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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y 06. 2016

여행을 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야

다시 여행하고 싶은 , 그곳

여행을 한다는 것.

늘 그렇듯 여행을 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나름 고생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다.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하지만 얼마 안 되는 통장잔고를 털어 환전을 하고 각종 여행 책과 블로그를 보며 스케줄을 짜는 것.

여기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유럽여행을 위한 나라별 환전


"여기 어때? 가볼까?"

"아 여기 진짜 가보고 싶었는데!"

사실 스케줄을 짜 놓고 그대로 움직였던 적이 얼마나 있을까? 상황은 늘 바뀌게 마련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환전금액도 늘 모자랐던 것 같다.


"난 빚져서라도 세상 구경할 거야"

늘 그렇게 얘기했다.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라는 키워드를 내 좌우명처럼 달고 다녔다.

경험이라는 것, 나에게 남는 재산이라고.


방에 붙은 세계지도

언젠가 세계여행에 대해 꿈을 꿨던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던 '목표'가 아닐까?

1년이면 될까? 2년은 걸리려나?

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대륙만 옮겨 다녀도 몇 개월이 소요되는 '세계여행'이란 어쩌면 이룰 수 없는 버킷리스트일지도 모르겠다. 먹고사는데 바쁜, 나는야 '직장인'. 지금으로선 단 1개월도 무리다.

서글프다.


맹목적일지라도 세계여행에 대한 상상은 그것만으로도 좋다. 경험은 또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떤 일이 펼쳐질까? 또 어떤 사진이 남게 될까?

여행 중에는 늘 계획에도 없었던 일들이 터지게 마련이다.

그리곤 그때의 사건을 곱씹으며 추억으로 되새김질하는 것 역시 좋은 안주거리가 된다.


세계지도를 펼쳐보며 생각해본다.

경험해본 나라보다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더욱 많다.

사진과 영상이 담겨있는 1 테라바이트 외장하드의 남아있는 공간을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껏 쌓아왔던 각 여행지의 폴더를 슬그머니 열어보면,

'참 열심히 찍어대고 열심히 모았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초점이 맞지 않아 흔들린 그때의 사진으로부터 기억과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 내가 이때 이랬었구나', '아니 이런 사진이 있었나?'

시드니 트래블로지 호텔 앞에서. 흔들흔들 초점 나간 사진


지금껏 경험해본 나라들 중 꼭 다시 가고픈 도시들이 있다.

다시 가고 싶은, 아름다웠던 그곳!



1. 스위스 루체른


루체른 구시가지.

로이스 강 옆으론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강 위에 떠다니는 백조와 오리를 보며 와인과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조용하고 한적한 카펠교 옆에 앉아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툭 튀어나오는 말.

"아 진짜 평화롭다"

그래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평화롭다.' 평화롭다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로이스강 옆 카페에 앉아 고요한 평화를 만끽
루체른 구시가지에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마저 그립다.
루체른의 상징, 카펠교
로이스강에서 흔히 보이는 백조무리들. 너희들 참 아름답구나.

유럽 여행 코스로 스위스를 선택한 건 너무나도 잘한 일이었다.

빌딩 숲 속에 갇혀 하루하루 나도 모르게 쌓아왔던 가슴속 먼지 구덩이가 한꺼번에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루체른의 청정한 공기 그리고 리기 산에서 느꼈던 시원한 바람으로 인해 가슴도 정신도 맑아진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 중인, 리기산의 십자가

자연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로 인해 저 멀리 눈 덮인 산봉우리가 한 눈에 보인다.

누군가는 흐린 날로, 또 누군가는 폭설로 인해 바라보지도 못했다던데 하늘은 이렇게 드넓은 시야를 확보하게끔 마음껏 열어주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리기산에서 내려다본 루체른 마을
리기 정상, 리기 클룸역(Rigi-Klum)
아리따운 스위스 마을

루체른 여행은 특별한 여행이었다.

그간 여행했던 지역 중 가장 평화롭다고 느낀 곳.

문득 스위스에서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저 집은 전세가 얼마일까?"

"퐁듀가 유명한 이 곳에서 떡볶이를 팔면 좀 될까?"


이상과 현실의 괴리란, 참...


