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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Feb 11. 2020

누군가는 봉준호 감독을 보며 영화인을 꿈꾸게 될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쓴 영화 <기생충> 그리고 명장 봉준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 Parasite>으로 감독상을 받았을 때 소감으로 던진 가벼운 한마디에 굵직한 메시지가 담긴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의 코멘트다.


영화 <1917>의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콜세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그리고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까지 감독상 후보는 모두 5명으로 매우 쟁쟁했다. 최종적으로 호명된 감독의 이름은 바로 봉준호. 그가 92회 오스카(Oscar)의 주인공이 되었다.

<기생충>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무려 4개나 거머쥐게 됐다. 그것도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었고 여기에 새롭게 개명된 국제영화상(기존 외국어영화상)의 첫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국제영화상 그러니까 외국어영화상과 함께 작품상을 받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칸 영화제를 비롯해 아카데미 수상으로 우리나라 영화사에 매우 거대한 기록을 남기게 되었고, 더불어 한국 영화의 위대함을 세계 영화인들의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시키게 된 결과를 낳았다.

"The Oscar goes to Parasite" 아카데미상 감독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이름.  출처 : twitter.com/TheAcademy

봉준호에게 마틴 스콜세지란?

영화 <기생충>이 국내 관객 1천만 명을 끌어모았고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Palme d'Or)을 수상한 것은 물론 국내외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호명된 사실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글로벌한 뉴스이자 이슈였을 것이다. 2월 10일 주요 뉴스는 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이었고 페이스북 등 SNS에서 실시간으로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마틴 스콜세지의 이름을 되새기고 싶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  출처 : empireonline.com

1942년생으로 1963년에 데뷔해 제작, 기획, 각본, 연출까지 통틀어 무려 111편의 기록(필모그래피)을 남겼다. 1943년생의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느낌과 같이) 마치 그의 페르소나 같다. 1976년 작품인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는 29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후 4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흘러 <기생충> 역시도 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 그 영광의 기록을 함께 쓰게 됐다.

아카데미상 시상식 현장에서 마틴 스콜세지의 얼굴을 볼 수 있었어도 무대 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꽤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음에도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다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 영화 <무간도>를 할리우드판으로 리메이크한 <디파티드, The Departed>로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바 있지만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웃음.  출처 : neh.gov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 <아이리시맨, The Irishman>으로 다시 한번 92회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된다. 무려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조 페시까지 뛰어난 배우들을 캐스팅해 209분이라는 러닝타임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현대사의 '참으로 시의적절한' 배경을 갱스터 무비라는 조합으로 만들어낸 이 작품은 마틴 스콜세지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혹자는 '영화 <아이리시맨>은 시네마의 교본'이라고도 말한다. 봉준호 감독에게 마틴 스콜세지가 만들어냈던 지난 모든 영화들이 그런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92회 아카데미상 감독상 트로피를 손에 쥔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마틴 스콜세지를 이렇게 되새겼다.

"어렸을 때 영화 공부를 하면서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고 마틴 스콜세지의 말이 떠오른다"라고 하며 객석에 앉아있는 마틴 스콜세지에게 경의를 표했다. 수많은 관객들은 물론 할리우드 배우들 모두 자리에 일어나 그(마틴)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마틴 스콜세지의 표정은 당황하면서도 국적을 떠나 '후배'로서의 한국 감독을 향한 축하를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듯한 표정으로 응했다. 물론 엄지를 치켜세우며 기쁨과 축하의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

봉 감독은 자신의 수상과 더불어 오랫동안 시네마의 교본이 되었던, 그리고 아카데미상 현장에서는 감독상 후보로 경쟁했던 마틴을 비롯해 다른 감독들을 향해 예의 바르고 센스 넘치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뭐랄까, 여러 차례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말한 탓인지 그 센스가 점점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https://youtu.be/-92oih-ksMI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후 짧고 굵게 던진 소감이랍니다.  출처 : 한국일보 유튜브

