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온다면 이상할까?
# 부록 3. 엔진 소음이 가득한 <분노의 질주>와 자율주행 테크놀로지
영화 <홉스앤쇼, Hobbs & Shaw>는 <분노의 질주>의 첫 번째 스핀오프(Spin-Off) 작품으로 북미에서는 올해 8월 2일, 국내에서는 8월 14일 개봉했다. 2001년 시작된 <분노의 질주>는 지금까지 9편(홉스앤쇼 포함)이 제작되어 전 세계에 이름을 날렸다. 첫 작품부터 빈 디젤과 폴 워커의 찰떡같은 호흡이 시작되었고 일부 시리즈를 제외하면 두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폴 워커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도 그의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작품은 빈 디젤과 체격상으로 동급을 이루는 드웨인 존슨의 괴력과 제이슨 스타뎀의 위협적인 액션이 플롯의 기둥이 된다. 혹자는 ‘빈 디젤이 등장하지 않는 스핀오프 작품이 멋진 스포츠카의 질주가 사라져 액션만 난무한다’는 이야기들을 하기도 하지만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이 빈 디젤과 폴 워커의 호흡만큼 액션과 코믹까지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시원한 재미와 볼거리를 충분히 선사하고 있다.
영화 <홉스앤쇼> 출처 : nwasianweekly.com자동차에 접목된 아날로그와 디지털 테크놀로지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전 세계 존재하는 다양한 차량들이 등장하면서 레이싱과 더불어 범죄 액션을 조화롭게 이룬 작품으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영화의 스케일은 커져갔다.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가 아끼는 애마는 닷지(Dodge)에서 생산하는 머슬카로 70년대 모델부터 닷지 챌린저(Dodge Challenger) 데몬까지 다양하게 등장한 바 있어 <분노의 질주>를 대표하는 차량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의 경우 미쓰비시사(Mitsubishi)의 이클립스부터 토요타 수프라, 닛산 GT-R까지 일본 차량을 주로 선택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레이싱 장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자동변속기(Automatic Shift, 오토매틱 시프트) 대신 수동 기어(Manual Shift)와 핸드 브레이크(Hand Brake, 또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드리프트(Drift, 자동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며 슬라이딩하는 상태)를 하기도 한다. 물론 보는 이에게 굉장한 스릴과 긴장감 그리고 현장감을 부여해주는 시퀀스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러 자동차에 투입되는 테크놀로지는 놀라울 정도인데 <분노의 질주>에서는 유독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활용한다. 그것은 레이싱 영화에 '보는 재미'를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수동기어를 사랑하는 돔(빈 디젤) 출처 : celebdhaba.com수동 기어나 핸드 브레이크를 활용했던 과거와 달리 현시대의 자동차는 대다수 오토매틱 기어를 활용한다. 기어박스 역시 디지털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들이 많아져 버튼식이나 다이얼 형태도 있으며 핸드 브레이크의 경우 풋 브레이크나 버튼을 활용하는 케이스도 많아졌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주파수를 맞춰가며 라디오를 듣거나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수동 방식을 활용했던 경우들도 거의 사라진 상태다. 대시보드 중앙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컨트롤 패널 보드를 일컫는 센타페시아(Center Fascia)에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터치 방식으로 제어하는 경우들도 생겼다. 이를 통해 내비게이션부터 오디오와 에어컨 등을 조작할 수도 있다. 차량에 존재하고 있는 기능을 한 곳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구현되어 있고 디지털 방식으로 변모한 만큼 현시대에 존재하는 차량에는 수백 가지의 반도체 칩이 장착되기도 한다. <분노의 질주>의 주인공들이 에어컨을 켜거나 한가하게 라디오를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는 조금도 없다. 그러니 굳이 디지털 방식이 아니어도 고성능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것. 그래서 엄청난 힘을 뿜어내고 어디서든 질주할 수 있는 괴력의 터보 엔진과 안정적인 서스펜션(Suspension, 충격 흡수 장치)을 탑재된 자동차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그야말로 '괴력' 출처 : motor1.com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자율주행 테크놀로지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에서는 오웬 쇼(루크 에반스)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이후 제이슨 스타뎀이 연기한 데카드 쇼가 등장하며 도미닉 토레토와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에 대적하는 캐릭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작품 <홉스앤쇼>에서는 데카드 쇼의 여동생 해티 쇼(바네사 커비)까지 등장한다. 전작에서 엄마 퀴니(헬렌 미렌)까지 등장한 바 있으니 가족이 총출동한 셈이다. 위험에 빠진 여동생을 구출하며 악당들을 피해 질주하는 홉스와 쇼. 이번 작품에서는 영국의 슈퍼카 제조사인 맥라렌(McLaren) 브랜드의 720S 모델이 등장한다. 8기통 엔진의 배기량 4천CC로 720마력, 최대토크 78.5kg.m의 힘을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2.9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최대 시속 341km/h라는 상상 이상의 슈퍼카다. 더구나 아날로그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적절하게 적용된 자동차라 하겠다. 사실 그동안 작품 속에 등장한 슈퍼카는 즐비했고 이와 대등한 파워를 가졌다.
