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Nov 03. 2021

또 하나의 스페이스 오페라, 그 놀라운 서막, <듄>

프랭크 허버트가 창조한 세계, 드니 빌뇌브가 새롭게 문을 열다!


지금으로부터 약 8천여 년이 흐른 아주 먼 미래의 어느 시점. 광활한 우주 어떤 공간에서 무엇이 어떻게 탄생하고 사라지게 될지 감히 예측이나 할 수 있을까? <블레이드 러너 2049>나 <승리호>, <에일리언 : 커버넌트> 등 아주 친절하게 시대적 배경을 표기해주었던 SF 영화들은 대부분 2100년을 전후로 하고 있었다. 사실 앞으로 100년 후의 미래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려 8천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영화 <듄, Dune>은 SF 영화라는 측면보다 시대적 배경에 관계없이 그저 '초월적인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조지 루카스가 창조한 <스타워즈, Star Wars>와 같이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라는 장르로 일맥상통한다. 

※ 현재의 시점은 AD(기원후, Anno Domini)이고 <듄>의 우주력은 AG(After Guild)로 표현됩니다. AD와 AG의 의미로 보면 8천년이라는 숫자에 급격한 증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역시 이 세계관을 다룬 유튜브 영상이나 기사들이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사막으로 가득한 <듄>의 세계.  출처 : posterspy


드니 빌뇌브의 <듄>

영화는 무려 155분에 달한다. 드니 빌뇌브의 연출로 제작된 이 작품보다 그의 전작이었던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러닝타임이 (163분이므로) 8분 더 길다.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경우, 한편으로 마무리되기도 했고 1982년 리들리 스콧의 원작을 다시금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방대한 스토리를 극히 일부만 다룬 일종의 '서막'이라고 봐야겠다. 그러니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왔다면 '앞으로가 기대'되거나 애초에 '이해하기를 포기'하거나 또는 그저 '지루한 영화'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좋아하고 드니 빌뇌브의 작품을 믿고 보는 필자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전자 쪽이다. 하나 굳이 덧붙이자면, 드니 빌뇌브의 <듄>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1984년 <듄>에 이은 프랭크 허버트 원작의 두 번째 영화화다.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드니 빌뇌브의 <듄>이 나오는 순간 데이비드 린치는 잊혀졌다"


그만큼 작품의 퀄리티가 좋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더구나 티모시 샬라메부터 젠다야, 조쉬 브롤린, 오스카 아이삭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헐리우드 대표 주자들이 대거 등장하니 이들의 이름값만으로도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을 압도 할런지도 모르겠다. 특히 티모시 샬라메나 젠다야는 헐리우드의 초신성 같은 존재라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도 꽤 볼만한 일이었으며 이들의 조합은 물론 화려한 캐스팅은 기대감을 충분히 높여주는 일이었다. 


사실 드니 빌뇌브의 사실적 표현과 섬세한 연출을 선호하는 편이다. 때로는 가파르게 때로는 거칠게 가면서도 호흡은 느리게 가져간다.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가 그랬고 <컨택트>가 그랬으며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그러했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 드니 빌뇌브의 느린 호흡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저 길고 긴 지루함만 남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개인의 취향이다. 


영화 <듄>의 주요 캐릭터들. 출처 : Matt Neglia 트위터


프랭크 허버트의 <듄> 그리고 영화 <듄>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은 1965년부터 쓰인 소설로 무려 20년 동안 집필했다고 한다(소설과 더불어 '듄 백과사전'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은 6권이지만 이번에 박스오피스에 이름을 올린 영화 <듄>의 플롯은 '첫 장'에 불과하며 대략적 플롯은 다음과 같다. 

앞에서 언급했듯, 시대적인 배경은 한참이나 먼 미래 10191년. 

아라키스 행성에는 우주에서 가장 가치가 있다는 신성한 환각물질 '스파이스'가 존재한다. 이 물질을 사이에 두고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레토(오스카 아이삭) 그리고 하코넨 가문의 바론(스텔란 스카스가드)이 격돌하게 된다. 그 와중에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후계자이자 우주를 구원하게 될 유일무이한 존재 폴(티모시 샬라메)은 꿈속에서 영롱한 푸른 눈빛을 가진 신비로운 여인 챠니(젠다야)를 만나게 된다. 후술 하겠지만 영화 속 폴은 현실 같은 꿈이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판타지 속에서 죽음과 파괴를 예지 하게 된다. 

