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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r 03. 2016

엔니오 모리꼬네, 오스카 역사에 제대로 이름을 남기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한국시간으로 2월 29일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감독상, 작품상, 촬영상 등 꽤 많은 부분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했고 또 큰 이변 없이 그렇게 이어져갔다.

예상 가능했던 후보 중 하나 그러나 그동안 몇 번씩이나 예상되어왔음에도  외면되었던 그 사람.

남우주연상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오스카를 거머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진 출처 : Getty Images


그렇다.

드디어 그가 오스카를 손에 거머쥐었다. 6번 후보에 올랐고 처음 상을 받았다.

4전 5기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의 소감, 무대에 트로피를 들고 서있는 그의 모습은 처음 받는 사람 같지 않았다.

상을 받고 마이크 앞에서 그리고 수많은 헐리우드 배우들 앞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역시 헐리우드의 대배우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느꼈다.

수상소감에서 그는 '지구', '자연' 그리고 '정치'에 대해서 언급했다.

남다른 수상소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레오는 66회 아카데미에서 <길버트 그레이프>를 통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가 <도망자>의 토미 리 존스에 밀려났다. 이후  <에비에이터>, <블러드 다이아몬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에서 훌륭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오스카와는 인연이 없었다.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엔니오 모리꼬네는...

우리가 레오에 집중했을 때 그리고 다른 부문에 신경 쓰고 있을 때 잊혀있던 인물.

아니 어쩌면 '한 번쯤 받았겠지?'하고 생각했던 인물.


엔니오 모리꼬네.


그의 이름이 불리고 무대에 오른 그, 오스카를 거머쥐며 눈물을 흘렸다.

88세, 나이 든 세계적인 작곡가에게 주어진 오스카는 더없이 빛났고 뺨으로 흐르는 눈물의 의미는 그동안 고생한 흔적이자 결과일 것이다.


그는,

1928년생으로 무려 500편이 넘는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다.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그이지만 아카데미에서는 공로상만 받았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전문분야인 음악상 부문에서 오스카를 손에 쥐지 못했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거머쥔 엔니오 모리꼬네  사진출처 : independent.co.uk


그의 이름을 아카데미 후보로 올라가게끔 만들어 준 영화는 1978년에 제작된 테렌스 멜릭의 <천국의 나날들>이었다.

51회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촬영상만 거머쥐었다.

영화<천국의 나날들> 포스터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바로 영화 <미션>(The Mission)이다.

<마션>이 아니고 <미션>

1986년 작품으로 롤랑 조페가 연출하고 로버트 드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출연했다. OST인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타이틀보다 음악으로 더욱 익숙할 것이다.

이 영화는 5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감독상과 작품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촬영상만 수상했다.


영화 <미션> 포스터


그리고 내가 인생 영화 중 손꼽는 <시네마천국>

1988년 제작되어 1990년 7월 7일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내게 미묘한 느낌을 주었고 이후 영화에 대한 남다른 취향과 감각과 사랑을 갖게 했다.

영화 속 알프레도(故 필립 느와레)를 보며 푸근함을 느꼈고 꼬마 살바토레(살바토레 카스치오)를 보며 감정이 이입되기도 했다.

영화는 6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이 영화에 <Cinema Paradiso>라는 OST 패키지를 입혔다.

이 중 <Love Theme>는 알프레도가 남긴 영상을 영화관 안에서 홀로 앉아 눈물을 흘리는 중년의 살바토레(자끄 페렝)의 감정과 내가 어린 시절 봤던 영화 <시네마천국>의 느낌이 교묘하게 디졸브(dissolve) 된다.


2013년 9월에 재개봉한 영화<시네마천국> 포스터


엔니오 모리꼬네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와 <언터쳐블>(1988), <벅시>(1991), <말레나>(2000) 등에서도 멋진 곡을 남겼지만 아카데미의 응답을 받진 못했다.


2015년 쿠엔틴 타란티노는 <헤이트풀8>을 제작했고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선택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헤이트풀8> 포스터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 <헤이트풀8>의 장르인 서부극에 딱 어울리는 긴장감 있고 웅장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과거 <황야의 무법자>나 <석양의 무법자>가 보여줬던 스파게티 웨스턴의 경력을 되살려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 결과다.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이란, 1960년~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말한다. 멕시코가 주무대로 서부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총잡이들이 나오며 잔인한 장면, 시퀀스들을 아주 강렬하게 묘사하곤 한다. 1964년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가 바로 그런 영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 부문의 Winner를 부르기 위해 등장한 전설적인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

그가 외친 사람은 '엔니오 모리꼬네'

6번.

또 다른 경쟁자들이 오스카 음악상을 가져가고 소감을 말할 때 박수를 치던 6번의 후보 인생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어냈다.

그리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그 오랜 시간 염원하고 기대했으리라.


그가 선보인 작품은 세계적으로 5천여 만장이 팔렸고 국내에서도 200만 수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들, 안드레아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올해 나이 88세, 88번째 아카데미에서 오스카를 거머쥔 그와 그의 음악 역사에 박수를...



엔니오 모리꼬네  사진출처 : 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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