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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ug 13. 2021

대한민국의 역사를 미술 작품으로 바라본다는 것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것들이 휩쓸고 지나간 한반도, 그리고 그 땅 위에서 살아왔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차곡차곡 탄탄하게 쌓아왔던 역사와 그것이 남긴 유산의 가치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아픔과 상처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민족에게 후대를 위한 밝은 미래가 펼쳐지게 될 것이라는 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말이다. 


1876년 우리나라는 강화도 조약과 함께 본격적인 개항을 시작했고 다른 나라의 앞서간 과학이나 문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미술로 보는 한국 근.현대 역사> 전시는 바로 이 개항기로부터 시작해 일제강점기와 8.15 독립 그리고 6.25 한국전쟁을 거쳐 1980년대 격동의 시대와 2021년 현재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미술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2020년 차디찬 겨울 첫 선을 보였고 2021년 새로운 것들이 돋아나는 봄 기획전 2부를 그리고 2021년 무더운 여름 3번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혹자는 '이제 처음 알았는데 벌써 세 번째라니?"라며 놀라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할 것 같다. 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아트뮤지엄 려'는 여주시립으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한쪽에 위치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지만 대부분 쇼핑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리 무료라고 하더라도 굳이 미술관을 찾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여주 시내는 물론이고 쇼핑몰 동선 곳곳에 포스터와 현수막을 내걸고 홍보를 한다. 지금도 역사적 이야기들을 소재로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들이 있고 그렇게 탄생한 미술 작품이 하얀 벽에 걸려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미술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전시가 진행 중인 여주시 아트뮤지엄 려


이번 작품들은 1980년대 군부독재 탄압과 민중의 저항, 통일에 대한 민족의 염원부터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인간의 실존 문제와 환경 이슈까지 다루고 있다. 24명의 작가가 같은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전체 40여 점을 내걸었다. 


전민조 작가의 <김대중 연금해제>


1973년 박정희 정권 시대부터 1987년 전두환 정권까지 '내란 음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망명생활과 쉰다섯 차례의 가택 연금, 6년의 투옥 생활 등 수많은 위협과 정치적 굴곡의 삶을 보냈다. 이 사진 작품은 미술관 초입에 걸려 눈길을 사로잡는다. 더불어 1985년 가택연금에서 해제되기 전의 당시 모습을 담은 유일한 기록 사진이라고 한다.  


이태호 작가의 <1987, 그날>


'1987년 그날'은 영화 <1987>은 물론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1987년 전두환 군부정권의 '폭압'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의 설명은 이러하다. 

"데모 현장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모습. 시민들은 분노했고 그의 사망사건은 전두환 정권을 몰아내는 기폭제가 되었다"

1987년에 있던 장면 중 가장 강렬하게 새겨진 기억을 단색 목판화로 제작한 이태호 작가의 작품이다. 


전원길 작가의 <무지개 아파트>

언뜻 보면 단조롭고 심플한 색상의 나열이자 어지러울 정도의 퍼즐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 시대의 '아파트'를 의미한다. 누군가가 태어나고 성장하며 자연의 여느 생물들처럼 또 죽어가기도 한다. 만물의 성장과 결실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의 아파트라는 공간은 자본주의와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가진 의미와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아름다운 일곱 색의 무지개로 표현했지만 정작 작가가 던지는 물음은 철학적인 단색 같다. 


이정협 작가의 <영릉들의 겨울>


여주 영릉 인근의 일상적 풍경을 점을 찍고 선으로 이어 물들이는 '염'의 수묵기법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대지와 그것을 일구며 살아왔던 우리 부모세대들은 이제 차갑게 쌓인 눈처럼 외면받고 있는 현실에 이른 것은 아닐까? 귀농하고 귀촌하는 '리틀 포레스트'의 삶이 간혹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농촌을 등지고 도시로 떠나는 시대상이 되어 시골마을은 늘 한적하고 고요하다. 작품 역시 차갑고 쓸쓸하다. 하지만 추수가 끝나고 쌓아놓은 볏짚들에서 묵묵히 삶의 터전을 지키고 땀 흘려 일하는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 풍요와 평화로움을 던진다. 




일제 강점기부터 193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담았던 지난 전시의 작품 일부를 올려본다. 

한반도 전역을 태극으로 물들이던 3.1 만세운동과 더불어 당시의 주요 인물이나 사건들을 회화와 서예 작품으로 구성하기도 했었다. 

들불처럼 번졌던 3.1 만세 항쟁은 김만옥 작가의 작품으로 그려져 소리 높은 함성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김만옥 작가의 <들불처럼 번졌던 3.1만세 항쟁>


"우리가 만세를 부른다고 당장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오"

수많은 독립운동가 중 한 사람이었던 손병희 선생은 3.1 독립선언을 앞두고 천도교 간부들에게 이처럼 이야기하고 다짐했단다. '만세를 부른다고 해서 당장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 '겨레의 가슴에 독립정신을 일깨워 주어야 하기 때문에 꼭 만세를 불러야겠다'라고 덧붙였다. 


독립운동가 손병희 선생의 다짐. 박재정 작가 작품.


2021년 8월 15일 광복절은 76주년을 맞이했다. 전시는 기간에 맞춰 종료될 테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해서 쓰이고 있다. 길이 남을 역사가 아픔과 상처로 얼룩지기보다 희망의 빛으로 새겨지기를 바란다.


https://youtu.be/uRktrc3sRA0 

<미술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3부 스케치 영상

* '아트뮤지엄 려'를 통해 작품 사진을 제공받았지만 광고나 홍보를 위한 글은 아닙니다. 76주년 광복절을 맞아 지나온 우리의 역사를 되새겨보자는 순수한 의미에서 작성한 글이며 일부 내용은 여주시의 보도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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