불과 몇 줄의 플롯으로 155분의 러닝타임을 축약할 수 있겠냐만, 이제부터 시작인 <듄> 그리고 폴의 운명은 <해리포터>의 첫 챕터와 같고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의 행방을 찾는 여정의 시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아라키스 행성의 샌드웜(Sand Worm)  출처 : inverse


아라키스 행성은 마치 중동의 어느 사막 지역을 우주 저너머의 공간으로 (진짜로 존재하는 듯) 섬세하게 표현했다.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요새는 이름도 없는 어느 인센스의 오묘한 향기가 가득할 듯 사실적으로 느껴졌고 하코넨의 바론 남작이 있는 공간은 축축하고 습한 악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모래를 뚫고 빠르게 다가오는 샌드웜(Sand Worm)의 존재였다. 드니 빌뇌브를 포함한 <듄>의 제작진들은 샌드웜의 존재와 형태를 보다 놀라운 스케일로 내놓는 대신 어떻게 하면 눈앞에 펼쳐진 듯 보여줄 수 있을까를 무려 1년이나 고민했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에서 '인간'이라는 피조물 이외 온전히 살아숨쉬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샌드웜이다. 저 멀리서 요동치며 다가오는 샌드웜의 첫 등장은 큼지막한 채굴기를 한 번에 집어삼키며 이내 사라졌으나 이후 사막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거대함을 오롯이 보여주기도 했다. 한번 먹잇감이 되면 영원히 살아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지는 샌드웜의 포스는 확실히 남다르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라면 종종 이러한 생명체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존재감을 과시하며 철저하게 한 획을 긋는 스케일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러닝타임을 무색하게 만든다.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샌드웜의 남다른 스케일.  출처 : cbr.com


물이 터져 나오는 '오아시스'는 애초에 기대할 수도 없다. 이들이 갖춰 입는 수트 또한 온몸에서 발산하는 수분을 다시 정제하여 식수로 마실 수 있게 해준다. 수분의 재활용은 척박한 사막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생존본능이 만들어낸 신박한 아이디어이며 가장 'SF'스러운 모습들이었다. 

생각해보면 1만 년 시대인데도 뭔가 공상과학과 어울리는 모습은 그리 많지 않았다. 테크놀로지가 발전할수록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8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는 것을 어떻게 예측이나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듄>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려면 8천여 년의 세계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공간에 남기기는 어려우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유튜브 등 관련 사이트를 찾아보시길! 

혹자는 영화 속 물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갈증을 <듄>과 <매드맥스>를 함께 비교하기도 했었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탄이 자신의 소유물처럼 쥐고 흔들던 물의 존재는 그저 권력이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폭포수처럼 내려 황색의 사막 위로 무지개를 그릴만큼이었다. 그러나 <듄>에서 표현하는 물은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필수적인 생명수다. 하지만 영화는 아라키스 행성에 존재하는 환각물질 '스파이스'에 더욱 집중한다. 사실 이 환각물질의 본질을 다 알기도 전에 끝나버려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이어지게 될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하다.


(왼쪽부터) 하코넨의 바론 남작, 아트레이더스 가문의 레토, 레토의 아들이자 구원자 폴.  출처 : secret of dune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폴'

"근육 좀 붙었냐"라며 거구의 던컨(제이슨 모모아)이 폴의 팔을 만진다. 제이슨 모모아는 193cm이고 티모시 샬라메는 178cm이다. 겉보기에도 체급 차이가 확연하다. 영화 끝에 겨우 보여주던 폴의 잠재력은 남자로서가 아니라 구원자로서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첫 시작'이었다. 제국의 대가문을 잇는 후계자로서, 영화 속 폴은 '메시아'이면서 복수의 칼을 가다듬는 '전사'이기도 하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폴은 꿈속에서 죽음과 파괴를 예지 한다. 보통 영화 속에서 자주 연출하는 기법 중의 하나가 플래시백(Flash Back)인데 과거를 회상하는 경우들에 종종 쓰인다. 이 영화의 특징은 메시아 '폴'의 플래시 포워드(Flash Forward)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장면들을 폴의 꿈속에 부여한다. 폴에게 오롯이 전달되는 앞으로의 미래는 자신이 싸워나가야 할 숙명이지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불특정한 내일이다. 이러한 플래시 포워드를 관객들과 공유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무참하게 무너지는 아트레이더스 가문을 다시 일으켜야 할 운명에 처한 폴이 챠니와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첫 장을 넘긴 <듄>의 여정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지만 사막에서 불어오는 공허한 모래바람과 이제야 시작을 알린 서막이라는 아쉬움. 감독 드니 빌뇌브가 새롭게 문을 열며 스크린에 가득 채운 섬세하고 스펙터클한 스케일이 이를 압도하고 있다.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의 끝자락에 이들이 주고받았던 눈빛과 미소가 사막의 모래바람과 함께 흩어져 날아갔다. 그리고 위대한 서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 우주력 참고 사이트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781582&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https://youtu.be/FOuAcvhqjEQ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