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AI가 미디어 환경을 바꾼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到來)는 우리 세상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도 어디선가 꿈틀대고 있는 지각의 변동과 그에 따른 떨림은 4차 산업혁명이 아직도 '활화산'임을 느끼게 해준다. 이와 동시에 우리 곁에 스며든 암호화폐(cryptocurrency)와 블록체인(Blockchain)은 엄청난 각광을 받았고 늘 이슈를 몰고 왔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기술로서 암호화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금융업계는 물론 부동산 계약, 유통과 헬스케어 등 우리가 (어쩌면) 예상치 못했던 영역에서 블록체인의 기술력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블록체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블록체인, 미디어와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은 미디어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적용된 케이스도 존재한다.
먼저 스팀잇(Steemit) 사례를 살펴보자. 스팀잇(Steemit.com)은 2016년 4월 런칭한 블록체인 기반의 미디어 플랫폼이다.
스팀잇을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와 같은 플랫폼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공간에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콘텐츠를 올리면 스팀잇의 사용자들이 그 콘텐츠에 대해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처럼 '업보트(upvote)'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스팀잇은 크리에이터에게 가상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결국 내가 만든 콘텐츠가 수익모델로 연결된다는 점을 주목해볼 만하다. 콘텐츠에 대한 수익은 75%가 크리에이터에게, 25%는 추천한 사람에게 각각 배분된다. 스팀잇은 스팀(Steem)과 스팀파워(Steem Power), 스팀달러(Steem Dollars) 등 3가지 종류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스팀의 경우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이다.
스팀잇의 창업자인 네드 스캇(Ned Scott)은 플랫폼 내 광고가 없어도 콘텐츠 자체만으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한 모델을 꿈꿨다고 했다. 지저분한 광고가 없어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청정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구축한 것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스팀잇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것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필자와 같이 스팀잇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는 보안 장부 즉 블록체인에 연결된다. 블록체인의 기본은 장부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등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에 있는데 스팀잇의 콘텐츠 역시 7일 이후에는 수정 또는 삭제가 불가능하다.
스팀잇의 사용자는 5월 16일 100만 명을 돌파했다. 출시한 지 2년 만이다. 일 평균 약 25만 명이 스팀잇 페이지를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17년 6월, 저널리즘의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저널리즘과 만나 하나의 뉴스 플랫폼이 탄생했다. 이름하여, '시빌(Civil)' 시빌 역시 블록체인 기반으로 탄생한 뉴스 플랫폼이다. 시빌의 근본적인 형태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기사를 읽는 독자의 직접적인 뉴스 거래에 있다. P2P(peer to peer) 형태의 플랫폼으로 봐도 무방하다. 기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니 제3자가 끼어들 공간이 없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언론사 홈페이지를 보면 수많은 기업들이나 정부, 지자체의 홍보성 기사나 광고 그리고 기사 본문을 읽을 수 없을 정도의 배너 광고가 수도 없이 가득 차다.
시빌은 광고주의 권력, 정치적 이슈로 인한 정치권의 압력, 뉴스가 될만한 기사를 주요 영역에 배열하는 형태를 보지 않아도 된다.
시빌은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을 시티즌(Citizen)이라 표현하고 시티즌은 시빌의 암호화폐인 'CVL' 코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시빌이 세상에 알려진지 1년. 현재는 도약을 위한 '준비' 상태에 있다. 이미 약 50억 원이 넘는 투자를 받기도 했다. 언론인만 200명 수준에 이른다.
시빌과 같이 블록체인 기반의 미디어가 생겨나면 기사 제작 개입은 물론이고 가짜 뉴스가 생산될 수 있는 부분들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 사이의 '합의' 형태는 블록체인 기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블록체인 2.0에서 언급되는 '스마트 계약'이 뒷받침될 것 같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고자 하는 독자들은 많다. 고퀄리티의 기사를 읽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크라우드 펀딩이나 유료 구매 니즈(needs)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시빌과 같이 자체 코인을 발행해 수익 모델로 삼을 수도 있다. 2018년 런칭을 앞두고 있는 시빌은 저널리즘의 변화를 몰고 올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뉴스 생산자와 독자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데 활용될 수 있고 코인 발행이나 크라우드 펀딩을 수익 모델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더구나 제3자 개입이 없다는 측면에서 지저분한 광고와 스팸성 기사, 외부 압력, 가짜 뉴스가 난립한 미디어 시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뉴스를 읽는 독자들이 참여함으로써 양질의 콘텐츠 생산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언급되는 키워드 중 가장 핫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나 클라우드와 연결되면서 로봇이 생산하는 기사들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증권 업계에서는 주식 시황에 대한 스트레이트성 기사를 로봇에게 맡기기도 한다. 한국경제나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등이 로보뉴스나 로봇기자라는 타이틀을 붙여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주식 종목을 이야기 해준다던지, 급등 종목의 거래 정보를 알려주는 것들이 이에 속한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이른 바 '사커봇(Soccerbot)'을 선보인 바 있다. 사커봇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 적용된 사례다.
데이터에 쌓인 경기 일정을 수집하고 기사 작성을 위한 정보들만 모아 경기 시작을 기다린다. 경기가 시작되면 경기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분석한다. 이를테면 누가 몇분에 퇴장을 당했고 누가 누구의 어시스트를 받아 몇분에 골을 넣었는지 기록도 한다. 이러한 정보로 글을 만들고 경기 종료와 동시에 팩트 체크를 한 후 기사 하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집과 정보 수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사람이 쓰는 기사보다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사실 증권 정보처럼 종목과 숫자, 등락폭만 있는 케이스나 축구 경기의 선수 정보와 시간, 득실점이 존재하는 즉, 객관적인 정보만 존재한다면 기자를 대신할 수 있는 로봇뉴스는 충분히 생산 가능한 상황이다. 인공지능이 보다 고도화 될 수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지 않을까?
KBS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보다 전문적인 뉴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한다. 보도영상을 생산하는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수집하고 서비스하는 패키지로서 제작된 기사들이 가짜 뉴스는 아닌지, 광고-스팸성은 아닌지 꾸준히 측정하고 학습을 거듭해 결과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대다수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로봇뉴스가 적용된다면 인공지능이 사람을 밀어낼 수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종종 편향된 기사들이 있기도 하고 주관적인 느낌이 다분한 콘텐츠도 존재하며, 자신의 의견을 오롯이 담은 사설이나 칼럼도 있으니 인공지능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도 분명히 존재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일부 기사는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사람들은 보다 나은 기사와 진정한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는 것(취재)이 인공지능과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것 아닐까?
※ 2018 KOBA의 컨퍼런스에서 얻은 정보와 더불어 스팀잇, 시빌, 네이버 증권, 연합뉴스 사커봇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