맥라렌 720S 출처 : cars.mclaren.com주인공이 몰고 가는 자동차는 불까지 뿜어낼 정도로 늘 괴력을 발휘한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면서도 악당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은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만 핸들(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주인공이 자율주행 기술을 만나게 되었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분노의 질주>에 등장한 자동차가 자율주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색해 보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등장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만큼 자율주행 기술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노의 질주 : 더익스트림>에서 잠수함까지 동원하며 도미닉을 포함해 주인공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악당 사이퍼(샤를리즈 테론)는 건물에 주차된 자동차들을 ‘좀비 자동차’라 명명하고 원격 조종한 바 있다. 주인공이 탈출할 수 있는 퇴로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각 차량에 탑재된 시스템을 해킹한 것이다. 중앙 시스템에서 각 차량들을 아주 멀리서도 원격 조종한다는 것이기에 근본적인 자율주행 기술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혀 현실감 없는 이야기도 아니고 자율주행과 완벽하게 동떨어진 이야기도 아니다. 차량의 시스템들은 언젠가 교통 인프라를 위한 중앙 서버와 연동되어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목적지까지 매우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중앙 서버와 차량의 연결을 위한 인프라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바로 5G 통신 네트워크다.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고도화할 수 있는 연구의 기반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5G와 자율주행 기술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셈이다.
5G와 연결되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교통 인프라. 출처 : electronicproducts.com글로벌 IT 기업인 구글이나 테슬라, 우리나라의 네이버랩스나 현대자동차 모두 자율주행을 위한 테크놀로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실제 도로 위에서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구글의 경우 웨이모(Waymo)라는 자율주행 사업 조직이 존재하는데 바로 이 기업에서 오랜 시간 자율주행 테크놀로지를 연구해왔다. 수많은 차량과 신호등, 보행자, 교차로가 존재하는 실제 도로 위를 무려 1천600만 km 이상 테스트 주행을 실시했기 때문에 ‘초보운전’이라는 표시가 없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되는 센서에는 도로 위 피사체, 장애물, 표지판, 차량의 형태를 감지하고 식별할 수 있는 라이다(LiDAR) 센서와 고성능 카메라, 그래픽 카드를 포함해 다양한 반도체 칩이 포함될 수 있다. 라이다의 경우, 펄스 레이저를 통해 장애물을 인식한다. 레이저를 발사한 후 돌아오는 시간을 정보로 활용한다. 돌고래나 박쥐들이 자신들의 초음파를 통해 먹잇감을 찾는 것과 유사하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된 센서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실리콘 밸리의 벨로다인(Velodyne), 이스라엘 자율주행차 센서업체인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Innoviz Technologies) 등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라이다 센서 개발 업체다. 비주얼 컴퓨팅 기술을 보유한 엔비디아(NVIDIA)의 경우, 그래픽 반도체를 통해 차량을 식별할 수 있도록 연구해왔다. 엔비디아라고 하면 보통 컴퓨터에 탑재되는 그래픽 카드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와 같이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기술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같은 차종이라 하더라도 번호판만 다른 경우가 있고 택시나 경찰차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카메라와 그래픽 칩이 이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만큼 차량에 탑재된 두뇌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학습은 물론 연산을 병행해야 한다. 미국의 거대한 반도체 기업 인텔(Intel) 역시 엔비디아와 더불어 자율주행 테크놀로지에 뛰어든 기업이다. 엔비디아, 인텔 모두 자율주행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하여 운행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통합 제어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으며 테슬라(TESLA)나 볼보(VOLVO)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혁신을 이뤄나가고 있다. <분노의 질주>의 시리즈가 거듭되고 테크놀로지가 진화해도 주인공인 도미닉은 자신의 머슬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내연기관이 뿜어내는 화력은 자동차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인간의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미션 임파서블>에 등장하는 자동차나 테크놀로지가 완벽한 디지털을 꾀하고 있다면 <분노의 질주>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어느 정도 접목된 블록버스터라 하겠다. 그들의 질주에는 우렁찬 배기음과 엔진의 뜨거운 열기가 존재한다. 그것이 이 영화의 존재 이유다.
※ <분노의 질주> 속에 등장했던 자동차 이야기 그리고 테크놀로지는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 같이 보는 영화
- <홉스앤쇼> : https://www.imdb.com/title/tt6806448/?ref_=nv_sr_1?ref_=nv_sr_1
- <분노의 질주> : https://www.imdb.com/title/tt0232500/?ref_=fn_al_tt_1
<참고>
- <Fast & Furious Presents: Hobbs & Shaw>(2019), imdb.com/title/tt6806448/
- <720S FACTS & FIGURES>, cars.mclaren.com/en/super-series/720s/specification
- <WTF is Lidar?>(2017.08), techcrunch.com/2017/02/12/wtf-is-lid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