명장(明匠)이라고 해서 학문이나 기술에 뛰어난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는데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간혹 표현이 되곤 한다. 봉준호 감독이 롤모델로 여기거나 교과서로 삼은 사람이 마틴 스콜세지뿐은 아니겠지만 '명장'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은 할리우드에도 그리고 국내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기생충>은 다양한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휩쓸었다. 당분간 <기생충> 신드롬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한산했던 박스오피스에 <기생충>의 이름이 다시 올라가게 되었다고 한다.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영화제와 시상식의 레이스를 펼쳤던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모두 기분 좋은 피로가 쌓였을 것이다. 어제의 아카데미 수상이 오늘 자고 일어났을 때 마치 꿈을 꾼듯한 느낌마저 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면 또 다시 줄을 잇는 '폭풍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을 터. 그 모든 것을 끝내고 나면 영화인으로서 현장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무엇이 남을까? 보통 긴 여행에서 돌아오면 기분 좋은 추억과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기억의 끝자락에서 일상과 마주하게 되는데, 칸 영화제의 홤금종려상을 시작으로 마침내 아카데미 4관왕의 기염을 토한 마지막 커튼콜은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관객들은 봉 감독의 후속작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이고 봉 감독은 감독 개인으로서 부담과 욕심이 한꺼번에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기생충>의 기택(송강호)처럼 '무계획이 계획'이 아니라 '이미 다 계획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괜히 '봉테일'이 아닐 테니까. 탄탄한 계획으로 만들어진 후속 작품들과 봉준호를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포스트 봉준호' 즉 또 다른 인재들의 작품이 이 세상에 나와 환한 빛을 보기를.


덧붙이는 말

<기생충>의 쾌거

2019년 5월 30일 국내 개봉한 영화 <기생충>은 1천9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2월 10일 영진위 기준으로 10,098,612명)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Palme d'Or)의 주인공으로 호명된 영화 <기생충>은 국내에서는 40회 청룡영화상, 24회 춘사영화상, 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28회 부일영화상 등에서 수상했고 해외에서는 칸영화제를 비롯해 45회 LA비평가협회상, 32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 등 국내외 20여 개 이상의 주요 시상식을 거의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그리고 2020년 1월 5일 77회 골든글로브(Golden Globes Awards)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그 명성을 이어갔다. 사실 <기생충>은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과 각본상, 외국어영화상까지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nominate)되었는데 영화 자체가 모두 한국말이라 애초에 작품상 후보작은 아니었다. 작품상의 경우 영어 대사가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데 <기생충>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이 거머쥔 외국어영화상은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경쟁해 이룩한 '쾌거'였다.

영화 <기생충>  출처 : parasite-movie.com

외국어영화상은 셀린 시아마(Celine Sciamma)의 프랑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룰루 왕(Lulu Wang)의 <더 페어웰>, 래드 리(Ladj Ly) 감독의 <레미제라블>, 봉준호 감독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때 언급했던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감독의 스페인 영화 <페인 앤 글로리> 등이 외국어영화상 후보였다. 후보에 오른 각 영화들을 자세히 보면 수상(또는 수상 후보) 이력에 모두 이름을 올린 쟁쟁한 작품들이다.

골든글로브 수상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26회 미국 배우 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에서 '앙상블상(Cast In A Motion Picture)'에 호명되며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앙상블상이라면 '작품상'과 동급을 이루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아이리시맨> 등 굵직한 작품들과 경쟁해 거머쥔 상이기도 하다.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작품, 하나 더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한국영화가 하나 더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 In the Absense>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의 영상과 기록들이 담겨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이승준 감독은 <달팽이의 별>, <신의 아이들> 등 퀄리티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이 영화는 <라이프 오버테이크 미, Life Overtakes me>, <세인트루이스 슈퍼맨, St. Louis Superman> 그리고 이 분야의 오스카를 수상한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 Learning to Skateboard in a Warzone>등 총 5개 작품이 경쟁했다. 오스카 수상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기억과 기록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탄생'과 도전 그리고 오스카 노미네이트, <기생충>의 수상을 함께 즐겼을 그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오스카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출처 : la.eater.com

곽신애 대표와 이미경 부회장의 수상소감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시상식에서 펼쳐진 24개 부문 중 4개 분야의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네 차례나 무대 위로 올라갔다. 마지막 최우수작품상에서는 바른손 E&A의 곽신애 대표와 CJ 이미경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바른손 E&A의 경우 CJ E&M과 함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곽신애 대표의 경우 영화감독인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고 영화 <은교>와 <4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남편이기도 하다.  

