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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y 17. 2021

지브리 감성과 애니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감히 남기는 글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지브리 스튜디오, 성공적인 세대교체 가능할까


넷마블이 개발한 모바일 RPG 게임 <제2의나라>는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등 한국 포함 5개국에 오는 6월 출시된다. <로블록스>, <삼국지혼>, <백년전쟁> 등 수많은 게임들이 즐비한 요즘 <제2의나라> 역시 수만 가지 모바일 게임 중 하나다. 그런데 넷마블의 출사표에 눈에 띄는 키워드가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지브리의 감성 그리고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게임에 더해졌다"라고 언급한다. 카툰 렌더링 방식의 애니메이션 기법이 녹아들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감성을 게임에 덧칠한 것이라 꽤 매력적인 디자인이 나올 것이라는 평이다. 최근 로블록스가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와 함께 유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다소 투박한 로블록스의 게임 디자인과 작은 디테일까지 잡아내는 지브리 감성의 게임 UI/UX를 비교한다면 꽤 격차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제2의나라>가 말하는 '지브리의 감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작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디즈니의 콘텐츠와 동시에 소비해왔다. 그래서 늘 비교되기도 했다. 상상력에 의한 크리에이티브라는 점에서 같지만 작품 속에는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identity)가 부여된다. 

이웃집 토토로, 마녀배달부 키키, 모노노케 히메 등 지브리의 다양한 캐릭터들.  출처 : film daily

'일본의 디즈니'라고 불리던 미야자키 하야오(みやざきはやお, Miyazaki Hayao)의 캐릭터 힘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강력했다. 1978년 <미래소년 코난>을 시작으로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지브리 세계관으로 넓게 확장했다. 토토로, 키키, 포뇨 심지어 주인공이 아닌 가오나시까지 수많은 캐릭터를 연이어 양산했다. 1941년생으로 어느새 80세가 되어버린 백발의 노인, 미야자키 하야오 더불어 지브리 스튜디오는 이제 자신의 DNA를 잇는 후계자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피가 섞인 '유전자로서의 후계자'가 아니라 지브리 캐릭터 안에 담긴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혼을 잇는 순수한 '작품으로서의 후계자'말이다.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2006년 <게드 전기>나 2011년 <코쿠리코 언덕에서>와 같은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긴 했으나 딱히 화제가 되진 못했다. 참고로 <게드 전기>의 경우 일본에서만 흥행했다고 했고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절반의 성공정도로 볼 수 있겠으나 딱 거기까지, 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흥행 기록과 작품성을 따라가진 못했다. 

<아야와 마녀, Earwig and the Witch> 중에서.  출처 : the Cinemaholic

2020년 제작한 <아야와 마녀, Earwig and the witch>는 캐릭터에 3D 그래픽을 입혀 기존과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감독은 미야자키 고로, 기획과 제작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스즈키 토시오가 참여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우 3D 그래픽에 대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지만 지브리의 전통이자 시그니처라 불릴만한 감성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실험 같은 작품이라 개인적으론 아쉬운 감이 먼저 든다. 지브리에 대한 감성이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일 텐데 이걸 지우고나니 다소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작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6월 개봉 예정) 이를 '까려는' 마음은 없다. 그저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지금까지 고집부리며 지켜온 감성이 부재하다고 느꼈을 뿐이고 그 아쉬운 마음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작품성과 자신이 담은 메시지를 온전히 지켜내는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아야와 마녀>는 어떠한 작품이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 

디즈니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캐릭터, 루카(Luca)  출처 : laptrinhX

마침 디즈니.픽사(디즈니와 픽사 스튜디오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있으나 이 글에서는 디즈니로 통칭함)도 신작 <루카>를 공개한다. 바다에 살고 있는 루카가 육지로 나와 평범한 소년의 모습으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다. 지난 1월 개봉한 <소울, Soul>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은 이후 여름 시즌을 맞이하게 되는 디즈니 작품이다. <아야와 마녀>가 개봉하는 6월, 어쩌다 보니 디즈니도 함께 하게 됐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가져가고 있는 디즈니 작품들은 이제 박스오피스를 넘어 디즈니플러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지속적인 팬덤을 쌓아가고 있다. 달리 말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 디즈니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견고한 창구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디즈니플러스 이외에도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존재한다. 사실 콘텐츠를 유통하는 경로보다 질 좋은 콘텐츠를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다. 디즈니의 경우 피트 닥터(Pete Docter)와 같이 상당히 오랫동안 작업해온 감독도 있지만 그 밖에도 <니모를 찾아서>의 앤드류 스탠튼, <코코>의 리 언크리치와 같은 인재들도 존재한다. 더구나 피트 닥터는 1968년생으로 픽사의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다. 당분간 이들의 필모그래피는 꾸준하게 쌓일 것으로 보인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감독, 피트 닥터.  출처 : Loud and Clear Reviews

더불어 픽사 측에는 픽사의 아티스트들의 'Sparkshots'라는 프로젝트(이하 스파크 프로젝트)가 있다. 극장용 단편 애니메이션이 100이라면 스파크프로젝트는 5분의 1 수준의 예산만 주어질 뿐 아니라 제작 기한도 6개월 수준이라고 한다. 예산과 제작 기간이 짧게 부여되는 반면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다는 크리에이티브의 자유로움이 있다. 결국 아티스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 창의성을 모두 볼 수 있고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좋은 프로젝트인 셈이다. 실제로 10분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픽사 공식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데 퀄리티가 남다르다.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있다. 그저 단순한 그림의 조합이었던 '만화'가 이제는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지브리 스튜디오 하나만 바라보며 글을 쓰다보니 자칫 '일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부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브리를 넘어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와 업계를 확장해 보면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나 <괴물의 아이>의 호소다 마모루와 같이 천재성을 가진 제작자들도 있다. 신카이 마코토는 1973년생, 호소다 마모루는 1967년생이다. 혹자는 이 두 사람이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엄연히 따지면 위에서 언급했던 유전자로서의 후계자도 아니고 지브리를 바로 이어가는 후계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애니메이션 역사를 지켜온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통을 충분히 이어받을 수 있을까? 

