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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Feb 05. 2016

내 버킷리스트, 런던 그곳

런던 여행 에세이 #1

브런치의 작가로 선정된 후, 이 곳에 첫 글을 남겼다. 

그 글의 배경이 되었던 곳은 영국 여행 후 방문했던 스위스.

평화로웠던 루체른고즈넉한 인터라켄의 느낌을 되살려 끄적거렸던 그 글을 보니  그때 내가 느꼈던 그리고 보았던 곳들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풍경을 지닌 곳들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되는 듯하다. 

스위스 여행과 영국 여행은 '힐링'이라는 같은 단어에서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평화롭고 고즈넉하고 '맑디 맑은' 스위스의 환경 속에서 기분 좋은 '육체적 힐링'을 받았다면,

엔틱하고 클래식하며 젠틀 한 모습이 물씬 풍기는 영국의 모습 속에서는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장기휴가의 첫 포문을 연 곳이기도 하고 현실 속에서 걱정했었던 수많은 일들을 묻어둔 채 다른 세상에 나와있는 듯한 느낌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됐든

두 곳 모두 내겐 아주 감사한 '힐링'을 선사해준 곳이다.


사진이나 영화 속에서 보던 빅벤은 어떤 모습일까? 유명한 EPL 선수들이 누비는 그 공간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영국이라는 곳.


방에 붙은 세계지도 그리고 영국.

나름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세계지도에서 바라만 보던 곳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가 EPL을 날렸던 그때나 동생이 어학연수를 간다며 영국의 윔블던으로 떠났던 그때나 "나도 언젠가 가봐야지"라는  마음뿐이었다. 

사실 회사 생활을 하며 유럽여행을 오랜 기간 다녀온다는 것 자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휴가를 주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런 휴가가 있어도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지갑 형편도 그랬지만 말이다. 



10년을 쉬지 않고 다니니, 장기휴가를 얻을 수 있었고 지갑형편도 나쁘지 않았기에 과감히 선택을 했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갔으면 더 좋았으련만'이라는 생각이 후회감이라기보다 아쉬움으로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스케줄은 영국 런던 - 스위스 루체른 - 스위스 인터라켄 - 프랑스 파리가 전부였다. 

추가로 독일이나 이탈리아 정도도 생각해봤으나 이동거리도 시간도 돈도 타이트한 편이었기에 딱 3개국만 꼭 집어서 가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된 유럽 여행 스케줄.

캐리어에 짐을 가득 싣고 티켓을 받아 북적북적 인산인해를 이뤘던 입국장을 지난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런던행 티켓

인천공항을 떠나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역시나 이코노미석은 불편하다. 잠도 오지 않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하는 영화 <더 저지>, 김혜자와 강혜정이 출연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그리고 장안의 화제였던 <위플래시> 등 대략 4~5편의 영화를 보며 거의 뜬 눈으로 비행했다. 

때가 되면 주는 기내식도 거의 움직임이 없으니 소화하기도 어려웠다. 

런던행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그래도 앞으로 며칠간 '한식'을 먹지 못할 테니 실컷 먹어두자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한식'을 하늘 위에서 즐겼다. 

기내에서 제공한 '고추장'은 역시나 외국에서 필수품일 듯. 적재적소에 먹으면 느끼한 음식 속에서도 기분 좋은 반전을 선사해줄 수 있다. 물론 자주 꺼낼 수도 없었고 그렇게 많은 양도 아니었다. 


히드로공항


몇 시간을 날아 히드로 공항에 도착. 

여권을 내밀고 무난하게 입국 확인 스탬프를 찍어주길 희망하며 세상에서 가장 온화하고 친절해 보이는 웃음을 보였다. 

난 수염이 덥수룩한 푸근한 느낌의 영국인이 입국심사를 했다. 입국심사가 꽤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어서인지 시간도 꽤 걸리는 느낌이었다. 

여행영어 책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입국심사용 영어'가 실제로 오가는 느낌이다.


"What's the purpose of your trip?"

"How long will you stay?"


영국식 영어를 남발하며 미소를 짓는 모습이 바로 옆 인상을 쓰며 마치 화가 난 모습으로 심사하는 사람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여권을 챙기고 히드로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빅토리아 코치로 가기 위해 버스 티켓을 끊었다. 


히드로공항에서 빅토리아코치로 가는 버스 티켓.


여기가 맞나? 

버스 탑승구에서 잠시 헤맨 후 게이트 밖으로 나가 정시에 도착한 National Express를 탔다.