곽신애 대표가 수상소감을 마친 후 잠시 무대의 불이 꺼지기도 했다. 그러자 관객석에 있는 톰 행크스, 샤를리즈 테론 등 수많은 배우들이 'UP"이라고 외치며 다시 조명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기생충>을 위한 자리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기도 했다. 곽신애 대표 이후 이미경 CJ 부회장이 등장해 또박또박 (영어로) 수상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영화 제작은 바른손 E&A이지만 투자와 배급은 CJ에서 담당했다. "왜 이미경 부회장이 나오느냐"는 말도 있던데 이미경 부회장은 영화 <기생충>의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우문현답

오스카상이 끝난 후 외신과 인터뷰했던 봉 감독에게 쏟아지는 질문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왜 한국말로 영화를 만들었냐?"

봉 감독은 이 황당한 질문에 "내 이웃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한국을 선택했고 당연히 한국말을 사용하게 됐다"면서 '우문현답'했다. 사실 질문 자체가 워낙 황당했던 건 사실이다. 질문을 한 기자는 과연 무슨 생각이었을까?

※ 보다 자세한건 미디어오늘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176


최성재의 통역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등장한 샤론 최 아니 최성재 씨를 잊을 수가 없다. 해외 유학파라곤 하지만 전문 통역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치 있게 이를 통역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창동 감독이 영화 <버닝, Burning>으로 외신과 인터뷰했을 때에도 최성재 씨가 등장한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고 있을 때 그녀의 남다른 통역 실력도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달리 보면 평범한 '통역사'라고 느낄 법하다. 그러나 관심 있게 이를 지켜봤다면 한국말이 어떻게 영어로 표현되는지 알 수 있을 터. 단편 영화를 제작한 바 있으며 향후에도 봉준호의 뒤를 이어 영화를 연출하게 될 잠재력 있는 영화인이라고 보면 좋겠다.

https://youtu.be/kqD175N8lNw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과 최성재 씨의 통역   출처 : 맥스잉글리쉬 유튜브

더불어 <기생충>의 한국말을 영어로 옮긴 영화평론가이자 번연가 달시 파켓(Darcy Paquet)의 힘도 대단하다고 느낀다. 한국의 정서와 미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으니 꽤 적절한 자막이 등장했으리라. 이를테면 영화 속에 등장했던 '한우 짜파구리'를 '람동(ram-don)'으로 표현했다거나 서울대를 '옥스포드'로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1인치의 언어 장벽을 넘으면 더 넓은 영화의 세계가 보인다"라고 언급한 봉준호 감독에게 영화 번역과 수상 소감이나 인터뷰 통역은 매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 아래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보고 '웰메이드'라 느꼈습니다. <남극의 일기>의 시나리오(플롯)을 보고 우리나라도 가능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괴물>의 경우는 '두말하면 잔소리'죠. 봉준호 감독의 '정점'이 지금 <기생충>으로 마침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죠! 그리고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잇는 인재들과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희망해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을 그 분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짝짝짝!

※ 단순 '국뽕'을 넘어 봉준호 감독과 한국 영화를 비롯 영화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성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문제가 될 수 있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꼭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 다음 영화(movie.daum.net)

-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 네이버 영화(movie.naver.com)

- 미국 아카데미 트위터 : twitter.com/TheAcademy

- <아카데미 역사 새로 쓴 봉준호가 받은 황당 질문들>(2020.2.10), mediatoday.co.kr

봉테일, 봉준호.  출처 : screendaily.com

- 같이 보는 글

https://brunch.co.kr/@louis1st/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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