호소다 마모루의 경우 과거 지브리 스튜디오와 인연이 있기도 했다. 인턴십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경험도 있고 지브리의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지명받았다가 철회된 사례도 있었다. 그 뒤로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이어가며 '호소다 마모루'라는 브랜드를 지켜왔다. 2006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부터 2018년 <미래의 미라이>까지 꾸준하게 애니메이션 관련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는 국내에서 <너의 이름은.>으로 더욱 잘 알려졌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마치 실제와 같은 그의 섬세함은 그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퀄리티를 보인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하기 전에 실제 현장 컷을 굉장히 많이 담는다고 한다. 더불어 '빛'이라는 존재를 아름답게 표현할 줄 아는 작화가로 손꼽힌다. 어떤 면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닮았다. 퀄리티에 대한 자신의 고집과 더불어 신카이 마코토로 점철된 섬세한 작품만으로도 자신의 시그니처를 확고하게 그려내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시그니처라 하겠지만 결국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세상에서 자신들의 천재성을 뿜어내는 레전드들이라 하겠다. 

지브리 스튜디오에는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라는 1973년생 감독이 있다. 딱 4편의 필모그래피가 존재한다. 2010년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난 후 마치 피칠갑이라도 된듯 문화적 충격에 빠진 내게 <마루 밑 아리에티>는 매우 신선했다. 지극히 평범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 하나일 뿐인데 붉게 물들어버린 시야를 맑게 씻겨준 듯 느껴지기도 했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미야자키 하야오 각본,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가 연출한 작품이다. 참고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는 지브리의 젊은 인재, 젊은 감독으로 발탁된 인물 중 하나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탄생시킨 수많은 캐릭터들.   출처 : wallpaperaccess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가 된다. 미야카지 하야오가 고집부리며 지켜냈던 지브리의 감성은 어쩌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역사가 될 것이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디즈니라는 거대 공룡을 비교하기엔 '체급이 다르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미야자키 하야오가 쌓아온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보면 체급 따위를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벗어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순수한 동심으로 그려진 애니메이션의 팬이자 덕후로서 그가 지켜온 지브리의 감성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도 들여다보고 싶다. 그렇다고 국산 애니메이션의 '현주소'까지 파악하려는 것은 아니다. 과거 <달려라 하니>, <아기공룡 둘리>, <머털도사>처럼 한 시대를 거쳐갔던 'TV 만화'부터 세대교체를 이루며 <뽀로로>나 <라바>, <슈퍼윙스> 등 아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애니메이션들도 존재한다. 일부는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이지만 또 일부는 중국 등 다른 국가와 손을 잡고 제작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디즈니와 같이 무엇인가 '명맥과 전통'을 이어온 것이 있었을까? 실사 영화판에서 <부산행>으로 천만관객을 모은 연상호 감독의 경우 <사이비>, <돼지의 왕>과 같은 사회적 이슈와 메시지 듬뿍 담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었다. 

친구라는 이름에 가려진 악당과 괴물의 권력. 무겁고 무서운 메시지의 연상호 브랜드 애니메이션.  출처 : 네이버 영화

아기자기한 매력과 색감은 죄다 지우고 무미건조하고 투박하며 다소 거친 표현으로 강력하고 묵직한 한방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덕분에 대부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도 애니메이션을 갈망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의 '차차기작'도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시나리오도 완성했다고 한다. 미국 영화학교 학생들과 화상 인터뷰를 하면서 애니메이션은 '가장 순수하고 가장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세계'라고 표현했다. '봉테일'이라 불리는 봉준호의 애니메이션 세계에는 또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더불어 기대와 약간의 우려가 함께 공존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크리에이티브로 태어난 (이름만 들으면 충분히 알만한) 여러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해외로 수출되어 각광을 받는 경우들도 다수 있다. 대한민국이 양산한 캐릭터 그리고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누군가의 기억에 각인될 수 있는 시그니처가 탄생할 수 있기를. 


※ 아래 사이트를 일부 참고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의 캐릭터 그리고 작품들을 좋아하는 수많은 팬들 중 평범한 하나입니다. 물론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도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팬이랍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댓글로 남겨주세요. 

※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 <원피스>의 오다 에이이치로 등의 일본의 1억부 클럽에 존재하는 작가들도 있으나 글의 특성상 제외합니다.

- 스튜디오 지브리 : en.wikipedia.org/wiki/Studio_Ghibli

- 미야자키 하야오 : ghibli.fandom.com/wiki/Hayao_Miyazaki

- 픽사 스파크샷 프로젝트 : pixar.com/sparkshorts#out

- 지브리스튜디오의 <아야와 마녀> by 미야자키 고로 : https://www.imdb.com/title/tt12441478/?ref_=nv_sr_srsg_0

- 디즈니픽사의 <루카> by 엔리코 카사로사 : https://www.imdb.com/title/tt12801262/?ref_=fn_al_tt_1

- 픽사 스파크샷 프로젝트 <Wind> : https://youtu.be/EpaLbYFVfbQ

한국전쟁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스파크숏 단편  출처 : Pixar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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