스위스 루체른의 맑디 맑은 호수와 멀리 보이는 설산, 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은 어마어마한 매력을 선사했다.  


루체른(Luzern)
스위스 중부에 있는 도시로 관광과 휴양을 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로이스강 위에 놓인 카펠교(Kapellbrucke)는 이 곳의 상징으로 1300년경에 축조되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다.
취리히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약 1시간 반을 달리면 루체른 역에 도착한다.
기차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면 루체른 호가 한 눈에 보인다.
루체른.  출처 : 구글지도



2. 인도양 모리셔스


모리셔스는 '신의 창조물'이라 불릴 만큼 지상낙원에 가깝다.

모리셔스의 도심은 동남아의 흔한 분위기를 선사하지만 바닷가로 진입하다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수평선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푸른빛을 자아냈고 짹짹 거리는 새소리와 파도소리 는 고요하게 귓가를 울려 '아주 나른한 평안'을 선물해주었다.

모리셔스의 푸른 바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지상낙원, 모리셔스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두바이를 거쳐 모리셔스로 향한다.

시우 사구르 람룸람경 국제공항(Sir Seewoosagur Ramgoolam International Airport).

모리셔스 총독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곳 공항은 모리셔스의 허브 공항이지만 매우 소박하다.

공항으로부터 약 1시간 반을 달려 공항과는 반대쪽인 모리셔스 북쪽 끝인 '트루 오 비슈(Trou-aux-biches)에 도착.

모리셔스의 바다와 이 곳의 리조트가 '지상낙원'임을 일깨워준다.


아침마다 '짹짹짹' 울어대는 새소리와 '솔솔솔' 불어오는 인도양의 바람은 아침잠을 깨우는 알람이 되었다.

밖을 바라보니, 지나가는 사람 없이 꽤 조용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아주 약하게 들린다.

뜨루오비슈의 안락한 리조트


리조트 내 숨어있는 작은 수영장. 아무도 없어요! 전세 낸 기분.


스위스에서 느꼈던 평화로움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치 '신선놀음'을 하는듯한 기분이 든다.

하는 것 없이 일주일을 보냈음에도 짧게 느껴질 뿐이다.


이 먼 곳까지 다시 갈 수 있을까?

진짜 신선놀음 중인 필자


신선놀음에서 빠질 수 없는 모리셔스 맥주, 피닉스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던 빨간 파라솔


모리셔스(Mauritius)는 아프리카 대륙 동쪽에 있는 작은 화산섬이다.
과거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1968년 독립했다.
푸른빛의 바다가 둘러싼 이 곳은 휴양지로서는 최적이라 생각된다.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하고 난 뒤에 천국을 만드셨다"라고 할 만큼 모리셔스를 극찬했다.

'지상낙원'이라는 게 있다면 이 정도일까?

피닉스 맥주 한 캔을 들고 썬베드에 누워,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모리셔스 지도.  출처 : 구글 지도


3. 보라카이 리즐링


여행 후,

'그곳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만들어주는 것은 여행지의 매력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와 어떻게 즐겼느냐도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내게 보라카이는 후자(後者)에 해당한다.

지인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제대로' 즐겼던 곳 중 하나.

보라카이의 중심, 디몰 앞에서 이동수단 '뚝뚝'을 타고 리즐링으로 이동!

보라카이에는 여러 리조트가 존재한다.

우린 블로그를 통해 숨어있는 리조트, 리즐링(Rieseling)을 발견했다.

리즐링 리조트 입구

보라카이 샹그릴라리조트만큼 브랜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규모가 큰 것은 더욱 아니었다.

기껏해야 룸 5~6개에 불과해 보였다.

사람들이 늘 북적거리는 화이트비치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썰물과 밀물 그리고 붉은 노을이 장관을 이루는 푸른 바다, 블라복비치(Bolabog Beach) 한 귀퉁이.

이 곳에 펼쳐진 리즐링 리조트는 우리에게 숨은 보석과도 같은 존재였다.

작은 수영장을 달구는 햇살, 주변에 둘러싸인 썬베드. 그리고 아주 조용한 분위기가 푸른 바다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리즐링 리조트 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



리즐링리조트 수영장과 맞닿은 바다


투숙객을 위한 깨알같은 장식

하루는 비가 왔다.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있는 동안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 마저도 '힐링'이 됐다.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수영장이 단 하나뿐이라는 것. 주변에 레스토랑이 없다는 것. 디몰까지 걸어가거나 뚝뚝을 콜택시처럼 불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우린 리즐링과 더불어 디몰 내 타이드호텔, 샹그릴라 리조트에서 휴가를 만끽했다.

