전체에 펼쳐놓은 인피니티 스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니게 되는지 두 눈으로 목격했음에도 인피니티 건틀렛이 보여준 파워는 지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역대급 빌런이라고 하는 타노스와 어벤저스의 격투가 후속편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알아두면 더욱 재미있는 인피니티 스톤 6가지
인피니티 스톤이 모두 한 곳에 모이게 되면 우주 전체를 파괴할 수 있을만한 힘을 갖게 된다. 타노스의 철학이자 논리는 '모든 것의 절반을 파괴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인데 다소 황당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스톤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으며 어떠한 힘을 가졌을까?
1. 마인드 스톤(Mind Stone)
마인드 스톤의 경우, 어벤저스 1편에서 로키가 사람들을 세뇌시키는데 활용했다. 마인드 스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생각과 마음의 힘을 다스린다. 치타우리 셉터(Chitauri Scepter)의 아이템으로 쓰인 이 스톤은 돌고 돌아 비전의 이마에 박혀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인피니티 워> 예고편에서도 비전의 이마에서 이 스톤을 빼내려는 행위가 드러나는데 마인드 스톤과 비전의 몸은 엄청난 신경으로 이어져있는 상태다. 실제론 어떻게 될까?
2. 타임 스톤(Time Stone)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면, 수련을 하던 닥스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대고 만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타임 스톤이다. 아가모토의 눈(Eye of Agamotto)이라고 불리는 이 아이템은 시간과 관련된 엄청난 힘을 지녔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빌런이었던 도르마무와 격투하는데 이 스톤의 힘이 제대로 발휘된다. 타임루프를 다스리는 파워는 이번 작품에서도 빅재미를 선사한다.
3. 스페이스 스톤(Space Stone)
스페이스 스톤 역시 어벤저스 1편과 더불어 영화 <토르> 시리즈에서 확인 가능하다. <퍼스트 어벤저>에서도 레드 스컬이 손에 쥐었다가 캡틴이 이를 막아섰다. 하지만 바다 밑으로 잠겨 70년간 오랜 잠을 자게 된다. 테서렉트(Tesseract)라 불리는 이 스톤은 어벤저스 1편 엔딩 시퀀스에서도 볼 수 있듯 토르가 로키와 함께 아스가르드로 가져간다. 결국 다시 로키가 손에 쥐었다. '스페이스'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공간을 지배하는 힘을 가졌다. 테서렉트는 사전적 의미로 4차원 정육면체를 뜻하는데 영화 속에서도 큐브의 형태로 등장한다.
어벤저스 1편에서 치타우리가 뉴욕으로 침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스톤의 힘 덕분이다.
4. 파워 스톤(Power Stone)
파워스톤. 오브(Orb)라고도 불린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오브라는 말은 둥근 모양 '구(球)'를 의미한다. 실제 '가오갤'에서는 스톤을 감싸고 있는 둥근 형태의 도구, 즉 오브를 스타로드가 훔쳤다. 가오갤의 빌런이었던 로난이 타노스의 지시를 받고 오브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오브 쟁탈전이 있었던 <가오갤> 이후 오브는 노바 제국(Nova Corps Vault)에서 관리하고 있다. 파워스톤은 말 그대로 파괴적인 '힘'을 가졌다.
5. 리얼리티 스톤(Reality Stone)
<토르 : 다크 월드>에서 등장했던 리얼리티 스톤은 에테르(Aether)라 불린다. 영어에서도 독일어에서도 마취제라는 의미가 포함되는데, 검붉은 액체의 형태를 띤 이 스톤은 <다크 월드>의 빌런이었던 말레키스 손에 들어갔다가 최종적으로 노웨어(Knowhere)의 콜렉터(베니시오 델토로)의 손에 들어갔다. 콜렉터가 보관 중이라고 하는 게 맞는 말이겠다. 에테르는 리얼리티 스톤으로서 키워드 그대로 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타노스가 이번 작품에서 이 스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지켜보면 큰 재미가 될 수 있겠다.
6. 소울 스톤(Soul Stone)
가장 궁금한 스톤 중 하나가 바로 '소울스톤'이다. 마블 시리즈 중 어디에도 등장한 바 없지만 <인피니티 워>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작품이 개봉되기 이전까지 <토르>에 출연한 헤임달의 눈이 그 기원인지, <블랙 펜서>의 와칸다에 존재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견들이 있었다. 타노스가 등장할 때부터, 소울스톤은 건틀렛에 포함되어 있었다.
※ 앞으로의 마블이 주목되는 이유는 <인피니티 워>의 후속작에서 벌어지게 될 '어벤저스 vs 타노스'의 결투는 물론이고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캡틴 마블'이 바로 그중에 하나이고 앤트맨의 활약 역시 귀추가 주목되고 있죠.
※ <인피니티 워>의 박지훈 번역가가 닥스의 대사를 이상하게 오역하는 바람에 그 재미가 반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막은 그렇게 나왔어도 다르게 이해했습니다. 분명히 '뭔가 있다'라는 직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죠.
사실 처음부터 위기에 처한 어벤저스는 '웃음'보다 진지한 모습과 불 타오르는 투지가 매 순간 묻어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오갤>의 캐릭터들은 깨알 같은 재미와 재치를 한꺼번에 선사했습니다. 분명히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장면인데 관객들이 웃지 않았던 것 중 하나도 번역에 대한 문제가 있긴 했죠. 자막은 분명히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 인피니티 스톤에 대해서는 영화를 봤음에도 놓친 부분이 있어 일부 웹사이트를 참조했습니다.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저도 궁금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