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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ug 26. 2021

무능한 리더는 회사를 좀먹는다

괴물이 되어 출근한 리더에게도 미소 지을 수 있는 담력을 키우자

어느 날, 옆 부서 A팀장이 밥을 먹다가 뜬금없이 이런 멘트를 날렸다.

"자네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네?(뭐래)"

갑자기 정치색을 물으며 '자신은 색깔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특정 보수 매체와 진보 매체를 거론하면서 진보 매체를 보는 사람에게 '편협한 시각'을 가졌다고 한다. 과연 팀장은 아무런 정치색이 없는 것일까?

'좋은 대학을 나와 화려한 스펙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산전수전 다 겪었다'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는 팀장은 마치 전투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장군인 듯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그의 무용담은 끝이 없는 무협지 같다. 분명 팀장도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사람이었거늘,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새겨지면서 파릇파릇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매출과 보고, 반복되는 아첨과 정치질에 찌들어가는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이 한두살 더 먹고 저 자리 앉으면 나도 저렇게 변할까?'

'꼰대라는 소리 들을 때마다 후배들한테 윽박지르고 괴팍해지면 어떡하지?'

갑자기 팀장의 얼굴이 괴물처럼 보였다. 양복 입은 최강 보스 몬스터.


출처 : pixabay


무능한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그 리더를 리더의 자리에 앉힌 사람은 과연 유능한 것일까? 삼국지에는 등장하는 인물 중 제갈량은 최고의 전략가이자 전술가답게 당시 이름을 날렸던 걸출한 무장들을 등용하여 적군들을 물리치기도 했다. 물론 실패한 경우도 있다. 제갈량의 지략과 전략 자체가 출중하니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뛰어난 전략과 더불어 전략에 걸맞은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겠다.

<제갈량 리더십>이라는 책도 있다. 포로를 7번 잡았지만 모두 놓아주었다는 '칠종칠금 맹획'이나 단 3천 명으로 사마의의 10만 대군을 몰아낸 '공성계' 등은 굉장히 천부적인 능력이지만 자신의 휘하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즉 사람의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십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조직을 이끈다.

 

(조금 외람된 이야기지만) SBS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K팝스타>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JYP, YG 등의 수장들이 등장한 바 있었다. 뒤이어 SM은 빠지고 유희열의 안테나가 심사위원으로 등장했다. JYP의 박진영, YG의 양현석, 안테나의 유희열 모두 뮤지션 출신이자 각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지만 참가자들을 보는 안목은 모두 달랐다. 능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을 눈여겨보고 그 능력이 우수한 참가자를 캐스팅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능력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서로 다르다. 보는 이에 따라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보기도 하고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으며 겉과 달리 말과 행동으로 내면을 보는 경우들도 있다. 어떤 심사위원의 기준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오디션은 일종의 실기 면접과 같다.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은 '면접(Interview)'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자기소개부터 간단하게 한번 해보시죠"

"네? 아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나를 소개하는 것뿐인데 왜 이리 떨리는 걸까? 그냥 간단하게 하면 되는 것을.

면접관 앞에 앉아 벌벌 떨리는 마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내뿜으며 겨우 대답을 이어갔던 과거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회사를 다니는 선배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월급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회사는 내가 가진 '잠재력'을 인정했다는 것으로 (위의 경우와 전혀 다르지만) 제갈량의 간택을 받은 무장이자 오디션에서 캐스팅된 참가자의 느낌이랄까?

그러나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업무는 과도할 정도로 쌓인다. 팀을 이끄는 리더와 그 아래 존재하는 구성원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지만 팀장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게을리하는 순간 팀이라고 쓰인 배는 좌초하고 만다. 영원한 팀장은 없다. 팀장의 자리가 바뀔 때마다 팀에 존재했던 단결력과 퍼포먼스를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다.

 

"새로 부임하게 된 000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얼굴을 맞이할 땐 아무것도 몰랐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왕좌'에 앉는 순간부터 하루가 다르게 괴물이 되어간다. 그리고 왕좌의 게임이 새로 시작된다.


"이거 이전 팀장 있을 때 이렇게 했었나? 바꿔. 다 바꿔!"

