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성 짙게 번져나가는 거짓말들! 막을 수 없을까?
홍콩 출장을 다녀온 한 여자가 남편 곁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남편은 아내를 잃은 슬픔을 미처 다 씻어내지도 못한 채 아들마저 떠나보내야 했다. 이 불행과 죽음은 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로 뻗어나간 바이러스의 존재.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모두 바이러스의 원인을 찾기 위해 몰두하게 된다. 그 사이 한 블로거가 정부와 제약사가 치료 가능한 백신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숨기고 있다고 말한다. 그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었고 폭동마저 일으키게 한다. 소문은 사람들에게 명백한 위협요소가 된다. 바이러스의 공포만큼 뜬소문에서 기인하는 인간 사회의 파멸이 아포칼립스(apocalypse, 종말)를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바이러스의 전염 앞에서 21세기 문명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인류는 아주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A. Soderbergh)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컨테이젼, Contagion>(2011)의 간략한 플롯을 참고해 작성하였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확진자에 감염자까지 중국 후베이성을 넘어 중국 곳곳에 생겼다는 보도에도 '우린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국경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감염자들이 생겨났다. 당연히 한국도 그 위협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도 재채기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언론은 특보, 속보,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수많은 기사를 토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뜬소문도 함께 돌아다닌다.
아무리 우수한 방역체계도 신뢰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 확산하는 신종 감염병에 맞서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는 (직간접적으로) 방역을 방해하고 국민 안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 불안감을 조성하는 가짜뉴스에 대해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 (2020.1.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발언 中)
문재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종합 점검 회의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고 한다.
무엇인가 이슈가 터지면 이슈에 관한 수많은 기사들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늘 그렇지만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을 내세우며 어뷰징도 서슴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10대 일간지(메이저 언론)부터 중소매체, 지역지, 통신사, 유사언론에 이르기까지 그 수는 다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말 그대로 '난립' 상태다.
모바일 시대에 이르게 되면서 다양한 앱(또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바일 유저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플랫폼은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그리고 카카오톡을 포함한 SNS를 손에 꼽을 수 있다. 사용자들이 굳이 뉴스 앱을 깔지 않더라도 우린 이를 통해 뉴스를 자연스럽게 뉴스를 소비한다. 뉴스는 다양한 콘텐츠 중 하나이지만 보지 않으려 걷어내도 꼭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어제 불씨가 되었던 이슈는 오늘 뉴스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내일이면 더욱 크게 번지거나 또 다른 이슈를 양산한다.
사실 어뷰징(Abusing)이라면 검색 키워드를 통한 클릭수 늘리기, 제목을 교묘하게 바꾸거나 재생산하는 경우, 내용과 달리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두고 이와 같이 말한다. 쉽게 말하면 돈벌이나 트래픽을 위한 장사치들의 (다소) 악의적인 수법 같은 것이다. 어뷰징의 경우 언론사의 자정 효과를 기대하지만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특수 조직을 구성하여 어뷰징 언론사에 직간접적으로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본문 내용과 다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것은 일종의 '호객행위'나 '낚시질' 같은 것이지만 가짜뉴스(Fake News)는 제목도 내용도 사실과 전혀 다른, 말 그대로 '거짓 뉴스'다.
한경 경제용어사전(dic.hankyung.com)에서 '가짜뉴스'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노출된다.
'교묘하게 조작된 속임수 뉴스'
경찰은 실제 언론 보도처럼 보이도록 가공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유포되는 정보라고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측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 형식을 하고 나타나는 거짓 정보라고 정의한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참고
겉보기에 기사를 송고한 시간, 필요한 경우에는 부제목까지 붙이고 바이라인을 달아 평범한 기사 형태로 만든다. '김OO 기자', '홍OO 기자' 등 실존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이름이 붙는 경우 혹은 '디지털뉴스팀', '온라인뉴스팀' 등 그럴듯한 명칭을 붙이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특히 '유사언론'이 이와 같은 형태로 기사화하기도 한다.
대중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그 무엇인가를 기반으로 하여 내용을 교묘하게 바꾸거나 조작하기도 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국적으로 비상상태에 이르게 된 지금, 가짜뉴스나 거짓 정보는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일부 지자체나 정부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처럼 만들어낸 가짜정보도 존재했다. 소위 '찌라시(散らし)'라고 해서 이러한 가짜 정보를 전단지 뿌리듯 마구 뿌려대는 상황이다.