리즐링에서는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좋은 날씨에서 편하게 쉬었는데.

마침 샹그릴라에서는 태풍의 눈 안에서 엄청난 바람과 거센 폭우를 맞이한 바 있다.

앞서 말했듯, '누구와 어떻게 즐기느냐'가 중요했던 만큼 폭풍우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근에도 보라카이 여행에 대한 사진과 짧은 영상을 보며 이야기한다.

꼭 다시 가서 "불태우자!"라고.


리즐링을 벌겋게 물들인 선셋
화이트비치 노을
보라카이는 길이 7km, 너비 1km 수준의 작은 산호섬이다.
고운 모래와 깨끗한 해변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화이트비치, 블라복비치, 푸카쉘 비치 등 대략 12개의 해변이 존재한다.
카이트서핑, 제트스키 등의 해양스포츠와 골프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먹거리 비용도 저렴하고 뚝뚝 즉, 트라이시클을 택시처럼 이용하면 매우 편하다.
디몰은 보라카이의 중심 같은 곳이다. 많은 상점과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이다.
리즐링 리조트와 보라카이 중심.  출처 : 구글지도


4. 영국 런던(London)

영국 런던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이 뛰었을 때도, 내 동생이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도, 영화 속 배경에서 빅벤이나 트라팔가 광장이 보였을 때도.

유럽여행을 계획했다가 상황이 좋지 않아 틀어졌을 때 영영 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길게 휴가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를 잡았다.

여행 버킷리스트에서 영국 런던을 지워낼 수 있는 기회.


런던에 꼭 다시 가고픈 이유 중 하나는,

멀리서 바라봤던 런던아이에 올라 런던의 야경을 바라보고 싶어서이고,

빅벤 앞에서 바라본 웅장한 런던아이

빨간 이층버스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며 시내 여행을 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이며,


흔히 볼 수 있는 2층버스. 2층 위로 올라가 맨 앞에서 구경해야 제 맛이다.


런던 스타벅스에서 즐길 수 있는 라떼, "플랫화이트(Flat White)"의 부드러움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카페 네로의 진한 커피도 역시 매력적.

런던의 도심을 구경하면서 참 많이도 걸었던 것 같다.

볼거리는 널리고 널렸는데 시간에 쫓겨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내느라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빨간 2층 버스와 지하철 언더그라운드 맵에 익숙해질 무렵, 스위스로 이동했다.

다소 아쉬움이 남긴 했다. 더구나 가보지 못한 곳도 많았다.

프리미어리그의 짜릿한 축구 경기도 구경하지 못했다.

첼시 스탬포드브릿지에서 경기장만 구경했는데, 다시 가면 꼭 경기를 봐야겠다.

아마 이 곳에 다시 가게 된다면,

난 또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걷고 또 걸으며 구경할게 뻔하다.


멀리서 바라만 봤던 타워브릿지도 꼭 걸어봐야겠다.


트라팔가 광장 그리고 내셔널갤러리. 썬글라스를 끼고 음악을 들으며 일광욕을 즐겨야겠다.


피카디리서커스의 '복잡하고 혼잡스러움'마저도 매력인듯 싶다. 어디가나 이런 곳은 있으니까.
다시 가게 된다면, 제대로 된 피쉬앤칩스를 먹어봐야겠어요.


루체른 여행기 : https://brunch.co.kr/@louis1st/1

모리셔스 여행기 : https://brunch.co.kr/@louis1st/9

런던 여행기 : https://brunch.co.kr/@louis1st/31



여행을 한다는 것,

어쨌든 기분 좋은 일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 그리고 그 추억을 곱씹으며 그때를 회상하는 것.

여행이 주는 매력이죠.

한 번을 가든, 몇 번을 가든. 느낌은 늘 새로운 것 같습니다.

여유가 있을 때, 시간이 허락할 때 꼭 다시 한번 찾아가야겠습니다.


추억 좀 곱씹어봤습니다. ^^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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