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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Jan 05. 2016

영화 <히말라야>

내맘대로 리뷰 #4


히말라야에서 잠든 박무택 대원을 그리며... 


흥행 보증수표라고 불리는 황정민이 산악 재난 영화에 등장했다. 

이쯤 되면 황정민은 어떠한 역할을 가져다주어도 맞춤옷처럼 소화해낼 수 있는 명배우가 아닐까? 

그런데 또 다른 게 보면 마치 어디서 본듯한 말투와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위험천만한 곳에서 열연했을 황정민에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엄홍길 대장의 옷을 입혀놓았다. 

영화 <히말라야>는 엄홍길과 박무택의 에베레스트 재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엄홍길 대장 역에 황정민,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무택 대원 역에 정우가 열연했다. 


영화 <히말라야> 포스터


박무택(정우)과 박정복(김인권)은 엄홍길(황정민) 대장이 이끄는 산악원정대에 참여하게 된다. 

북한산과 빙벽에서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해 혹독한 훈련을 한다. 

위험천만한 위기가 있었지만 그들은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게 된다. 이후 돈독하게 이어진 엄홍길과 박무택. 

영화는 이 둘의 케미를 제대로 살렸고 실제 그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24분. 

실제 사연을 잘 알지 못하는 일부 관객들은 히말라야에 남겨진 박무택과 그를 수습하려는 엄홍길 사이에 가족보다 더 끈끈한 동료애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고 또 그 때문에라도 영화가 주고자 하는 "감동"의 포인트, 즉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시퀀스가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ZIP 파일로 압축하듯, 털어내도  문제없을 씬들을 빼고 가볍게 압축을 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124분이라면 적절한 러닝타임일 수 있겠으나 눈물을 짜내기엔 너무 길었다. 


정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분명 눈물이 나오는 포인트에서 눈물이 맺히긴 하지만 쉽게 흘러내리진 않았다. 

편집의 차이인가? 배우의 연기가 이어지지 않는 걸까? 

비박 중인 엄홍길 대장(황정민)과 박무택(정우).


이동진 평론가는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맺히자마자 얼어붙는 눈물'


감동을 주는 시퀀스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과감하게 쏟아질 눈물임에도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평론가들이 혹평을 줄땐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면 어떨땐 영화를 찍으며 고생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생각해보면 대략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눈으로 즐긴 후 "어쩌고 저쩌고" 20자평으로 너무 쉽게 칼을 대는듯한 느낌도 있다. 

영화를 많이 봤으니 감독의 의도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눈높이가 높아졌으리라고 본다.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이나 독립영화를 선호하는 일부 관객들 그리고 평론가들까지 영화를 보는 데에는 모두 개인의 차이가 있다. 

반드시 평론가들의 "혹평과 평점"을 굳게 믿는 편을 아니지만 이번에 이동진 평론가가 이야기한 20자 평에는 100% 공감한다. 


등정 중인 휴먼 원정대


엄홍길 대장과 故 박무택 대원


1969년생인 박무택은 계명대 산악부 시절에 엄홍길 대장을 만났다고 한다.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히말라야 등정을 위해 엄홍길이 이끄는 산악팀에 들어가고자 했고 이후 엄홍길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 능선에 올랐다고 한다. 

칸첸중가, K2, 시샤팡마, 에베레스트까지 4좌를 함께 등반하며 고생을 했으니 형제이자 가족이자 동료의 끈끈함이 존재했을 것이다.


2004년, 우리나라의 따뜻하고 완연한 봄에 꽃이 필 5월 무렵, 박무택 대원은 후배들을 이끌고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 

정상을 밟고 내려오던 중, 박무택 대원의 눈이 이상해졌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눈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이 각막을 헤쳐 이른바 "설맹(snow blindness)"이 온 것. 

눈을 뜨고 내려와도 위험할 수 있는 곳인데 앞이 보이지 않으니 대원들을 내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에베레스트와 한 몸이 되었다.


엄홍길 대장은 "휴먼원정대"라는 타이틀로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험한 산길에 오른다. 

춥고 외롭고 쓸쓸한 곳에 후배를 두고 올 수가 없어서다. 

휴먼원정대에서도 두말하면 입 아픈 산악 전문가들이 여러 셀파들과 함께 나섰다. 

하지만 자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바람은 세차게 불고 온도는 급강하, 살이 베일듯한 추위에서 시신을 수습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박무택 대원을 티벳 고원이 보이고 태양이 가장 먼저 그리고 길게 내비치는 좋은 자리에 돌무덤을 만들어 그를 묻는다.


MBC에서는 휴먼원정대의 박무택 대원 시신 수습 영상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꽁꽁 얼어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박무택 대원의 시신은 100kg가 넘었고 다리도 곧게 뻗지 않아 로프로 꽁꽁 둘러메야 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었지만 100미터를 하산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전해진다. 

주변에는 쓸쓸하게 남겨진 다른 시신들도 보였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death zone"이라 불린 것은 아닐까? 박무택 대원이 영면할 돌무덤에서는 티벳 고원이 한 눈에 보였다. 

엄홍길 대장은 그의 손에 장갑을 끼워주었다. 베이스캠프나 엄홍길 대장 모두 울먹거리며 신호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실화를 그대로 대변해줄 순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훌쩍거리는 사람들, 끝나고 나니 오열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박무택 대원으로 연기한 정우가 눈에 파묻혀있는 모습, 그리고 그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엄홍길 역의 황정민에게서 감동을 느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 내용과 달리 영화는 박무택 대원의 아내(정유미)를 배치시키며 슬픔과 감동을 플러스했다. 

더불어 조성하, 라미란, 김원해 등 연기 좀 하는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하여 영화에 무게를 실었다. 


영화 <히말라야>에 등장한 배우들

이 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 배급으로 CJ 계열인 CGV에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초반에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였지만 손익분기점인 420만을 일찌감치 뛰어넘었고. 

새해 연휴를 포함, 1월 4일 기준으로 646만명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황정민의 티켓파워는 2015년이 끝나는 시점 그리고 2016년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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