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1. <앤트맨>와 퀀텀렐름(Quantum Realm)
<앤트맨과 와스프>에는 어떤 기술이 숨겨져 있을까?
공군 조종사 다크 펜델톤(데니스 퀘이드) 중위는 실리콘밸리에서 테스트 중인 인간 축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육안으로는 확인 불가한 수준으로 작아진 다크 중위는 실험대상이었던 토끼의 몸속으로 투입된다. 아무런 방해가 없었다면 무사히 살아 돌아와 해피엔딩이 되었겠지만 어찌 영화가 그러한가. 토끼의 몸에서 강제 추출되어 다시 잭(마틴 숏)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리게 된 다크. 리디아(맥 라이언)를 찾아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잭의 귓가를 울린다. 몸이 작아지면서 벌어지는 다크와 잭 그리고 리디아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바로 1987년 영화 <이너스페이스>의 주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꽤 인상 깊었던 소재였고 더불어 맥 라이언과 데니스 퀘이드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1989년에는 <애들이 줄었어요>라는 이름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영화 속에서는 ‘전자 자기 축소기’라는 발명품이 등장한다. 이 기계가 뿜어내는 축소 광선이 사람의 몸을 작게 만든다. 97년에는 후속 작품 <아빠가 줄었어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8년 1월에는 맷 데이먼 주연의 <다운사이징>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 역시 ‘인간 축소 프로젝트’를 이야기한다. 최근 작품답게 CG도 섬세하고 스토리 역시 단순하지 않다. 인구과잉으로 인해 기후 문제나 환경오염이 위기를 만들어내자 그 해법으로 다운사이징 기술이 개발된다.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면서 보통의 남성을 약 10cm가량의 소인으로 만들어버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햄버거나 500cc 맥주를 수많은 소인들이 나눠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경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작아진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앤트맨>, 양자역학을 이야기하다
인간이 작아진다는 ‘인간 축소’에 대한 소재라면 <앤트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에 비해 플롯 자체만으로도 매우 신박한 편이다. <앤트맨>은 2015년 8월 개봉해 마블 유니버스의 작은 거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개인적으로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 앤트맨이 나오지 않아 내심 아쉽기도 했다(물론 '엔드게임'에는 등장했지만)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라스)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 완성했다는 ‘핌 입자’가 원자 크기를 제어하는 기술력의 핵심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트맨이 탄생한 절대적인 원천기술이자 반드시 존재해야 할 재미요소이기도하다. 핌 입자로 인해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이 흥미로운 액션 시퀀스를 만들기도 한다.
<앤트맨>의 각 장면들을 잘 생각해보면 줄곧 사이즈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2.5mm의 집개미 수준으로 작아져 개미를 타고 다니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개미가 커지는 장면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 등장했던 앤트맨은 거대한 사이즈로 변형되어 마치 괴수를 보는 듯했다. 지난해 7월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도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사이즈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행크 박사는 양자 역학을 언급했다. 자신의 아내를 잃게 된 것 역시 시공간의 개념이 완벽하게 사라진 양자 영역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더 이상 작아지면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앤트맨은 기적적으로 양자 영역에서도 살아남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행크 박사가 언급한 '양자 역학(Quantum mechanics)‘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술들의 이론적인 바탕이자 뒷받침이 되는 현대 물리학이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과학 용어이지만 양자 역학의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두통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만큼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문과생인 필자가 조금만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입자인 원자(atom)나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이자 자연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순수한 물체의 최소 단위인 분자(molecule), 물질을 세분화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입자인 소립자(elementary particle) 등 미시적인 대상에 적용되는 역학”을 의미한다.
<앤트맨과 와스프> 그리고 퀀텀렐름(Quantum Realm)
‘퀀텀 렐름’이란 위에서 언급한 양자 영역을 뜻한다. 2차 대전 당시 행크 박사의 아내 제인이 와스프로 활동하다가 자신을 희생하며 양자 영역에 사로잡힌 이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앤트맨인 스캇 랭이 무사히 귀환하면서 양자 영역에서도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통 나노 수준의 사이즈를 이야기하는데 양자 영역에서 ‘크기(size)'는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수도 없이 이야기하는 ’나노 수준‘이라는 건 어느 정도의 작은 사이즈일까?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1센티미터(cm)는 10밀리미터(mm). 이보다 더 미세한 크기를 두고 미생물 크기의 마이크로미터(micrometer)와 나노입자의 크기 나노미터(nanometer)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나노는 10억 분의 1미터를 뜻하는데 머리카락과 비교하면 무려 10만 분의 1 수준이라 육안으로는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1cm 수준의 <앤트맨>의 크기를 두고 ‘나노’ 수준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양자 영역으로 진입했던 앤트맨은 나노보다도 더 작은 분자, 원자 단위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줄어든다. 양자 영역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고 우리가 살고 있는 광활한 우주가 아주 작은 소우주의 세계가 펼쳐진다고 말한다. 마이크로버스(Microverse)라고 하나 이는 마블의 세계관에서 언급하는 키워드다. 양자 영역 즉 퀀텀렐름에 들어가게 되면 자신 이외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공포가 엄습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이지만 역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되었다.
필자가 양자 영역에 대한 깊고 어려운 고찰과 학술서들을 모두 언급하고 설명할 순 없지만 가장 명확한 것은 우리는 모두 엄청난 원자들이 모여 하나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다 해도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가설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관련 서적을 뒤져봐도 시공간 이동에 대해서는 이론만 있을 뿐 작은 물체 하나도 옮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인체의 확대나 축소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원자를 부풀려 나를 감싸고 있는 근육과 피부를 늘리거나 축소시키는 것은 ‘양자역학’에서도 물리학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 <앤트맨>에서 표현한 미시세계는 우리 눈으로 결코 확인할 수 없는, 우주만큼 광활하고 무궁무진하다. 더구나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작은 우주이기 때문에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마블은 이러한 미지의 세계를 앤트맨을 통해 보여주었고 비록 가설이라 하더라도 현실과 같은 픽션을 선사했다. 상대성이론을 펼친 아인슈타인이 퀀텀렐름을 다룬 이 영화를 봤다면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 필자가 SK하이닉스에 기고했던 내용을 수정하고 편집하여 '부록'에 담습니다. <앤트맨>에서 언급한 양자 역학에 대한 내용은 몇 번을 봐도 어렵네요. 쉽게 풀어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면 도움의 손길 부탁드립니다. ^^
※ 같이 보는 영화
- <이너스페이스> : https://www.imdb.com/title/tt0093260/?ref_=fn_tt_tt_9
- <다운사이징> : https://www.imdb.com/title/tt1389072/?ref_=nv_sr_4?ref_=nv_sr_4
- <앤트맨과 와스프> : https://www.imdb.com/title/tt5095030/?ref_=nv_sr_1?ref_=nv_sr_1
<참고>
- <What Is Quantum Mechanics?>(2014.9.26), livescience.com
- <Introduction to quantum mechanics>, scienc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