 

기존 체계를 답습하려는 리더는 오히려 게으르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그래서 눈치를 보는 것일까? 그렇다면 기존에 존재했던 악행과 낡은 것은 개선하고 끈끈했던 팀워크는 오롯이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어느 것이 악습이고 어느 것이 필요악이며 또 절대적인지 구분할 줄 아는 '통찰력' 역시 리더에게 필요한 옵션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소통과 스킬, 동기부여와 팀워크 모두를 책임지는 리더십


회사 일에 익숙해질수록 부당한 것이 무엇인지 눈에 보이곤 한다. 부당함이 코 앞에 닥쳤을 때 당당하게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현실보다 응당 소리쳤음에도 직책 앞에서 무너지고 무시당하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프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직원들이 감내한다. 지시를 내린 상사는 딱히 그것이 부당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명분 없는 지시도 필요에 의한 것이라 말한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완벽한 결과물이라도 버려지고 만다. 결국 살아남는 결과물은 이른바 '꼰대'의 입맛을 가득 채운 알맹이 없는 껍데기일 뿐.

 

"팀장님, 이거 이렇게 하면 바로 문제 생길 것 같은데요. 전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언제?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해서 내놔, 시간 없으니까!"


결재라인에 선명하게 '각인'된 그들의 서명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기는 그 순간부터 예리하고 날카로운 화살 끝이 나를 향한다. 슬프고 아픈 현실에 무너져 내린다.

아무리 유능한 리더라 할지라도 같은 말이 반복되면 '주옥같은 조언'이 'X 같은 잔소리'가 되기도 한다. 이는 나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뜻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노력하지 않는 자에겐 좋은 말도 잔소리가 될 뿐이다. 팀장과 팀원이 조화를 이룬다면 같은 말이 반복될 리가 없다. 하지만 무능한 리더의 목소리는 그 무엇보다 성가시다. 유능한 직원이 훌륭한 결과를 탄생시켰다고 하더라도 리더가 원하는 값에 맞춰지지 않으면 같은 과정을 지루할 정도로 반복해 리더가 원하는 결과를 내놓아야만 한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팀의 값진 승리와 올바른 성과보다 자신의 승진과 보상에 눈이 먼 사람들은 사내 정치를 하며 리더 옆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답정너'에 익숙한 누군가는 리더 앞에서는 순한 양이자 곰의 탈을 쓴 여우가 될 뿐이다. 그런 '가면' 하나 없이 맨 몸으로 부딪히는 순진한 사원들에겐 당근은커녕 채찍만 난무할 뿐이다.

 

상사와 부하의 궁합표. 출처 : 동아일보


나는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내 위에 존재하는 그들은 또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여러 사람이 다니는 곳이지만 모두가 똑똑하고 부지런할 수 없다. '월급루팡'이 눈엣가시처럼 가득 보이지만 일개 사원인 내가 이를 어찌할 수도 없다. 더욱 슬픈 것은 그 루팡이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리더가 되었을 때다.

 

"내가 있는 동안 사고 없도록 해. 이 보고서는 읽어봤는데 처음부터 다시 써와. 아 그리고 어제 보고했던 건 알아서 해결해. 그거 보고했다가 (나만) 깨질 일 있어?"


말로만 지시하고 소리칠 뿐 '내 손에는 피 한 방울 묻힐 수 없다'라고 몸소 보여주는 우리의 루팡님(들)은 오늘도 부당하고 무리한 지시를 던진 후 유유히 퇴근길에 오른다.

후안무치를 모르는 무능한 리더는 이렇게 회사를 좀먹는다.

판타지 같은 이야기이지만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인간들이다. 차라리 판타지였으면 좋겠다. 뽑힐 듯 뽑히지 않는 전설의 검을 뽑아 최강 몬스터를 무찌를 수 있는 기회라도 있을 테니. 현실 속에 전설의 검은 없다. 최강 몬스터라 하지만 그 뒤에는 더욱 거대한 빌런들이 존재한다. 그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같은 '직장인'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모두가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공감할 것이고 누군가는 경악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들어본 내용을 때론 과도하게 때론 가감없이 때론 포장해서 써봤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한편으론 실컷 누군가의 험담이라도 한듯 (아주 조금은) 속시원하지만 막상 글을 쓰고 나니 '그냥 지울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언젠가 지워질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 사회와 일부 조직 내 존재할 수 있는 그릇된 리더십이 누군가를 괴롭히고 짓밟는 최악의 빌런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 빌런 앞에서도 미소 지으며 아무런 다툼 없이 최소한의 언어로 소통해볼 수 있는 담력도 필요해보인다. 팀장과 팀원이라는 계급과 체급의 차이를 떠나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격려할 수 있는 그릇의 차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증명해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리더라는 사람에게 주어진 권한이 눈이 먼 '권력의 칼'이 되어 누군가를 휘두르기 전에 배려심 깊은 부드러운 깃털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우리 사회 역시 바뀌었으면 좋겠다. 또한 나 자신이 그 위치에 올라섰을 때 나 또한 그렇게 돌변하지 않으려 지금의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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