지하철도 선택이 가능했지만 버스가 편하다는 '블로그의 힘'을 빌려 조언해준 대로 이동했다. 

버스 탑승 이후 대략 1시간을 달렸다.  

피곤에 찌들어 잠시 주변을 구경하다가 살짝 잠이 들었다. 덜컹 거리는 소리와 함께 뭔가 달콤했던 잠에서 깨 다시 창 밖을 바라봤다.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주변은 어두웠다. 

그나마 보이는 블랙캡(택시)이나 클래식한 건물들, 문을 닫았지만 조명으로 반짝반짝 거리는 벤틀리 매장 등 이 곳이 영국임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 하진 않았으나 그렇게 여겼다.  

1시간을 달린 버스는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이 곳은 일종의 대형 복합 터미널로 수많은 버스들이 오가고 많은 여행객들을 위한 쇼핑몰과 식당들도 존재했다. 

밤이라 그런지 날이 살짝 쌀쌀했다. 

City Maps 2 go(씨티맵투고) 애플리케이션


여행을 위해 준비해두었던 "City Maps 2 go"를 가동시켜 우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다행히 숙소는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 매우 가까운 거리. 약 500미터 수준이었다. 

"City maps 2 go"앱은 도시별로 다운로드가 가능한데 내 위치, 주변 볼거리나 먹거리 등이 노출되며 방문할 곳 또는 방문했던 곳들을 "별표"로 표시가 가능하다.  런던뿐 아니라 스위스, 프랑스에서도 꽤 유용하게 사용했다. 

  

The Z hotel

캐리어를 질질 끌고 호텔 앞에 도착!

겉으로 보기엔 호텔인지 레스토랑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형 호텔의 블링블링한 로비는 없었다.

"여기요!" 아니 "Hello, Excuse me"

그러자 영드(영국 드라마)에서 볼법한 남자가 영드에서 들었던 영어를 매우 빠르게 구사하며 이 호텔에서 지낼 3박 4일의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룸으로 들어가니, 아니 이건 마치 고시원 수준 아닌가?!!


출입문과 벽 쪽까지는 대략 3미터 남짓 되었으니 1평~2평은 되었던 것 같다. 신기한 건 이 좁은 공간에

침대며 화장실이며 샤워부스며 다 있다는 점. 

캐리어를 펼치고 나니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창문 하나 없는 이 곳. 여기서 3일 밤을 지내게 되는 거구나.

하긴 하루 종일 돌아다닐게 분명하니 숙소에서는 잘 씻고 편히 잠만 자면 그만일 듯.

시차 적응이고 뭐고 피곤한 몸이 침대와 하나가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돈과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쌀쌀한 아침,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이동한다. 

여행의 시작.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다녀온 사람들에게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조언과 충고들, 블로그와 웹문서 등 인터넷 서핑을 통해 찾은 자료들 혹은 서로가 알차다고 이야기하는 여행책들.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얻은 정보들을 머릿속에 모아 모아 마치 현지에서 사는 사람인냥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어리바리하지 않으려고 무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는 초행길 위에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있는 나는 "I am a stranger"였다.

휴대폰에서 알려주는 런던의 지도와 작은 여행책을 벗 삼아 런던에서의 아침을 시작했다. 

버킹엄궁전 앞

숙소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소가 있었으니.

바로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
1703년에 건립된 왕실의 건물로 왕정의 사무실과 주거지로 사용된다. 전통복장을 한 근위병을 볼 수 있는 곳이며 근위병 교대식은 이 곳만이 가진 "볼거리"다. 

역시나 관광객들이 하나 둘 모이며 움직이도 않고 동상처럼 서있는 근위병들을 신기한 듯 카메라에 담는다. 


버킹엄궁전을 지키는 근위병. 늠름한 모습.


아침도 거르고 나와 서서히 허기가 진다. 타이트한 스케줄을 소화하기에 웨스트민스터 성당 바로 옆 맥도날드를 찾았다. 맥모닝 2개와 커피 한잔. 이게 6파운드다. 당시 환율을 생각해보면 한국보다 비싸다는 느낌이다. 

바로 옆에 자리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맥도날드 옆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들어가기 전 경건함으로 무장.

이 곳은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과는 다른 곳으로 위치도 외형도 내부도 모두 다르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Westminster Cathedal)은.
19세기 후반, 비잔틴 양식으로 건립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주교좌성당이다.

