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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pr 17. 2020

새로운 세상에 접근하는 방법은 그저 부딪히는 것?

우리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주기를 바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는 우리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와 공간이 존재한다. 아마존 깊은 골짜기부터 빙하가 떠다니는 지구의 끝, 그 끝을 알 수 없는 멀고도 먼 우주 저 너머의 공간.

뭐 이런 지리적이고 공간적인 개념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될 '인생'이라는 세계는 또 얼마나 넓고 무한한가. 초등학생인 아이는 중학교라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고 입영통지서를 받은 젊은 청년은 병역(군대)이라는 세계와 부딪혀야 한다. 합격 통지서를 받고 대학에 가거나 새로운 직장에 가는 것 역시 기분 좋은 설렘과 함께 긴장과 부담이 함께 공존하지 않을까?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내가 발자국을 남기게 되는 그 순간부터 난 또 다른 누군가와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경험일테니.

LIFE  출처 : thriveglobal.com

2020년도 어느덧 네 달하고도 보름을 훌쩍 넘어섰다. 순식간에 설 연휴가 지났고, 짧았다고 생각했던 2월은 스물아홉 날로 그 어느 때보다 달력을 꽉 채우고 있었지만 역시나 쏜살 같이 지나가고 말았다. 꽃 피는 봄 춘삼월도 떨어져 나가는 벚꽃잎처럼 바람과 함께 떠나가버렸다. 세월이란 (당연하지만)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렇게 빠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이는 태어난 지 1천 일을 훌쩍 넘어 올해 4살이 되었다. 추억에 묻힌 아이 사진을 보니 거실에서 놀고 있는 아이가 외형적으로 얼마나 자랐는지 육안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했다. 체중 3kg에 50cm로 태어났던 작은 아이는 15kg에 90cm를 훌쩍 넘어섰다. 매일 같이 '쿵쾅쿵쾅' 뛰어다니기를 반복했음에도 아랫집에서는 단 한 번의 불만도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우린 여전히 눈치를 볼뿐이다.

"뛰면 안 돼. 할아버지가 어흥하신다!"

보통 3월이면 모두가 기지개를 켜고 새 학기, 새로운 시즌에 나서야 하는 시기가 아니던가. 새롭게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들도 있을 테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인이 될 것이다. 어린이집 '씨앗반'으로 시작한 우리 아이는 풀잎이 자라듯 새싹반을 거쳐 '풀잎반'이 되는 시기가 되었다. 말 그대로 동생들을 거느리는(?) '형님'반에 오르게 된 셈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가정형 어린이집을 벗어나 다른 곳의 직장형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면서 우리 역시 아이를 따라 이삿짐을 싸게 되었다.

어린이집이 없었던 그 옛날엔 어땠을까? '탁아소'라고 해서 어린아이들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사회 시설이 있긴 했다지만 지금처럼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은 아니었을 것 같다. 더구나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금 이 시대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것 자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참고로 어린이집의 경우는 통상 만 6세 미만의 영유아들이 가는 공간으로 보면 좋겠다. 그래서인지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운영되는 곳이고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의해 움직인다고 한다.

잘 살펴보면 가정형이라는 형태와 더불어 구립이나 국공립, 직장형 등이 함께 공존한다.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는 서울시가 일정한 조건과 기준을 갖춘 보육시설을 지정하여 지원하는 케이스도 있다. 가정형도 그러하지만 국공립의 경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 1년도 되지 않아 서둘러 입소 대기를 했음에도 국공립의 대기 숫자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가정형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운이 좋았다'라고 봐야 하는 건가?

출처 : pixabay

기어 다닐 때부터 지내던 곳이라 아이에게도 익숙한 공간이 되었을 테지만 어린이집을 옮기고 살던 곳 마저 떠나게 되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마지막 인사 조차 하지 못했다.

"그동안 잘 돌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곳에서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길 바랄게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짧은 문자로 인사를 대신했다.

출처 : pixabay

아이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부모라는 입장에선 긴장과 부담, 설레는 느낌이 있기도 했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내게도 닥친 일이 아니던가.

마침 새로 옮기게 될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개별 면담이 이어졌다. 처음 마주한 선생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아이들이 하루 종일 활동하게 될 공간을 살펴보기도 했다.

"과연 우리 아이가 여기서 잘해줄 수 있을까?"

'그래, 잘할 수 있을 거야!'

나도 모르게 맹목적인 믿음을 마치 주문처럼 되뇌고 있었다. 마법이 일어나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주 명확한 문제는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말이 느리다는 것. 우리가 아니면 그 누구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동안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한 일인데 짧게라도 단어를 이어 붙여 말하는 다른 아이들로 인해 문제가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있기도 했다. 아침마다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저녁때가 되면 밥을 챙겨줘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출퇴근과 아이의 등.하원이 아무런 문제 없이 쭉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또 다른 우려도 있었다.

걱정을 해봐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그저 부딪히는 수 밖에 없다. 아이를 믿고 또 나를 믿어야 할 뿐! 그런 와중에 아이를 보살피는 선생님의 한 마디가 반복된다.

"아이는 걱정 마세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잘 보살피겠습니다"

선생님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울컥할 정도로 믿음직스러웠다. 깊게 드리운 걱정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 말을 굳게 믿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전국적으로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전국의 유치원과 학교 모두 개원이나 개학이 연기되기도 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으로 원격수업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되었다. 서울시에 존재하는 어린이집 약 5천700여 개소는 휴원에 들어간 지 오래. 그 와중에 긴급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겨우 아이들을 봐주고 있어 어린이집을 옮겨 처음 발을 내디딘 그 순간 이후로 지금까지 약 40여일간 잘 다니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무탈하게 지내주기를!

집 앞에 피어난 벚꽃.  photograph by pen잡은루이스

푸른 잎이 돋아나는 봄, 아이의 3번째 생일도 지났고 21대 총선 선거 역시 끝이 났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모두 이겨내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며 지금까지 그랬듯 무럭무럭 자라주기를.

생일 축하해!!

여러분, 모두 힘내세요!!


"심쿵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3번째 생일을 맞을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래, 건강한  최고란다. 그것만큼 감사한 일도 없지. 더불어 어린이집에서도  적응해줘서 너무 감사해! 우리 가족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행복하자!”

- <너는 나의 영원한 봄이다> 봄에 태어난 너에게 겨울에 태어난 아빠가!

우리 가족!

※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정보원이 운영하는 아이사랑 사이트의 메뉴 중 '어린이집'을 참고해주세요!

http://www.childcar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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