일단 한번 퍼지면 이를 100% 회수하기가 어렵다. 공식적인 SNS를 통해 '그건 가짜입니다. 믿지 마세요'라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마치 진실처럼 유포된 이후이기 때문에 더욱 속수무책이다. 가짜정보가 퍼져나갔다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매번 대국민발표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 아니던가.
보통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허위 정보는 상대 진영에게 거대한 미사일을 쏘는 것과 같다. 미사일을 쏘아 올리곤 '아니면 말고'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포브스(Forbes)에서는 '가짜뉴스가 많을수록 가짜뉴스는 줄어들게 될 것(The More We See Fake News, The Less Fake It Becomes)'이라고 말한다. 가짜뉴스에 많이 노출되면 그만큼 걸러낼 수 있다는 가설과 같다. 진실된 뉴스와 가짜뉴스를 구별할 수 있는 반복된 학습을 통한 독자들의 판별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가짜뉴스가 계속 양산되는 걸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는 계속해서 양산이 되고 있다. 심층 취재 없이 카더라나 찌라시에 의존한 보도도 역시 지양해야 할 일이겠다. 오죽하면 '기레기'라는 말이 나왔을까? 어쩌면 속보나 단독, 특종에 목마른 언론사들의 '카더라'식 보도가 가짜뉴스의 숙주일지도 모르겠다. 허황된 정보임에도 (가령 심층취재 같은) 이를 세부적으로 파헤치지 않고 시청률이나 트래픽을 위해 보도하는 경우들 역시 가짜뉴스와 거짓정보를 양산하게 되는 꼴이다. 보통 음모론이라고 해서 어떠한 이슈 뒤에 가려진 '카더라'를 찌라시로 만들어 사실처럼 배포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대화 속에 농담처럼 흘린 소문을 언론이 주워 담는 순간 바이러스는 만들어진다. 그리고 급속도로 퍼진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느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바 있다며 '발생일시 및 장소', '인적사항', '발생 경위' 등이 상세하게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가 유포되기도 했다. 물론 가짜뉴스였다. 유포자는 붙잡혔다. 별생각 없이 장난 삼아 저지른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 보건소와 병원 모두 업무가 마비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남화조보라고 해서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 SCMP>(이하 SCMP)라는 이름의 홍콩 신문이 있다. 여기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짜뉴스에 대해 아시아 국가 중 하나인 미얀마(Myanmar)를 사례로 언급한 바 있다. 미얀마의 경우 4G 네트워크가 보급된 이후 모바일 통신 속도가 빠르게 향상된 국가 중 하나다. 글로벌 인터넷 성능평가 전문업체인 우클라(OOKLA)에서는 자체 스피드 테스트를 통해 미얀마의 모바일 회선 다운로드 속도가 2017년 대비 2018년 121%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모바일 통신 속도만큼 사용자들이 이를 모두 다 수용할 수 있을까? SCMP에서는 미얀마의 인터넷 속도는 빠르지만 디지털 문해력(High internet penetration and poor digital literacy)은 낮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양파(Onion)나 술(Alcohol)이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소문을 믿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영향력이 강한 인플루언서나 유명인들의 코멘트를 믿는 경우들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경우에 따라 그저 뜬소문을 믿는 것보다 차라리 유명인사들의 말을 믿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유명인사들이라고 해서 진실된 정보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소문이란 참 무섭다.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사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진실처럼 여겨진다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의미다.
개인적으로 세계보건기구나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 등 공식 URL을 믿는 편이다. 공식 발표 역시 보도자료를 따서 만들어 낸 언론사의 기사보다 정부 지자체의 홈페이지를 찾아가는 편이기도 하다. (그나마) 그게 더 신뢰가 있을 테니까. 혹자는 가짜뉴스가 너무 범람하다 보니 진짜라고 말하는 언론사의 기사들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지금 실정이 그러하다.