반면,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약 11세기~12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건립된 성공회 대성당이다.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영국 왕실의 대관식과 매장용으로 사용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성당에만 들어오면 굉장히 경건해진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숨소리만 살짝살짝 들리는 이 곳. 몇몇 사람들이 들어와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한다. 

비록 천주교는 아니지만 나 역시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했고 그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성당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북적북적.  대영박물관

세계에는 수많은 박물관들이 존재한다.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혹자들은 '대영박물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침략'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런던의 대영박물관은 '해적질'로 만들어졌으며, 바티칸 박물관은 '종교의 힘'으로, 메트로폴리탄은 '돈'으로 만들어졌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꽤 재미있었다. 

그럼 난 '해적질'로 만들어진 대영박물관을 가게 되는 셈.

대영박물관은 매년 5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한다. 람세스 2세의 흉상이나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되었던 '로제타스톤(Rosetta stone)' 등 고대 유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론 한국의 유물도 볼 수 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의 유물도 있었지만 유난히 한국의 유물이 전시되는 '한국관'은 꽤 작아 보였다. 아쉬웠다. 

모아이석상

도심여행에서 필수적인 것은 편안한 신발이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쿠션 하나 없는 오니츠카 타이거를 신고 이 곳까지 온 내 발. 도심여행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분명 버스 노선도,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런던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만끽하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레스터스퀘어의 어느 영화관. 폴 워커의 유작, <분노의 질주> 7번째 시리즈가 상영 중이네요. 
뉴욕의 타임스퀘어 느낌나는 런던의 피카딜리

대영박물관에서 닐스 스트릿, 코벤트가든, 레스터 스퀘어, 피카디리, 트라팔가 광장, 옥스포드까지 이어지는 수백 미터를 걸었더니 에어가 듬뿍 들어간 운동화가 간절했다.

'가서 하나 사지  뭐'라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 런던에서 득템 하나 하자!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선배로부터 얻은 정보 중 하나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나이키 타운'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옥스포드서커스에 위치한 이 곳은 약 3층 높이의 건물로 나이키의 신발, 스포츠웨어, 운동 기구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신제품으로 도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결국 내 발과 인연이 된 신발은 없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영국의 오래된 백화점 중 하나인 헤롯백화점(Harrods)
1849년 오픈했으며 5천여 명의 직원이 이 곳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당연히 규모도 크다. 고급 패션 브랜드가 많이 입점되어 있어 런던의 부유층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종종 아랍 부유층 여성들이 검은 천을 두르고 쇼핑을 한다고 했는데 내가 운동화만 쳐다봐서인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이 곳이 가진 특징 중 또 한 가지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추모 코너다. 파리에서 다이애나와 함께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바로 헤롯 사장의 아들이라고 한다. 
나이키 : 내가 너의 발을 편하게 해주겠노라! NIKE AIR MAX

어쨌든 난 'Shoe'라고 크게 쓰인 쇼핑공간을 찾아 헤맸다. 

우리나라 ABC마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신발 코너와 나이키 전문매장을 찾았다.

결국 한국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녀석으로 구매. 나의 유럽여행을 'AIR'와 함께 했다. 

위에서 언급한 나이키 타운은 한 번쯤 가볼만한 곳이긴 하다. 물량도 많고 화려한 편이다. 

잘만 고른다면 좋은 가격에 살 수도 있다. 

헤롯백화점은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고급 브랜드 역시 밀집해있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모두 비싼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 이 곳에서도 잘만 고른다면 좋은 가격에 좋은 물건을 득템 할 수 있으니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칠레산 와인과 M&S에서 구매한 IPA


숙소 근처에 막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 매장이 있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롯데슈퍼나 이마트 에브리데이 수준이랄까?

이미 백화점 쇼핑을 했으니 지갑 형편을 고려해, 이 곳에서 여러 음식을 싸게 구입했다. 

샐러드, 과자, 맥주 등 좁은 방에서 즐길만한 것들!

고생한 내 발을 주무르며 씁쓸하지만 시원하고 상쾌한 IPA 한잔으로 런던의 밤을 즐길 수 있었다. 

TV에서는 쉴새 없이 뉴스, 요리, 시사 프로그램들이 터져나온다. 꾸역꾸역 찾아 영화가 나오는 채널을 선택.

정말 오래 전에 보았던 '베이비 데이 아웃'을 맥주와 곁들였다. 

고시원을 방불케 하는 공간이지만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만 그냥 이 느낌이 좋다. 



얼른 정리해서 2편으로 come back 하겠습니다!

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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