언론사들의 미디어 프레이밍(Media Framing)은 때론 굉장히 무섭게 작용한다. 사람들의 여론을 한순간에 바꿔버리기도 하니까. 어떤 사회적 이슈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에 있어 특정 프레임을 씌우고 일부 작지만 거대한 진실을 누락시키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미디어가 어떠한 성향을 가졌느냐에 따라 보도 형태도 달라진다. 어떤 것은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그 뒤에 가려진 진실은 감추거나 무시하는 경우라면 이슈의 본질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1월 31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7번째 환자가 등장하면서 10개가 넘는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이를 보도했다. 어디서 흘러들어온 환자인지 확인 없이 '7번째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만 헤드라인으로 붙여 송고했다. 이 기사는 헤드라인만으로도 전국적인 관심을 사게 됐다. 그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쏠려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카카오톡 등 수많은 SNS로 공유되면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앞서 수차례 언급했지만 퍼지는 건 한순간이다. 한 사람이 받은 뉴스는 수십 명, 수백 명으로 퍼진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보다 뉴스가 뻗어나가는 속도는 그야말로 '광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는 공포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입니다.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는 신뢰와 협력. 그러나 일부 유튜버들은 공포심을 조장하기도 했다. '우한 폐렴'이라고 특정 지역을 언급하는 키워드 대신 '신종코로나바이러스'라고 명명하는 것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사항이지만 유튜버들의 '우한 폐렴 루머'나 '코로나 바이러스 음모론'이 우후죽순 양산되고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중국인들의 생화학 무기 실험으로 인한 바이러스 유출이라던지 박쥐와 사람 간의 '수간'이라던지 (왠지) 설득력은 있지만 근거도 없고 팩트체크도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차고 넘친다.
모바일 시대에 이르면서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이슈가 생기면 급속도로 퍼지는 것 역시 이젠 너무 당연해졌다. 5G 네트워크를 이러려고 만들었나?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를 위한 네트워크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의 '알 권리(Right to know)'를 위해서라면 미디어의 책임감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할 때이다. 총선을 앞두고 표에 구걸하는 일부 정치인들 역시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기보다 위기를 잘 넘을 수 있도록 협력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헛된 기대가 아니기를.
속보나 특종으로 인한 트래픽에 목말라있는 미디어의 생태계에 자정적인 개선이 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국민의 알 권리를 책임감 있게 전달하겠다는 사명감이 우선 순위에 있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더불어 장난 삼아 만들어진 허위 정보가 이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급속도로 전염되는 가짜뉴스가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사회를 어디까지 파괴시키는지 인지하고 공감해야 할 것이다.
※ 과거 선화공주라는 백제 진평왕의 셋째 딸이 있었습니다. 선화공주와 서동이라 불린 백제 무왕 사이에 '서동설화'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죠. 서동은 선화공주를 연모하고 있었고 밤마다 남들 몰래 서동과 선화공주가 만난다는 노래를 만들어 아이들로 하여금 자주 부르게 했답니다. 그것이 바로 서동요입니다. 선화공주는 궁궐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귀양을 가게 되죠. 귀양 도중 서동이 선화공주를 구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백제로 건너가 혼인을 하게 되었죠. 서동요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랫말이지만 생각해보면 '허위정보'나 다름없었습니다. 실제론 없던 사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서동설화는 아름다운 로맨스로 회자됩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모두 누군가의 로맨스가 아니잖아요?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영향력이 있다는 인플루언서 모두 지금 같은 위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 필자 역시 팩트에 근거하여 작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허위정보가 있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가감 없이 알려주세요!
※ 아래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 영화 <컨테이젼> 정보 : https://www.imdb.com/title/tt1598778/?ref_=fn_al_tt_1
- <문 대통령 "교민 임시시설 빈틈없이 관리...가짜뉴스 엄정대응"(종합)>(2020.1.30), 연합뉴스
- 한경 경제용어사전, dic.hankyung.com
- <The More We See Fake News, The Less Fake It Becomes>(2019.12.4), Forbes.com
- <Coronavirus: how Facebook clickbait fuels a perfect storm of fake news on China’s doorstep>(2020.2.1), scmp.com/week-asia
- <THE WORLD’S INTERNET IN 2018: FASTER, MODERNIZING AND ALWAYS ON>(2018.12.10), speedtest.net/insights
- 질병관리본부(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정보는 질병관리본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www.cdc.go.kr/linkCheck.es?mid=a2111105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